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면..

시리즈 논픽션 단행본 | 체리 풀러 | 옮김 이순주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5월 27일 | 정가 12,000원

체리 풀러 글, 이순주 옮김 <홈스쿨링 엄마의 글쓰기 교육 : 집에서 실천하는 맞춤 글쓰기 교육법> – 민음사

 

 

  많은 부모들이 나는 책읽기를 싫어하지만 아이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평생 살면서 글이라고는 학교에서 강요하는 의무감 외에는 쓴 적이 없건만 아이에게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쓸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단답형 주관식이나 오지선다형(또는 사지선다형)을 풀던 지난 세대와는 달리 출제되는 시험만 봐도 글쓰기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고, 교과서의 전반적인 흐름만 봐도 글쓰기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부모는 지금의 교육과는 다른 교육을 받은 세대인데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

  이 책은 ‘글쓰기의 재미와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책이다. 글쓰기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면 부모는 당연히 아이의 글쓰기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화두는 부모인 나를 긴장하게 한다. 부모가 학교다닐 때 마치 독후감이 독서의 기본이고 전부였던 독후활동이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독후활동과 글쓰기, 체험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다. 독자는 책을 통해 변화된 글쓰기 형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 글쓰기를 강요하는 부모 중에 하나다. 다행히 나는 글쓰기도 좋아하고, 아이들 독서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책을 읽고 함께 놀아주기를 즐긴다. 아이가 글을 읽고 표현하고 쓸 줄 알면서 글쓰기를 조금씩 늘려가는데 나의 학창시절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독후감은 어떻게 쓸 것인가?’의 선생님의 답은 늘 한결같았다. “처음에는 주인공 소개나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쓰고, 가운데는 줄거리와 인상깊은 부분을 쓰고, 끝에는 감상이나 다짐을 쓰세요.” 그 말이 참 막막했다. 그래서 고민고민하고 써내려갔었다. 그것이 싫어 나는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에게 글감을 주었다. 때론 아이의 생각이 글로 표현이 되지 않아 녹음을 해서 아이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놀랍게도 하나하나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하나의 독후감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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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경험은 다행히 책을 읽으며 안도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모였구나 반성하며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져보게 되었다. 책에서 읽은 부분을 새롭게 실천해보기도 하고, 나의 경험을 비추어 작가의 말에 공감한 부분을 몇 가지 옮겨 보았다. (다 공개한다면 책읽기의 즐거움이 감소할테니 여지를 남겨두어야지)

 

1. 매일매일 독후감이나 장편의 글을 쓰기 어려웠고, 그리하지 못했는데 간단한 글쓰기라도 꼭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이에게 내일 할 일을 기록하게 한다거나, 외출시 메모를 남겨두거나 하는 방법들이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은 수첩을 활용하여 아이 책상에 두고 그날에 있었던 사건과 느낌등을 간단하게 서로 교환하기로 했다.  일을 하다 보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는데 이렇게 하니 간단한 대화와 느낌이라도 기록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딸아이가 너무 좋아했다. 지금은 처음이라 나의 이야기에 이끌려 오고 있지만 곧 학교에서 있던 일도 글로 표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가족과 떨어져 너 혼자서 친구들과 어떤 일을 겪었는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내일의 메모가 기대된다.

 

“물물교환한다고 준비하며 들떠 있는 너를 보니 엄마도 즐거웠어. 오늘 사 온 목걸이 너한테 잘 어울리더라”

“엄마, 물물교환이 아니라 알뜰장터야. 내 목걸이 이쁘다고 해서 고마워”

“잠들기 전 루크게임 재미있었어.”

“그래? 난 재미없었는데. 졸려서 조금 지루했어.”

“은지는 오늘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돌아올까? 무슨 일이 가장 재미있었을까? 생각하며 은지의 하루를 기대할게.”

 

