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샬롱도 아닌 뷰티살롱. 그저 미용관련 쯤으로 생각하고 표지를 봤는데, 이 표지가 여간 요사스러운것이 아니다. 여학생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세명이 양탄자 위에서 요상한 포즈를 취하고 있고 사막위에 낙타의 줄을 잡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게다가 옛날 미용실에 많이 걸려있던 색색의 발까지 요상한 것 투성이인 이 표지에 눈이 간 이유는 ‘이진 장편소설’이라는 작가명 때문이었다. 아이들 말로 환장하게 좋아하는 이진작가의 글이다. 『원더랜드 대모험』을 만났을 때, 이 작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 책은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이었다. 거의 2년이 흘렀는데도, 딸 아이는 아직도 ‘원더랜드’를 이야기하고, 지금은 ‘뷰티살롱’의 세아를 이야기 한다. 자신이 세아랑 같은 처지라고 우기고 있는 딸아이 떄문에 10만원에 가능한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을 찾아야만 할것 같다.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 당신의 잠재된 아름다움을 발굴해 드립니다.’ 45
학교 후문에 가게들은 파리만 날리는 곳이었다. 그곳에 ‘아르주만드 떡볶이 집’이라는 이름도 특이한 가게가 생기고, 아랍인 오마르가 요리하는 기묘한 떡볶이의 맛은 아이들을 잡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게다가 화려한 옷차림의 주인언니 ‘아르주만드 민’은 아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에 딱인 그런곳이어다. 아랍 왕자는 없지만 끝내주는 떡볶이와 환상이 있는 곳이었으니까 말이다. 떡볶이 집에 붙어있는 광고지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의 광고는 고민을 안고 있는 세 아이에겐 꼭 참여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다이어트가 고민인 세아, 여드름이 날 때마다 성적이 하락하는 징크스를 깨고 싶은 윤지, 보이시한 외모에서 벗어나 여자다워지고 싶은 화영.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르주만드 언니의 수업을 들으면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은 번데기였다. 그리고 만두 언니는 화려한 날개를 지닌 나비였다. 언니는 화려한 날개를 보란 듯이 퍼덕이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 우리는 번데기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는 작은 애벌레이며, 석 달 후에는 멋지게 탈피할거라고.’ (p.121)
뷰티 살롱의 수업을 들으면 삼 개월 안에 진짜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르주만드 언니의 이야기는 정말 그럴 수 있을것 같았고,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근사하게 다가왔다. 부자 아버지의 숨겨진 딸이라는 이야기도 아랍에서 살았다는 것도, 언니의 입에서 나오면 아라비안 나이트의 ‘셰에라자드’의 이야기처럼 폭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아이들은 터무니없는 괴상한 포즈를 취하고 구호를 외치면서 삼개월 후의 자신의 모습을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이라는 번데기에서 빠져나온 훨훨 나는 나비로 그리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속 이야기를 조그씩 꺼내기 시작한다. 아빠가 주유소에서 일하는 동안, 엄마는 보험 회사에 다니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그런 엄마의 눈엔 과체중인 세아도, 게임중독인 오빠도 기름냄새 폴폴 풍기는 아빠도 달가울 리 없었겠지만, 세아는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교 3등’으로 불리는 윤지는 여드름의 징크스에 빠져 있다. 더 높은 성적을 올리고 싶고 그런 적도 있지만 여드름이 세 개 난 이후부터 3등의 늪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에 빠져 딸에게 따듯한 관심을 보여 주지 않는 부모님에게 잘 보이려고 성적에 과하게 집착하는 윤지는 여드름이 사라지면 1등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다. 운동부 출신에 차림새도 남자 같아 여자애들에게는 인기가 넘치지만, 자기를 유일하게 여자로 봐준 대학생 남자친구에게서 상처를 받은 후 화영은 진짜 여자가 되고 싶었다. 자신의 본 모습을 좋아하는 줄 알았던 남자찬구에게 받은 배신감은 화영을 세아와 윤지와 함께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의 문을 두드리게 만들었다.
어른들은 알고 있다. 이 터무니 없는 뷰티살롱의 주인이 어떤 인물인지. 하지만 고등학생인 아이들의 눈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중학교만 되어도 어른들은 아이를 어른으로 대하려 하고, 아이들의 터무니 없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때도 많다. 그 나이에는 당연한 행동임에도 말이다. 외면의 문제로 뷰티살롱은 찾은 아이들은 내면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세아가 엄마의 아픔을 알게 되고, 화영이 다시 남자친구를 만나고, 윤지가 억울해서라도 모델대회에 나가기까지 이야기는 아이들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지만, 그저 아이들의 목소리에 킥킥 거리고 웃을 수 만은 없게 만든다. 검은 승용차의 괴담이 오마르를 어떻게 했는지는 알수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른 후 세아가 우연히 마주친 광고판이 만두 언니 였는지도 확실하지가 않다. 하지만, 작가는 이야기한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이다. 분명 책의 내용은 유쾌하고 재미있고, 톡톡 튄다. 하지만,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작가의 말’속에 있는 몇줄 이었다. 내가 느끼지 못하고 넘겨버렸던 이야기들 말이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어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로 죽음을 생각하고, 때로는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그 대수롭지 않은 이유들에 진심으로 공감해 주는 것은 또래, 친구뿐이다….지금 이 순간에도 간절히 친구를 찾아 헤메는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