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 어떻게 자율성을 키워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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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교육을 할 때마다 물어봅니다. 내 아이라도 정말 싫을 때는 언제인가 하고요. 자주 듣는 대답 중 하나는 ‘할 일은 제때 안 하고 엉뚱한 짓을 할 때’입니다. 엄마들 기준에서 아이가 할 일이란 주로 스스로 숙제하기, 공부하기, 방 정리하기, 책 읽기, 시간 되면 알아서 학원 가기입니다. 엉뚱한 짓은 게임에 몰두하는 것, 멍하니 TV에 빠져 있는 것,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 빈둥거리는 것이고요. 이러한 행동들은 엄마를 무척 화나게 하지요.
곧 여름 방학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 어느 때보다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시간이지만 엄마들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아이가 부족한 과목을 공부하거나 책을 보면서 자기 계발을 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빈둥거릴 수 있을까에 골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네요.
엄마들은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계획하고 그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자율성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부족해서 엄마가 바라는 것과는 반대로 움직일 때가 많지요. 그래서 엄마는 하루 일과를 아이에게 주지시키며 일일이 지시하고 확인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엄마의 간섭과 잔소리가 무척이나 싫습니다. 그래서 방학이면 아이와 엄마의 다툼이 더욱 잦아집니다.
이달에는 자율성이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엄마의 바람과 달리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왜 아이는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할까요?
초등학교 6학년인 우성이(가명)는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합니다. 열세 살이면 꿈을 설정하고 자기 일과를 스스로 계획해서 생활할 수 있는 나이인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엄마는 이른 밤이면 아들을 앉혀 놓고 내일 할 일을 조목조목 일러 주는 생활을 아직도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말입니다. 책 읽기, 과제, 게임하는 시간 등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잔소리를 달고 살아야 하니까요. 평일에는 학교에 가 있으니 우성이의 빈둥거림이 눈에 덜 보이는데 주말에는 시키는 것만 잽싸게 해 놓고는 “엄마가 시키는 거 다 했으니까 이제 놀아도 되지?”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성이는 시키는 것 외에는 스스로 생각해서 뭘 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 책 사 달라, 저 책 사 달라”며 보고 싶은 책을 요구하는 일도 잘 없다고 하네요. 엄마가 골라주는 것만 읽고 손을 딱 놓아 버립니다.
어느 날은 너무 화가 나서 엄마는 “너는 왜 혼자 알아서 할 줄을 몰라? 네 인생 네가 살아야지. 엄마가 왜 아들 인생까지 살아줘야 해?”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엄마의 관점에서 본 아들 이야기입니다. 엄마의 얘기만 들으면 우성이는 자율성이 부족해서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럴 때는 부모의 양육 태도나 성격 유형 검사, 아이에 관한 몇 가지 심리 검사들을 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상담을 계획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을 때도 있습니다. 임상심리사나 특정한 심리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상담사가 하는 심리 검사와 소견을 존중하고 활용하면서 제가 해도 되는 영역에서는 저 역시 심리 검사를 진행합니다. 저는 문학치료적인 기법으로 상담을 하기 때문에 심리 검사에 많이 의존하는 편은 아니어서 본 상담으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상담사들마다 상담관이 다르고 상담 기법 또한 다릅니다. 내담자가 행복한 삶,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상담의 목적은 같지만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조금씩 다르다는 뜻이지요. 심리 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담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상담사도 있는데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고 단언할 일은 아닙니다. 상담사들은 각자의 전문성 안에서 내담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거니까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편한데 뭐하러 찾아서 해요?
우성이는 자신이 왜 연구소에 왔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어서 엄마가 솔직하게 얘기하면 “그런 곳에 왜 가야 해? 내가 정신병자야?”라며 화부터 내는 경향이 있지요. 그래서 엄마들은 거짓말을 해서 아이를 연구소에 데려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성이는 순순히 엄마를 따라왔다고 했습니다. 상담 받으러 가자는 엄마 얘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시원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하더군요. “어쨌거나 만나서 반갑고 와 줘서 고맙다.”는 제 인사에 시니컬한 말투로 고마워할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할 이야기가 있으면 돌려서 하지 말고 직설적으로 해 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인데 돌려서 얘기하는 건 시간 낭비일 것 같다면서요.
다소 건방진 태도일 수 있지만 저는 우성이의 솔직한 자기표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이런 식의 표현이 모든 사람들에게 우호적으로 비춰지지는 않을 텐데 평소 다른 사람들과도 이렇게 대화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 부분은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우성이 바람대로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가 걱정하는 부분이자 동시에 아들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얘기해 주었지요. 우성이는 “뭐하러 찾아서 해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편한데요.”라며 타율적인 생활의 일면을 보여 주는 말을 했습니다. 우성이는 상담사에게는 또박또박 요구 사항을 얘기하면서도 엄마 앞에서는 자기주장이 없고 엄마가 시키는 일을 거부하지 않고 다 수용합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에 대한 엄마의 말과 아이 본인의 말은 다를 수 있어요
우성이는 이해력이 뛰어나고 학습 능력도 좋은 편에 속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도 많이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이렇게 똑똑한 아이가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기보다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테지요. 조금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그림책으로 소통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뛰어라 메뚜기』(보림)와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비룡소), 『100만 번 산 고양이』(비룡소)를 치유용 도서로 골랐습니다. 세 권의 그림책은 저마다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자기 주도적인 삶, 스스로 선택한 삶이 주는 행복감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우성이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뛰어라 메뚜기』(보림)는 자연의 냉혹한 먹이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메뚜기의 몸부림과 의지를 호소력 있게 담은 그림책입니다. 동물들에게 잡아먹힐까 봐 노심초사하며 숨어 살던 메뚜기는 더 이상 숨어 지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숨어 사는 인생이 행복할 리 없으니까요. 그래서 단단히 마음을 먹고 햇볕을 쬐러 나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무서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뱀에게 들키고, 사마귀도 메뚜기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듭니다. 위험한 순간에 메뚜기는 자신의 등에 있는 네 장의 날개가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 번 뛰어 보기나 하자는 심정이었지요.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메뚜기는 자기 날개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멀리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답니다.
우성이는 이 그림책의 메시지를 잘 이해했고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숨은 재능이 있는데 그 재능은 메뚜기가 겪은 것처럼 위기 상황에서 발휘될 수 있다”며 수준 높은 해석을 했습니다. 이어진 치유적인 대화들 속에서 우성이가 현재의 상황을 답답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메뚜기처럼 마음껏 세상을 활보하면서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이지요. 아들이 자기 주도적이고 자율성이 있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엄마의 말과 우성이의 말은 서로 맞지 않습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100만 번 산 고양이』로 아이의 속마음을 읽었어요
『100만 번 산 고양이』(비룡소)를 읽고 치유 활동을 하는 동안 우성이의 엄마에 대한 불만이 여과 없이 표출되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임금님의 고양이로 살았고 뱃사람의 고양이로, 서커스단의 고양이로 살아 봤습니다. 혼자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로, 어느 소녀의 고양이로도 살아 봤습니다. 고양이는 이제 어느 누구의 고양이도 되고 싶지 않습니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 글, 그림 사노 요코 | 옮김 김난주
연령 6~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10월 14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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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보기) 판매가 12,600 (정가 14,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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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째 다시 태어난 고양이는 주인 없는 길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멋진 이 고양이 주위에 암고양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모두들 선물을 주며 구애를 했지만 고양이는 시큰둥했지요.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새삼스럽게 이런 게 다 뭐야!” 고양이는 자신만을 사랑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양이를 본 척도 않는 하얀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고양이가 다가가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라며 갖은 자랑을 늘어놔도 하얀 고양이는 “그러니?” 하고 대꾸할 뿐입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반했고 사랑에 빠졌습니다. 둘은 늘 함께 다녔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많이 낳았습니다. 고양이는 더 이상 “나는 백만 번이나…….”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밖에 모르던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지요.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하얀 고양이는 먼저 숨을 거둡니다. 99만 9.999번을 죽으면서 한 번도 울지 않았던 고양이는 백만 년 만에 처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며칠 밤낮을 백만 번 울다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책은 독자들마다 다른 해석이 나옵니다.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을 주는 게 더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온전히 자신의 삶을 누려야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자기다운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 호사스럽고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타인에게 예속된 삶은 별 의미가 없었나 봅니다. 진짜 행복해지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깨달으려고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이 세상으로 되돌아온 겁니다. 치유 활동에서 저는 후자 쪽에 비중을 두고 접근합니다만 그림책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은 어느 쪽이어도 괜찮습니다. 정답이 없으니까요.
성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100만 번 산 고양이』가 우성이한테 어떤 메시지로 다가갈 지 궁금했습니다. 우성이는 한참 만에 두 번째 메시지를 읽어 냈습니다. 그러면서 얼룩 고양이를 거쳐 간 99만 9,999명의 주인이 자기 엄마인 것 같다는 말을 하더군요. 엄마의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서요. 주인한테 질식당해 죽은 고양이처럼 자기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림책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솔직하게 내면을 표출하는 것에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성이의 말을 되돌려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피곤해요
첫 만남에서 우성이는 분명히 제게 “뭐하러 찾아서 해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편한데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엄마의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나고 싶다니요. 모순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우성이가 첫날 그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엄마 말을 안 들어주면 하루 종일 피곤해서 토 달지 않고 연구소에 온 거라고 했습니다. 우성이와 나눈 대화의 한 부분입니다.