또한 장을 보러 갈 때 김밥을 싸 먹기로 하고, 필요한 재료의 목록을 정하게 하고, 구입해서 재료를 손질하여 도마 세 개 놓고 둘러 앉아 김밥을 싸먹으니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고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2.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는데 가끔 아이의 글을 보면서 너무 잘써서 놀라기도 하지만 실망하기도 한다. 그런 나의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서 아이의 글쓰기 동기를 저하시킬때가 있었는데, 칭찬은 많이 지적은 단계별로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이 알려준다고 다 고칠 수도 없는 일. 자주 틀리는 표현이나 맞춤법 등 단계별로 지적할 필요가 있다. 또한 편지나 초대장, 보고서, 설명서 등은 저학년도 쉽게 할 수 있는 글쓰기이다. 고학년은 사실적인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사실을 기록하게 하는 것, 즉 학습일지 등이 효과적인 글쓰기가 될 수 있다. 수업을 하다보면 선생님의 반응에 민감한 아이들이 있다. 이럴 때 틀린 점만 지적한다면, 분명 아이는 흥미를 잃을 것이다. 아이의 눈빛을 보면 못 썼더라도 아이의 생각이라도 크게 살려 칭찬해주면 다음 글쓰기에서 지적당한 부분을 고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 인터넷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고민하는 부모에게도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메일을 적극 활용하고 부모와 함께 사용한다면 인터넷과 컴퓨터의 사용도 글쓰기에 약이 될 수 있다. 이메일은 세계 친구들과도 교류할 수 있고, 답장이 빠르기 때문에 흥미를 더하며, 퇴고의 과정에도 여러 번 고쳐 쓰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유용하다. 적거눈 더 나아가 마을신문까지 만들었다고 하는데 마을신문은 학교활동에서 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나도 아이게에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일주일에 3번 정도 주고 있다. 조금씩 퇴고를 하기 시작하는 딸이 다시 쓰는 걸 힘들어해서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한다.

 

4.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하여 흥미롭게 독서의 단계를 높여간다. 또한 부모들이 쓰라고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함께 토론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사실 나도 아이의 실력을 평가한다고 혼자 써보게도 했지만, 책을 읽고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독후감을 썼을 때와 그냥 썼을 때는 수준의 차이가 심하다. 아이의 실력을 논하기 전에 가능성있는 아이를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그냥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학교 독후감쓰기 경험을 살려보면 내가 잘못한 것 같다.)그래서 다시는 수준을 평가하겠다며 아이에게 혼자 쓰라고 하지 말아야지 하고 반성했다. 그래도 지도가 어렵다면 책에서 제시해주는 예시문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5. 가족 신문을 만들어 인터뷰도 하고, 가족간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연간, 또는 계간으로 가족의 상황에 맞게 조절하여 만들 수 있으니 부담갖지 않고 도전해볼 만 한다. 뉴스를 수집하고 인터뷰를 하는 등 저널리즘 기술까지 익힐 수 있다. 나는 이번 방학에 가족의 관심사에 대해 인텨뷰를 하여 책을 만들어 볼 생각인데 아직 아이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여러부 복사해서  가족들에게 아이가 직접 나누어 주게 할 생각이다. 구독료 값을 조금 받게 해서 아이의 동기유발을 하게 할 생각이다. 구독료는 아이와 상의해봐야겠지. 비싸도 천원 이상 부르지 못할 아이다. ^^

 

6. 책을 만들고 직접 작가가 되는 시간을 준다. 글을 막 배우기 시작하던 딸 아이가 만5세 때 ‘돼지책’을 읽고 색종이 여려겹을 반으로 적어 -엄마에게-란 헌사를 적어 내게 주었던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서툰 그림과 단어로 이루어진 글은 앤서니 브라운의 내용을 우리 가족의 이름으로 바꾸고 상황을 적절하게 꾸몄었다. 지금까지도 그 어떤 책보다도 내게 감동으로 남아 있다. 작가가 제시한 요리책 만들기와 자신만의 ㄱㄴㄷ책도 만들어 보고 싶다. 책을 만드는 방법도 제시되어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김영구’란 필명을 사용했었는데 아마도 작가들이 이름을 쓰는 것을 보고 흉내냈던 것 같다. 자신의 이름을 적을 생각까지는 못한 것이 어찌나 귀엽던지…

 

7. 작가의 말처럼 많은 대회에 참여시켜 글쓰기의 소통과 즐거움을 알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딸은 대회라면 밤을 새서라도 글을 쓰는데 평소 쓰던 글과는 확연하게 달라진다. 스스로 고치고 고친 흔적도 이쁘고, 나와의 이야기를 통해 글을 수정하는 것도 이쁘다. 엄마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아이가 맞춤법을 잘 틀린다, 글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인데 아이에게 글을 크게 읽게하면 어색한 부분을 찾고 스스로 고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실제로 좋아지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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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토론논술’이란 거창한 단어로 수업을 하지만 아이들에게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책읽기와 글쓰기의 즐거움이다.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우린 문학책을 읽으며 즐거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한다고. 우린 책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며 그들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책에서 만난 사람들이 우리 이웃이라며 따뜻한 그 감동을 현실에서도 이어나가자고. 나라를 이끄는 건 소수의 지식인들이겠지만 그들의 힘은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서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다 만나 볼 수는 없지만 책에서는 가능하다고. 그리고 그 즐거움을 글로 남기면 작가처럼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 글쓰기 교육~ 일단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나누며 세밀하게 지도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면, 이젠 실천할 때이다.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