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길들이기

연령 9~12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11월 1일 | 정가 9,000원
구매하기
괴물 길들이기 (보기) 판매가 8,100 (정가 9,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30분, 딸아이를 포함해 1, 2학년 아이들 네 명이 모이는 날이다. 바로 품앗이 수업을 하는 날. 유일하게 2학년인 아이가 ‘선생님, 오늘은 바쁘지 않아요.’하고 기쁘게 말하기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12월부터 피아노학원과 미술학원을 끊었다고 한다. 피아노 시작한지 6개월도 안된 거 같은데 왜 그만 두냐고 물었더니 피아노 치는 게 힘들어서 그렇단다. 나 역시 품앗이로 피아노를 배워보니 바이엘 3권을 배우면서도 어려워서 진도가 잘 안 나간다.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 힘들까.

 

이런 아이들의 마음이 드러나는 책「괴물 길들이기」는 가뜩이나 손가락이 짧아 피아노 치는 게 더 힘든 민수가 주인공이다. 마침 피아노학원 가방이 눈에 띄지 않자 이 핑계로 학원을 한 번 빠져야겠다고 내심 환호한다. 하지만 가방은 할머니가 잘 챙겨 놓으셨기에 퉁퉁 부은 얼굴로 학원을 향한다. 큰길로 가면 금방인 학원에 조금이라도 늦게 갈 요량으로 고수부지 산책로를 따라가다 홧김에 돌맹이를 찼는데 알고 보니 엄청 큰 돌이다. 아픔을 달래려 잠시 풀밭에 누웠는데 깜빡 잠이 들어 깨어났을 땐 이미 해가 기울고 있었다.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물이 자신을 쳐다보는데, 꼭 개를 닮았으면서 짖는 소리는 ‘왜?’와 ‘돼!’다. 거 참, 동물이 사람처럼 말로 짖어대니 신기하기만 한데, 자꾸만 민수가 가는 곳으로 따라다닌다.

 

쫓아내려 해도 계속 따라오던 ‘왜?’와 ‘돼!’는 결국 집까지 따라 들어오는데, 신기하게도 동네에서 마주친 어른들과 엄마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피아노 학원에 빠지고 다치기까지 한 민수는 ‘왜?’와 ‘돼!’의 말썽을 말리려다 엄마한테 “왜?”, “돼!” 하고 말대꾸한다는 오해를 받아 더 혼이나 억울하다.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이 개구쟁이 녀석들을 내다버리지만, 삼촌을 따라 다시 돌아온 ‘왜?’와 ‘돼!’. 알고 보니 삼촌 어렸을 적에도 많이 나타났던 괴물들이란다.

 

삼촌과 함께 ‘왜?’와 ‘돼!’를 원래 있던 곳에 버리려고 가지만, 민수의 마음에서 태어났던 괴물들은 민수가 마음만 먹으면 길들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러고 보니 실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 맘속에 사는 괴물들이 참 많다. 게으름뱅이 괴물, 잠꾸러기 괴물, 욕심쟁이 괴물, 심술쟁이 괴물 등등… 이 괴물들이 우리의 마음과 생각,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것들을 고치고 싶은 마음과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길들이거나 떠나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생각 같아서는 이 괴물들을 길들인다기보다는 멀리 떠나보내면 좋을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난 딸아이는 하늘님이 땅속 괴물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돌로 구멍을 막았다는 대목에서는 괴물들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으악! 너무 과장 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친절하게 대하고 착한 괴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면 된다는 말에 웃음이 났다.

 

때때로 기운 빠지게 하고, 게을러지게 만드는 내 마음속 괴물(?)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야, 너 당장 내게서 떨어지지 못해!”하고 호통을 치거나 달래준다면 내게 있던 안 좋은 습관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금방 달아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