상담사 : 엄마 말을 안 들어주면 하루 종일 피곤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겠어요?
우성이 : 엄마는 뭐든지 자기 뜻대로 안 되면 하루 종일 히스테리 부려요. 피곤해요. 그래서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돼요.
상담사 : 예를 들면 엄마가 어떤 일들을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나요?
우성이 : 아빠 옷 입는 거, 외식할 때 메뉴 정하는 거, 텔레비전 보는 거, 쇼핑하는 거…….
상담사 : 우성이에 대해서도 엄마가 뜻대로 하려는 게 있나요?
우성이 : 많죠. 학원 정하는 거, 책 골라 주는 거, 먹는 거, 시간표 짜는 거, 친구들이랑 노는 거.
상담사 : 그건 다른 엄마들도 대부분 아이들한테 하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성이 : 그렇긴 하죠. 그런데 엄마는 시키는 대로 해 줘도 마음에 안 들어서 잔소리하는 게 문제예요. 하루만 우리 엄마랑 살아 봐요. 숨 막혀서 미쳐 버릴걸요.
상담사 :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 주면 고맙겠어요.
우성이 : 저 모르게 제 폰 매일 뒤져 보고요. 시키는 거 바로바로 안 하면 계속 다 했는지 확인하고요. 마음먹고 하려고 하는데 엄마가 자꾸 시키니까 할 마음이 사라져요. 제가 뭘 알아서 해도 탈이에요. 왜 그런 걸 하느냐, 엄마랑 의논도 안 하고 제 마음대로 결정했다고. 엄마는 제가 노는 꼴을 못 봐요.
상담사 : 우성이 말대로라면 정말 숨 막히겠는걸요. 그동안 답답해서 어떻게 참았어요?
우성이 : 그러니까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하잖아요. 그게 편하니까요. 다시 태어나면 엄마 자식으로 안 태어나고 싶어요. 그런데 다시 태어날 수가 없는 게 슬프죠.
상담사 : 지금 이 순간 엄마한테 뭐라고 말하고 싶나요?
우성이 : 나를 믿어 주면 안 돼? 좀 내버려 두면 안 돼?
상담사 : 엄마한테 우성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해도 될까요?
우성이 : 제발 그렇게 좀 해 주세요. 제가 얘기하면 엄마는 화부터 낼 거예요. 선생님은 전문가니까 엄마가 들을걸요. 엄마는 자기보다 많이 아는 사람 앞에서는 약해요.
상담사 : 알았어요. 엄마한테 우성이 입장 곤란하지 않게 전해 볼게요.
우성이 : 그런데 선생님은 왜 저한테 말을 높여요?
상담사 : 우성이는 존중받아야 하는 귀한 사람이니까요. 말 높이니까 불편해요?
우성이 : 거리감 느껴져서 부담스러워요. 말을 낮추면 존중 안 하는 게 되나요?
상담사 : 그건 아니죠.
우성이 : 그럼 그냥 편하게 얘기해 주면 안 돼요?

