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노트르담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6년 12월 23일 | 정가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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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인가…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의 최초 내한 공연 소식을 접하고, 큰 맘 먹고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며 예약하고 남편과 함께 관람하러 갔던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책으로 읽어보진 못했지만 간단하게나마 줄거리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공연의 언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오리지널 팀의 훌륭한 음악과 연기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그리고 그만큼 만족시켜 주었던 공연이었다.

 

아… 그런데, 그때 난 정말 그 음악과 노래의 감동만 들었던 것인지… 이번에 “비룡소 클래식”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으며 엄청나게 혼란스러웠다. 내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과 너무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 길고 긴 소설을 약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으로 줄이다 보니 생기는 오차도 있을 것이고 음악이나 이미지로 표현되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다르게 기억하는 게 가능한 것일까 하며 자책했다.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파리의 노트르담> 독서가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적어도 이젠 이 내용을 잘못알지는 않을테니까.

 

원래 빅토르 위고의 원작 <파리의 노트르담>은 이 비룡소 클래식 531페이지 보다 두 배 가량 많은 분량이라고 한다. 익히 <레미제라블>에서도 그랬듯이 빅토르 위고는 당시의 역사적 현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것들이 이 소설들이 이루는 사건의 주요 배경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룡소 클래식”은 청소년들이 좋은 작품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진 시리즈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고 읽기 싫어질 수 있는 그 많은 페이지들 중 분량만 줄인 에꼴 데 루아지르 출판사의 <파리의 노트르담>을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읽어보니 <파리의 노트르담>의 시대적 배경이 빅토르 위고 시대보다 훨씬 앞이기 때문에 작가는 루이 11세의 시대적 배경과 “파리”라는 공간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장대한 묘사가 곳곳에 펼쳐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소도 아닌데 그 시대, 그 장소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자니 역시 조금은 따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스메랄다와 카지모도, 프롤로 부주교의 이야기는 정말 끔찍하도록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너무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의 그 절망감에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나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을 때 오히려 파괴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이들의 불행과 인연은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점점 얽히고 점점 단단해져 끝모를 비극으로 치닫는다.

 

<파리의 노트르담>은 단지 세 주인공의 엇갈린 사랑과 비극 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너무나 비열하고 너무나 권위적인 윗사람들(왕을 비롯한 귀족들, 사제들)과 그 반대편에 서 매일을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기적궁 사람들을 대비하며 과연 누가 더 비인간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잘못된 오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지 그저 자기 안위와 자존심만 중요한 권력자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지도 말이다.

 

고전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에 고전이라고 했다. 좋은 작품은 아이들에게 살아가야 할 방향, 삶의 목적을 가르친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아주 즐겁게, 음미하며 읽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