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아이의 행복을 열어 주는 독서 교육,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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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로 알아보는 독서 교육 노하우 : 이런 게 궁금해요”

Q1.아이가 책에 관심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책에 흥미를 갖게 할 수 있을까요?

유아기 자녀나 초등 저학년 아이의 경우 책꽂이에 있는 책을 꺼내 방바닥에 미로를 만들고 통과하는 놀이를 하면서, 움직일 때 쓰러뜨린 책은 그 자리에 앉아서 읽는 규칙을 덧붙여 노는 것입니다. 또 책으로 집짓기 등의 놀이를 함께 함으로써 책은 읽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처럼 갖고 놀아도 되는 것이라는 열린 생각을 갖게 해 주세요.

책 내용에 바로 접근하는 대신에 빅 북, 팝업 북, 퍼즐 북, 미니 북, 플랩 북, 파노라마 북처럼 다양한 모양의 책을 보여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책 모양에 대한 관심을 책읽기로 이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책꽂이의 책을 직접 분류해 보게 하는 방법도 권합니다. 읽고 싶은 책, 읽기 싫은 책, 두꺼운 책, 얇은 책, 글자가 많은 책, 글자가 적은 책, 큰 책, 작은 책, 어려운 책, 쉬운 책, 머리 아픈 책, 재미있는 책, 독특한 모양의 책 등 아이 스스로 분류 기준을 정하게 하고 그 이유를 물어봐 주세요. 아이가 직접 책을 분류하면서 책꽂이를 정리하는 동안 한 권씩 훑어보다 보면 읽고 싶은 책이 생기게 됩니다.

* 그림책 심리여행 2012년 1월호 독서코칭(1) 책을 싫어하는 아이, 어떻게 하면 책에 관심을 가질까요? 편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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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책을 자꾸 읽어 달라고 하는데 의존성이 생길까 봐 걱정이에요. 계속 읽어 주어도 되나요?

아직까지 해독 능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유아기에는 아빠 엄마가 읽어 주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상황이 달라지지요. 혼자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시기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의 해독 능력에는 편차가 있습니다. 해독 능력이란 글자 기호를 정확하게 분리하여 파악하고 발음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 능력이 완성되지 않으면 책 읽기가 힘듭니다. 만약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아빠 엄마가 정확한 발음으로 책을 자주 읽어 주고 아이도 스스로 소리 내어 책 읽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해독 능력을 자동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해독 능력을 길러 줄 수 있을까요? 소리 내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끔씩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으시기 바랍니다. 짧은 글은 아이 혼자 읽게 하고 긴 글은 엄마와 아이가 번갈아 한 쪽씩 읽는 방법이 좋습니다. 그래야 아이가 띄어 읽기를 제대로 하는지, 글의 내용에 맞게 읽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제 혼자서도 읽을 수 있으니까 읽어 주기를 안 해도 되겠지.’, ‘시간이 지나면 절로 유창하게 읽겠지.’ 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입니다.
반면 초등학교 고학년인데도 엄마한테 책을 읽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럴 때는 왜 엄마한테 읽어 달라고 하는지 아이의 마음부터 헤아려 보아야 합니다.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거나 그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의존성을 걱정하지 말고 아이가 원하는 만큼 읽어 주세요. 사춘기가 되면 엄마가 읽어 준다고 해도 도망갈 텐데 엄마와 아이의 책 읽기를 굳이 앞당겨 끝낼 필요는 없습니다. 책 읽어 주기는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음을 나누는 활동이므로 아이의 정서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동화 『가끔씩 비오는 날』을 쓴 이가을 작가는 결혼해서 여섯 남매를 낳고 기르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었다고 하지요.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된 후에도 책 읽어 주기를 계속했다고 합니다.

 

Q3. 아빠가 책을 읽어 주면 좋다고 하던데, 정말 효과가 큰가요?

자녀 독서 교육은 대부분 엄마의 몫이고 아빠는 퇴근해 돌아온 뒤나 주말에 겨우 한두 권 읽어 주는 정도입니다. 무척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가능하면 아빠도 자녀 독서 교육에 참여해서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의 아버지에 관한 일화가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아버지는 동인도 회사의 관리였습니다. 많은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에 자신이 직접 모든 교육을 맡아서 했다고 합니다. 밀이 불과 16세의 나이에 불혹의 지성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아버지와 함께 했던 독서 토론 덕분이지요. 독서와 토론을 통해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고 합니다. 아빠가 독서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아이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Q4. 바른 자세로 앉아서 책을 보라고 하면 아이가 잔소리처럼 들어요.

