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 걸( Roller Girl ), 소녀들의 멋진 성장담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12월 16일 | 정가 13,000원
수상/추천 뉴베리 명예상 외 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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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 더비」 라는 스포츠를 익히며 강하게 커 나가는 열두 살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그래픽 노블을 만나보았습니다. 2016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 「롤러 걸」 입니다.

 

주인공인 열두살 소녀 애스트리드는 엄마가 체험학습 삼아 보여준 롤러 더비라는 스포츠에 푹 빠집니다. 주니어 롤러 더비 캠프에 등록하죠. 멋져 보이기만 했던 롤러 더비, 막상 롤러스케이트를 신어보니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습니다.

롤러 더비(roller derby) 라는 스포츠는 194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로 5명이 팀을 이뤄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하며 상대를 밀치거나 넘어뜨려 점수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당초에는 평평한 장소 또는 타원형 링크에서 실시하는 단순한 경주였다가 평면을 경사지게 한 뱅크트랙으로 만들어 스피드업을 재는 등 규칙이 개정되었다고 하네요. 경기 중 심판은 60초 스팬(잼스)을 할당 하고 각 팀에서 지정된 스케이터들이 팩에서 떨어져 나와 트랙을 먼저 돌며 상대편을 따라잡게 되면 득점을 하게 된다고 하죠. 팀은 각 상대편 팀의 잼머가 먼저 지나칠 때 1점씩 줍니다. 선수들은 자기팀의 잼머를 팩 주변에서 도와주며, 상대편 잼머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블록을 하거나 밀치거나 경쟁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함께 등록할 것이라고 믿었던 절친 니콜은 머뭇거리며 대답을 피하더니 애스트리드가 끔찍히 싫어하는 다른 여자아이와 발레 캠프에 등록해버리고 맙니다.  절친이 자신을 ‘배신’ 했다고 생각한 애스트리드는
화도 나고 괜한 오기도 생깁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니콜과 함께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계속 롤러 더비 캠프에 참가하죠. 그러나 쉬울 거라 생각했던 롤러 더비마저도 실력이 나아지지를 않습니다. 친구와 멀어지고, 롤더 더비 실력도 나아지지 않아 ‘왜 나는 이것밖에 못하는 걸까’라는 자괴감까지 드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와의 관계도 뜻하지 않게 어그러지려 하죠. 소녀의 이번 여름은 참 힘이 듭니다. 사춘기 소녀가 겪는 이 성장의 통과의례들을 점층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의 구성에 감탄을 해보게 된다지요.

 

첫번째. 친구관계, 소녀가 깨달은 것

여자 아이들은 「단짝」을 원합니다. 단체생활을 시작하면서 이 단짝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지요. 이 책 속에서 애스트리드와 니콜은 꽤 오랜 시간을 단짝으로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이 둘의 모습은 참 다릅니다.  애스트리드는 외모에 관심이 별로 없는 터라 선머슴 같은 반면 꾸미는 것과 이성에 관심이 많은 니콜이라죠. 이번 여름, 애스트리드는 일방적으로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자신의 잘못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항상 네가 원하는 것만 했어.
롤러스케이팅이나 과학관 견학 같은 것들.
너는 내가 좋아하는 것 따위 관심도 없었잖아.

두번째. 롤러 더비, 스포츠를 통해 소녀가 배운 것

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롤러 더비. ‘돌아버릴 정도로’ 넘어지고 깨지는 매일 매일. 과연 실력이 나아질 수 있을까 포기하려 할 때 소녀는 자신이 실력이 늘었음을 깨닫습니다. 지루하고 힘든 훈련이었지만 차곡차곡 쌓여 밑거름이 되고 있었던 거죠. 소녀는 자신이 경험한 이 작은 ‘성공’ 에 몇 주만에 처음으로 행복에 젖었다고 표현합니다. 무엇이든 노력없이 되는 것이 없다는 것도 깨닫죠.

그리고 첫 시합에 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가지 감정들. 경쟁, 협력, 실패, 좌절, 질투, 성장 그 모든 것. 끈임없이 부딪히고 넘어지며, 멍들지만 이겨 나가야 하는 롤러 더비라는 스포츠는 소녀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 소녀가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어나가야 할 삶을 축약해놓은 것 같죠. 소녀는 롤러 더비 경기에서 부담을 내려놓고 시합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무섭고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당당하게 맞서 단단하게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그래! 잘했어!” 라고 외치게 된답니다.

 

솔직히 난 잘 해낼 자신이 없었어.
하지만 레인보우 바이트의 쪽지가 자꾸만 떠올랐어.
계속 피하기만 한다면 나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하겠지

 

 

세번째. 엄마와의 관계, 소녀가 깨달은 것

엄마는 교양문화 시간을 함께 보낸다며 주인공을 시낭송회, 미술관 견학, 오페라 관람 등에 데리고 다닙니다. 주인공이 좀더 단정한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애스트리드에게 그러한 것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솔직할 수 없던 주인공은 절친 니콜이 함께 등록하지 않은 것을 숨기고 혼자서 롤러 더비 캠프에 다닙니다. 나중에 거짓말이 들통이 나자 엄마는 매우 놀라고 실망하죠. 친구와의 어그러진 관계, 롤러 더비에서의 슬럼프, 엄마에게의 거짓말.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사춘기 소녀는 폭발하고 맙니다.

 쳇! …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단 말이에요!

 

 

그리고 엄마에게 다 털어놓습니다. 폭풍의 시간이 지나간 후, 여전히 엄마의 충고는 잔소리 같고, 문제들이 한번에 해결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엄마도, 딸도 서로에게 솔직하기로 하죠. 영원한 숙제인 엄마와 딸의 관계, 이 진지한 이야기를 코믹한 그림으로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네요. 주인공 소녀는 한 걸음 내딛은 기분이 듭니다.

 

 

이번 여름, 소녀는 무엇인가 변한 것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네요. 제가 겪었던 그 시기가 떠오르면서 공감해버린 글.

 

참 이상하지? 이번 여름 동안 많은 게 달라졌어.

전에는 모든 게 참 간단했는데

하얗거나 까맣거나,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절친이거나 원수 덩어리거나,

이제는 모든 게 너무나 복잡해졌어.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땅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야.

나 스스로 길을 찾아서 그곳을 헤쳐 나가야겠지?

 


누구나 겪지만 넘어가야할 이들에게는 정말 힘든 시기, 이 시기를 사실적으로 풀어내 공감의 장을 마련하면서도 심각하지 않고 유쾌하게 이끄는 주인공의 유머 넘치는 입담은 이 책의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이 책이 수상한 뉴베리 상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동 문학상으로 미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합니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출간된 아동 문학 중 최고의 작품에게 수여합니다. 이 책은 그래픽 노블로서는 이례적으로 뉴베리 명예상을 수상했다고 하지요. 꼭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