우성이는 저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듯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만남 때와는 달리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고요. 다소 시니컬하고 건방진 말투는 알지도 못하는 상담사 앞에서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일종의 자기 방어였던 셈이지요. 첫 번째 만남에서 가졌던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를 읽고 나서는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인정해 주는 엄마랑 사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요약하면 우성이는 충분히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입니다. 그런데 엄마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 높은 기대치 때문에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결국은 좌절감만 맛보게 되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자율적인 삶의 태도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지요.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6월 10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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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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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소극적인 반항, 양육하는 태도에 변화가 필요해요
엄마의 양육 태도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심리 검사를 통해 양육 태도를 살펴보지 않고 그림책을 활용했습니다. 우성이 엄마는 자녀 양육에 관한 이론서들을 많이 읽은 데다 심리 검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서 검사지를 이용한 양육 태도 검사는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론에 있어서는 전문가 수준이니까요.
그래서 아이를 억압하고 야단치며 아이에게서 어른다움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 『너 왜 울어?』(문학동네)와 『아들아, 아빠가 잠시 잊고 있었단다』(깊은책속옹달샘)를 보여 준 다음 자신에게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게 했지요. 그리고 사랑으로 아이를 대하고 품어 주는 엄마가 등장하는 그림책 『우리 엄마』(웅진주니어)와 『너는 기적이야』(책읽는 곰),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를 보여 준 다음 이런 엄마로 아이를 대해 왔는지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우성이가 상담 받는 동안 엄마가 솔직하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얘기하면서 엄마가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면시켜 주었지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우성이가 엄마한테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잔소리 안 하는 엄마 아닌가요?” 하고 되묻더군요. 페르디난드의 엄마처럼 자기를 믿고 인정해 주는 엄마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성이가 시키는 것만 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었고요. 아들이 소극적인 반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엄마도 할 말은 있었습니다. 시댁과 친정을 통틀어 하나뿐인 아들이다 보니 아들 귀한 집안에서 우성이의 존재는 절대적입니다. 집안의 기대가 온통 우성이한테 쏠려 있음은 물론이고 엄마인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는 부담이 작용한다며 심리적 부담을 털어놓더군요. 그래서 아들 잘 키웠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 완벽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어릴 적부터 계획표를 짜 주고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습관을 들여 주려고 했는데 그게 우성이를 시키는 것만 하는 아이로 만들어 놓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면서요.
지금부터라도 아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선택권과 여유를 주는 연습을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아들을 불안하게 보는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고 덧붙였지요. 지금과 같은 엄마의 양육 태도가 계속되면 우성이의 소극적인 반항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반항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니까요.