독서는 즐거워야 합니다. 독서 시간은 아이에게는 휴식 시간입니다. 따라서 지나치게 바른 자세를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자세로 장시간 책을 보는 습관이 오래 지속되면 시력이나 턱관절, 척추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20분가량 읽고 나서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책 읽기에 몰입하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른 자세로 읽어야지.”, “스트레칭 해야지.” 같은 잔소리를 하기보다 휴식 시간을 일깨워 주거나 스트레칭을 엄마가 함께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Q5. 학습 만화만 보려고 해요. 그만 읽으라고 하면 다른 책도 안 읽을 거라며 협박하는데 어쩌죠?

엄마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학습 만화에 빠진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만화는 텍스트가 적어서 읽기 편하고 어른이 봐도 재미있고 화려한데, 아이들 눈에는 오죽할까요? 학습 만화도 다양한 유형의 책들 중 한 가지입니다. 지식 정보 책에 속하지요. 많은 엄마들이 ‘학습’은 마음에 들어 하지만 ‘만화’라는 형식을 걱정합니다.

그런데 엄마들 중에도 청소년기에 만화를 보고 자란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학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환상적인 순정 만화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며 즐거워했던 때를 떠올려 보세요. 만화에 열광했던 적이 있지만 엄마들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학습 만화를 부정적으로만 보고 아이들에게서 무조건 빼앗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학습 만화에만 빠져 다른 책들을 보지 않는 것은 문제입니다. 특히 사춘기에 막 접어든 아이들은 학습 만화를 못 보게 하면 다른 책들도 안 읽겠다며 반항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가 아예 책을 읽지 않을까 봐 겁이 나서 한발 물러서고 맙니다. 아이와의 파워 게임에서 엄마가 진 것이지요. 아이에게 양보하고 져 줘야 할 때도 있지만 엄마의 심리를 이용한 파워 게임에서는 밀리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학습 만화를 보게 하되 약속이나 규칙을 정해서 엄마가 원하는 책들도 함께 읽게 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단, 약속을 지키지 않고 만화책만 읽을 때는 예외 없는 벌칙을 적용해야겠지요. 예를 들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학습 만화는 딱 몇 권만 읽도록 제한하는 식입니다. 학습 만화를 보기 위해 엄마가 원하는 책들을 건성으로 읽거나 대충 읽는 시늉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직접적으로 야단치거나 거짓말한 행동을 추궁하지 말고 단호하고 낮은 어조로 “엄마는 너의 양심을 믿어!”라고 말해 보세요.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왜 보아야 하는지, 의미 있는 독서에 대해 얘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 바람직한 독서 태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Q6. 공룡이나 공주 같은 한 가지 소재의 책에 집착해요.

서점에 책을 사러 갔는데 아이가 공룡이나 공주가 나오는 책만 보려고 합니다. ‘이제 다른 책을 좀 봤으면 좋겠는데.’ 싶은 생각이 들지요. 한편으로는 책 편식이 걱정도 되겠지만 이는 걱정할 바가 못 됩니다.

비슷한 소재의 책을 읽게 되면 두 권 이상의 책 사이에 관계성이 형성되는데 이는 ‘상호텍스트성’이라는 용어로 설명 가능합니다. 상호텍스트성은 독서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성을 갖게 해 주며 여러 권의 책 내용을 서로 관련지어 인식하는 높은 수준의 사고이지요.

아이를 말리거나 억지로 다른 주제로 관심을 돌리려 하지 말고 외려 좋은 기회로 삼아 보세요. 아이가 한 가지 주제에 집착하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만약 그 기간이 길어진다면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걱정보다 지지를 해 주면 되겠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척척박사가 될 수 있도록 독서 교육을 해 보면 어떨까요.

 

Q7. 명작 동화를 보면 출판사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어떤 걸 보여 줘야 하나요?

여기서 엄마들이 말하는 명작동화는 서양의 옛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등의 이야기들이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른 내용과 결말로 제시되는데 도대체 어떤 책을 사서 보여줘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지요.

이는 옛 이야기의 교육적 가치를 알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궁금증입니다. 많은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옛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환상의 세계를 통한 대리만족,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권선징악적인 결말이 도덕적 기준을 갖게 한다는 측면에서 유아동기에 반드시 보여 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문학치료사들도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데 옛 이야기들은 인류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의식인 ‘원형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사랑, 시기, 질투, 화해, 용서, 희망, 욕심 등이 속하겠지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마다, 책으로 나올 때마다 여러 가지로 변형되지만 잘 변하지 않는 중심 모티브인 원형성은 살아 있습니다.

