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김장을 담그며 (사실 내가 한 건 속넣기 2시간이 고작이었지만) 어머니의 그 노고를 생각하며 참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김장의 모습을 담고 있는 책이 나왔다. 어른들에겐 향수를 아이들에겐 새로운 전통을 소개해주는 ‘금동이네 김장잔치’ 글 작가인 유타루님 경험의 김장 김치 담그기를 그림작가 임광희님이 재미나게 그렸다.
보통 그림책의 표지는 내부 그림 중 대표적인 그림을 보여주는데 이 책은 조금 다르게 그림책의 내용을 한눈에 보여준다. 출판사의 의도인지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인상 깊다.
작가의 말
우리 집에서도 겨울이 되면 김장을 합니다. 평소 흩어져 살던 식구들이 김장을 하려고 어머니가 계신 고향집에 한날 모입니다. 조용했던 시골집은 명절 때처럼 시끌벅적해집니다. 저는 그게 좋습니다. 김장이 단순한 김치 담그기가 아니라 잔치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기 전에 먼저 그림부터 보았다. 그림책임에도 그림보다 글을 먼저 읽는 습관이 있어서 일부러 글을 외면하고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상상했다. 김치 담그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상세한 모습과 가족들의 표정 하나하나 무척 다정하게 다가온다.
김장을 위해 금동이 가족은 아침 일찍 시골 할아버지 집에 왔다. 작은아빠와 작은엄마, 수동이, 고모와 은별이 그리고 삼촌까지 모여 잔칫집 같다.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내려온 금동이는 체험보고서 쓰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부담스럽고 김치는 슈퍼에서 사먹으면 되는데 왜 온 가족이 모이는지 이해를 못한다.
배추와 무 고르기, 배추 절이기, 재료 준비하기 (김칫소 준비와 육수 만들기) 배추 씻기, 밤새 물 빼기 그리고 김치 담그기 까지 어쩜 그렇게 자세하게 적었는지 작가의 꼼꼼함이 드러난다. 잊고 있던 김칫독도 등장한다.
배추와 무 고르기가 끝나자 할머니가 준비해주신 부침개. 가족이 모두 모여서 먹으니 정말 맛났겠다. 왜 이렇게 그림이 실감나는지.. 어른들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맛나게 먹는 모습에 나도 먹고 싶은마음이.. 혀를 빼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도 실감난다. (개라고 적으니 어감이 이상해서 강아지로 고쳤다)
1박2일의 김장 잔치가 끝나고 차려진 가족상. 김장김치와 함께 한 생굴과 보쌈.
금동이처럼 김치는 손으로 잡고 먹어야 하는데. 아 정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이번 김장 때는 보쌈을 따로 하지 않고 배추에 속만 싸서 먹었는데..
심술부리던 금동이가 저렇게 손으로 김치를 먹는 걸 보니 체험 학습은 제대로 했겠죠? ^^
동화책 말미에 우리나라 대표음식 김치의 종류를 소개하고 지역마다 김치 맛이 어떻게 다른지, 김치에 숨어있는 과학 이야기도 알려주는데, 나도 아이도 꽤 도움이 된다. 우리 집에서는 김치를 어떻게 담글까?라는 공간도 있어 아이가 김치 담그는 법을 스스로 적을 수 있다.
내가 김치를 직접 담그지 않았지만 왠지 자신감이 생기게 만드는 책이다. 나도 책대로 하면 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ㅎㅎ 올 김장 때는 나도 휴가를 내서 엄마와 같이 해야지!!
근데 전라도 싸나이 지은이 ‘유타루’를 난 왜 일본인으로 생각했는지.. 작가님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