자율성을 키워 주려면 이렇게 하세요!
엄마들에게 내 아이지만 싫을 때가 언제인지 물어보는 것처럼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물어 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언제 엄마가 싫은가요? 하고요. 아이들의 다양한 대답들 가운데는 “엄마가 나를 믿지 못해서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할 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식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가 실패하지 않고 조금 더 멋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어서가 아닐까?”라며 엄마 편을 살짝 들어 봅니다만, 아이들은 “그건 확실히 아니에요.”라며 강한 거부감을 보이더군요. 자기 일을 알아서 야무지게 하면 엄마가 왜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겠냐는 반문에는 “안 하는 게 아니라 조금 미뤄 둘 뿐인데, 때가 되면 다 하는데 엄마한테는 바로 지금 당장만 있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바라는 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선택권과 시간을 달라는 것입니다. 엄마와 아이의 생각은 이렇게 팽팽하게 맞섭니다. “엄마랑은 대화가 안 통해”,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저 속을 진짜 모르겠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요. 그래서 요즘 저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독서 치료 프로그램을 자주 진행합니다. 엄마와 아이의 입장을 다룬 그림책을 보여 주고 치유적인 대화와 활동을 함으로써 역지사지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지요.
자율성은 ‘다른 사람의 감독이나 구속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원칙과 판단에 따라 어떤 일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성격의 특성’을 말합니다. 따라서 자율성은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아동기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인성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율성은 부모의 교육과 바람만으로 또는 아이 혼자만의 의지로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와 아이의 생각이 모두 바뀌어야 성취할 수 있답니다.(『어린이를 위한 자율』(위즈덤 하우스) 참고)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속에 자율성을 심어 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 보게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일일이 방법을 가르쳐 주고 지시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해 보세요. 실패에는 격려를, 성공에는 칭찬을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아빠 엄마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소통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TV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가 좋은 예입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성장해 간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책의 힘도 빌려 보시길 바랍니다. 사실주의 그림책이나 판타지 그림책, 옛 이야기 그림책, 인물 이야기책에는 자신의 삶을 용기 있게 개척해 나가는 자율성을 가진 주인공이 곧잘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프레드릭』(시공주니어),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마루벌), 『으뜸 헤엄이』(마루벌), 『반쪽이』(보림), 『루비의 소원』(비룡소), 『종이 봉지 공주』(비룡소), 『바다가 보고 싶었던 개구리』(열린어린이), 『비밀의 강』(사계절), 『사라, 버스를 타다』(사계절), 『바리공주』(비룡소) 등입니다.

『루비의 소원』

『루비의 소원』

『종이 봉지 공주』

『종이 봉지 공주』

『바리공주』

『바리공주』


 

 

 

 

 

 

 
 

 
이러한 그림책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주인공의 자율성을 동일시하고 내면화해 나갑니다. 하지만 혼자 읽는 것보다 아빠 엄마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할 경우 아이의 마음속에는 더욱 현명하고 바람직한 자율성이 싹트게 됩니다. 무엇이 자율인지 알아보기, 자율적인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게 되는지 예측해 보기, 현재 나의 자율성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점검해 보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어떤 부분을 유지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기, 혼자 결정해서 할 수 있는 일과 아빠 엄마의 도움과 조언이 반드시 필요한 일을 구분해 보기 등의 활동을 해 보면 어떨까요?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