따라서 옛 이야기책을 고를 때는 출판사별로 다른 스토리 전개를 혼란스러워하며 어떤 걸 고를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원형성을 잘 지니고 있는가, 아니면 원형성을 파괴하고 흥미 위주로 만들었는가를 따져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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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전집 위주로 책을 사게 되는데, 제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단행본만 사는 엄마와 전집만 사는 엄마, 두 가지를 함께 사는 엄마가 있다면 저는 세 번째 엄마가 현명하게 책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독서 교육 전문가들마다 도서 구입 방식에 대해서 견해를 달리 하는데 저는 어느 한쪽만을 일방적으로 선호하고 고집하기보다 단행본과 전집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융통성 있게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는 엄마의 선택에 달려 있지요.

옛이야기, 인물 이야기, 자연이나 과학을 소재로 한 지식 정보책류의 전집들은 다양한 내용을 다루며 단행본으로 일일이 고르기 힘든 점을 해결해 준다는 측면에서 구입의 편의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책 구입을 편하게 할 목적으로 전집을 선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최소 몇 년은 끼고 볼 책을 고르면서 선택의 편리함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것은 엄마의 공부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행동입니다.

따라서 단행본이 좋다, 전집이 좋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보다 단행본과 전집이 가진 특징과 장점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내 아이에게 어떤 목적으로 어떤 책을 보여 줄 것인가를 생각한 다음, 그 목적에 부합하게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Q9. 책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서 어떤 책들을 보여 주어야 할지 막막해요.

영국의 드킨시는 문학을 지식의 문학과 힘의 문학으로 구분했습니다. 지식의 문학은 가르치는 일(교시적 기능)을, 힘의 문학은 감동시키는 일(쾌락적 기능)을 담당하지요. 책들이 아무리 많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분류를 해 보면 두 가지 범주 안에 있습니다. 따라서 유아기 때부터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 또는 학습 능력과도 연결되는 지식을 담은 책들과, 정서적 이완과 휴식을 가능하게 하면서 심리적 건강을 다질 수 있도록 감동을 주는 책들을 골고루 만나게 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독서 기호가 달라서 어느 한 쪽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아이가 좋아하는 영역의 책을 7권 읽으면, 나머지 영역의 책은 3권 정도의 비율로 정도 읽게 합니다. 선호하는 영역의 관심을 유지하고 확장시켜 주되, 싫어하거나 거부하는 영역이 생기지 않도록 이끌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방법으로, 아이의 학년이 바뀔 때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들을 미리 사서 읽히는 것을 권합니다. 교과서에는 지면의 한계 때문에 작품 전체를 싣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책을 사서 미리 보게 하면 수업 시간에 이해가 훨씬 빨라집니다.

 

Q10. 독서 기록장을 작성하는 게 힘들어서 책을 보기 싫다고 하는데 어쩌죠?

이상적인 독서 교육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읽기와 듣기, 말하기까지는 쉬운데 아이들은 쓰기를 무척 힘들어합니다. 언어 발달 단계 중에 쓰기가 가장 나중에 이루어지는 고차원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독서 기록장을 쓰게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독서 기록장 쓰기를 싫어하고 힘들어 한다고 “왜 이런 걸 시키는지 모르겠어.”라며 학교 정책을 비판하는 대신에 어떻게 하면 아이가 독서 기록장을 재미있게 채워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방법을 함께 찾아 주는 것이 현명한 독서 교육이겠지요. 아이들이 독서 기록장 작성을 힘들어 하는 이유는 생각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글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책을 읽고 나서 내용과 느낌을 정리한 다음, 먼저 말로 표현해 보게 하면 바로 글을 쓸 때보다 부담감이 훨씬 줄어듭니다.

