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평론집은 나름대로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아직도 내가 읽지 못한 평론집이 있었다.
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소개 받았다.
그림책을 좋아하다보니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지인이 권했다.
이 책 외에도 저자의 또 다른 작품 두 권(『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와 『슬픈 거인』)도 함게 소개를 받았다.
그래서 무슨 책을 먼저 읽을까 하다가 그림책 평론집인 이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우선 이 책에서는 아주 많은 작품이 수록이 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도 몇 안된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두 권을 제외 하고는 모두 읽었다는 점도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같은 느낌, 같은 생각을 가진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어 이런 부분을 잡아내고 저자의 생각에 대립되는 생각을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그런 시간이었다.
특히, 저자의 시선과 나의 시선 그리고 내 아이가 보인 시선과 차이를 두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책의 차례를 머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Ⅰ. 『리디아의 정원』혹은 꽃에 대한 약속
Ⅱ. 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Ⅲ. 존 버닝햄의 그림나라
Ⅳ. 가브리엘 벵상의 방법에 대한 탐구
Ⅴ. 한국 그림책, 한국적인 그림책
이렇게 다섯 파트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리디아의 정원』한 작품의 분석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두 번째 파트는 『도서관』, 『책 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아름다운 책』이 3권의 책을 주제로 한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세 번째 파트는 ’존 버닝햄’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네 번째 파트에서는 가브리엘 벵상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섯 번째 마지막 파트에서는 바로 우리 그림책, 한국 그림책에 대해 실랄하게 비평해 놓았다.
이 중 내가 저자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부분이 바로 마지막 파트이다.
한국 그림책의 현 주소를 이야기하며 작가는 매우 날카롭게 분석해 놓은 점을 발견한다.
아무래도 번역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훌륭한 외국 작품을 많이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안목을 가졌을 수도 있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된 입장에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그러한 생각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작가가 날카롭게 지적해 놓은 부분이 틀렸다라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지적한 이 책을 아이들은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탈을 쓴 아이의 모습을 그린 것이 비정상적이라거나, 시대적으로 뒤처진 추석 모습을 담았다거나, 동어 반복의 문제점 등 등.
저자가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 이 책을 읽는 주 독자인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그 책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아이 스스로 즐기며 그림책을 대할 뿐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보여지는 오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유아기를 벗어나 초등 중학년 이상이 이 책들을 읽는다면 이런 그림의 오류, 내용의 무미건조함 등에 대해 지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의 주요 독자가 유아다 보니 전혀 이 부분을 의식하지 못한다.
난 이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작품이 출간된 시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읽고 평론집을 낸 시점보다 지금은 근 10년이 흘렀다.
그 시점에서 읽다보니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림책에 대한 연구와 자료 및 다양한 평론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하나는 출판사의 마케팅에도 주목해야 한다.
출판사의 마케팅에 의해 책의 판매부수가 좌우되고, 그로 인해 스테디셀러가 만들어지는 현실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는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저자는 이미 10여년 전에 많은 이들이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을 꿰뚫어 보고 지적하며, 책을 선택함에 있어 사전에 고려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이 평론집이 많이 알려지지 않다보니 저자가 지적한 부분을 모르고 그저 인기도서, 필독서, 교과서 수록 작품이란 점에만 치우쳐 책을 사주는 경향이 짙다.
저자의 평론집 이외에도 저자가 말한 책들은 다른 평론집에서도 언급이 많이 되어 있다.
그래서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그만큼 저자가 뽑은 도서들이 우수함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말한다.
“작품이 어느 나라 작품이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감명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이데올로기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이 보편적으로 우선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다름대움에 대한 감각이 보편적으로 우선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느 나라의 작품이든지 공감할 수 있다고 본다.
또 한가지가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 부모들에게 『쥐돌이 화가』를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려고만 하지 아이들 스스로 자기 안에 있는 그림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도록 도와 줄 줄 모르는 대한민국 어른들 대부분에게 이 작품(『쥐돌이 화가』)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아직 『쥐돌이 화가』를 보지 못해 아쉽지만, 나 또한 저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빠른시일내에 이 작품을 읽어볼 생각이다.
저자는 이렇듯 단순히 그림책에 대한 평론에만 그치지 않고 그림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그림책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많은 부모에게 제대로 그림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해 놓고 있다.
그림책 평론집을 오랫만에 읽으며 다시 한 번 그림책에 대한 애정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성장하며 그림책을 넘어 단편동화, 장편동화로 점점 그 관심이 옮겨가서 그림책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열정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