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난 그동안의 두터웠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는 데 열심이었고, 세상의 모든 고민을 떠안고 사는 듯 늘 사색에 젖어 살곤 했다.
<꼴찌들이 떴다>를 읽으면서 예전을 떠올렸다. 부모님이 커서 뭐가 될거냐 물어왔을 때, 어떤 집단의 굴레에 얽매여 사는건 학창시절로 충분하니 무얼 하던지 어떤 무리에 포함되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싫다고 대답 했던 기억이 났다.
돌이켜보면, 학교란 존재는 내게 그런 것이었다. 하이타니 겐지로 작가의 ‘모래밭 아이들’에 나오는 학교를 꿈꿨지만 늘 생시와는 물과 기름같은 느낌. 초등학교, 중학교 때 전교회장을 지내면서 든 생각은,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하는데 그 역할을 너무나도 못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독선적이며 비민주적인 학교의 분위기는 늘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틈만 나면 날 벼랑으로 내몰곤 했다.
“학교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설령 실수를 해서 바닥에 엎어져도 다치지 않는 모래밭이어야 하지 않나요?”
작가인 양호문 님은 이 책에서 어떤 답을 주려고 했을까. 지금의 세상과는 조금 동 떨어진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가장 잘 대변해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의 아주 뿌리 깊은 악초들를 탁탁 짚어내고 있다. 청소년비행, 청년실업, 농촌의 고령화나 사회의 양극화의 등줄기를 가리킬 때 이 사회에서 성인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입시지옥이라는 이 나라 이 시대의 청소년들을 아우르는 키워드가 아닐까. 공부가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어버린 지금에, 온실의 화초같은 배 나온 살 하얀 돼지들이 인정받고 또 그들이 몇 년 안에 사회의 리더로 자리잡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꼴찌들이 떴다>는 역설을 토하지 않고서도 반대편에 서 있는 가슴이 비어서 웅웅 소리가 나는 그들에게 땀내와 담배냄새로 가득한 찐득찐득한 이야기를 날카롭게 그렸다.
청소년들이 가지는 일자리는 음식점 배달이나, 기껏해야 편의점이나 막노동이기에 우리가, 청소년들이 곪아가고 있다. 그나마도 비행하는 청소년들의 전유물인 것……. 이 책에선 사회의 쓴맛, 짠맛을 조금 일찍 맛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청소년의 주체못할 뜨거운 열정, 일탈을 꿈꾸는 중닭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추동리의 여자아이를 짝사랑해보고, 육법대사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주민들과의 건설회사의 다툼에 개입하면서 개구리들의 우물벽은 독자들 앞에서 어느새 허물어진다. 지긋하신 어르신이 얻어맞는 광경을 보면서 분노하면서 사회를 배우는 기계공고의 4인방들.
책을 읽으며 난 그들에게 존경과 경의라기 보다는, 호기심 많은 두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곤 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