저는 독서 기록장 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포스트잇을 쓰게 합니다. 넓은 종이를 다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 주기 위해서이지요. 어떤 단어가 머릿속에 남았는지 생각해 본 다음 포스트잇에 그 단어를 쓰는 것입니다. 이 정도는 모든 아이들이 사뿐하게 할 수 있고 무척 즐거워합니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증거입니다. 그다음에는 포스트잇을 독서 기록장에 그린 나무에 열매처럼 붙여 봅니다. 바로 단어 나무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아이가 적은 단어를 중심으로 생각을 열어 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내면 아이는 바로 한두 줄의 문장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나온 문장을 독서 기록장에 쓰게 하면 됩니다.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을 베껴 쓰게 하는 식으로 독서 기록장을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의 느낌을 정리해서 쓰는 걸 힘들어 하는 아이들, 글쓰기를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단순한 베껴 쓰기가 무슨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작가들은 자기 글을 쓰기 전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베껴 쓰면서 작가의 혼을 읽는 연습을 한다고 하지요.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문장을 베껴 쓰려면 책을 한 번 더 훑어 보게 되고 베껴 쓰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 부호 사용을 익힐 수 있습니다. 또 내 마음을 울린 문장, 나를 즐겁게 한 단어, 나를 웃게 한 한 줄, 나를 슬프게 한 페이지 같은 식으로 다양한 제목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 제목에 맞는 부분을 찾아 베껴 쓰게 하고 그 이유는 한두 줄 정도만 덧붙이게 해서 생각을 적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줍니다. 반드시 책 제목과 작가 이름, 출판사, 발췌한 페이지를 적어서 나중에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알려 주세요.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니 처음에는 자기 생각을 한 줄로 겨우 표현하던 아이가 점차 할 이야기가 많아지니까 두 줄, 세 줄씩 쓸 정도로 발전하더군요. 독서 기록장 표지에는 ‘내 마음을 울린 문장 노트’라는 제목을 붙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장 노트는 아이가 논술을 하거나 다양한 글쓰기를 하면서 인용이 필요할 때 무척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Q11. 아이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고 싶어서 질문을 하면 대답이 너무 간단해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죠?

아이의 해독 능력(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엄마들은 아이가 책을 읽는 중간에, 또는 책 읽기가 끝난 후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합니다. 이는 해독 능력을 길러 주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아이들에게 피곤함을 주고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이가 질문에 쉽게 대답한다면 제대로 독해를 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몰라!”, “엄마가 읽어 봐.”, “잘 모르겠어.”라고 말한다면 읽기는 했지만 별 감흥이 없었거나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괜찮습니다만 해독 능력이 떨어져서 대답을 잘 못하는 거라면 엄마의 코칭이 필요합니다.

해독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한 방법으로는 질문을 하되 명시적 질문(폐쇄적 질문)과 추론적 질문(개방적 질문)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명시적 질문은 책 내용 속에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인데 아이가 책을 집중해서 읽었다면 바로 대답할 수 있고 기억이 나지 않을 때는 해당 페이지를 펼쳐 가며 답을 찾아 낼 수 있는 유형입니다. 반면 추론적 질문은 책 내용을 근거로 미루어 짐작해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말합니다. 아이의 상상과 비판, 분석 등 생각을 필요로 하는 질문이어서 아이들은 명시적 질문에 비해 추론적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따라서 먼저 명시적 질문을 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다음, 추론적 질문 중에서도 난이도가 낮은 질문으로 생각을 조금씩 열어 주어야 아이가 책에 대한 질문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습니다. 독서 치료적 질문 역시 넓은 범주에서 본다면 명시적 질문과 추론적 질문으로 나누어지므로 두 가지 형태의 질문을 적절히 활용하여 아이의 해독 능력을 길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 문헌
김도남,『상호텍스트성과 텍스트 이해 교육』(박이정, 2003)
김은하,『영국의 독서교육』(대교출판, 2009)
김춘경,『아동상담』(학지사, 2004)
독서지도연구모임, 『창의적인 독서교육 77가지』(도서출판 해오름, 2003)
신헌재 ․ 권혁준 ․ 곽춘옥, 『아동문학의 이해』(박이정, 2009)
심성경 외,『유아문학의 이론과 실제』(학지사, 2003)
이재승,『아이들과 함께 하는 독서와 글쓰기 교육』(박이정, 2004)
장영주,『유아 아동문학의 이론과 실제』(교육과학사, 2008)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책따세와 함께하는 독서교육』(청어람미디어, 2005)
최효찬,『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바다출판사, 2010)
황정현 ․ 이상진 외,『독서지도 어떻게 할 것인가? 1, 2』(에피스테메, 2008)
《행복이 가득한 집》2010년 11월호, 유아기 자녀를 둔 엄마의 독서교육법-엄마와 아이 모두가 행복하게 읽으면 그게 정답!(글 김은아)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