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넘치는 세상이다.
책도 만화도 게임도 너무나 다양하게, 온갖 플랫폼으로 쏟아져나온다. 자극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책으로 눈을 돌릴 새가 없는 것도 당연하다. 바쁜, 더 재미있는 것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배울게 있는 게임 같은 컨텐츠 또한 그런 시류를 반영해 많이 나온다. 대부분은 재미로만 끝나는 컨텐츠지만 어스본에서 나오는 책들은 교육적인 느낌 없이,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게임같다. 이번 책은 지도 게임북이다.
초등 저학년의 아이들에게 지도는 어려울 수 있는 주제다. 아직 방위, 지형에 대한 개념이 없고 공간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약간은 걱정되는 마음으로 먼저 책을 살펴보던 때,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2학년 가을 교과서에 지도에 관한 개념이 마침 딱 등장했다. 덕분에 아주 쉽고 편안하게 책에 접근할 수 있었다.!
나의 주변 동네에 대해 알아보고 마을을 탐험하고 지도를 그려보며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내용이다. 개략적인 지도의 개념과 방위, 공간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지도까지 그려보며 EBS 방송에서는 위도와 경도까지 배웠다. 멋진 우연으로 아이가 하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교과서와 같은 개념을 다루어 지도와 방위에 대해 한번 더 살필 기회가 있었다.
이런 백그라운드를 만든 후에 책을 보자 아이는 흥미를 가지고 책을 펼 수 있었다. 이 책은 매 페이지가 게임인 액티비티 북으로, 총 36가지의 게임이 수록되어 있다. 한 게임은 두 페이지에 구성되어 아주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할 수 있는 디자인이었다. 작가의 이름에 8명의 디자이너가 이름을 올린 이유를 책을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림작가는 무려 6명, 글 작가는 3명이다. 한 권의 책에 들어간 정성이 어마어마하다.
책은 지도의 종류부터 시작한다. 행정지도, 지형도, 성좌도, 인체지도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지도를 알려준 후 등고선과 위도와 경도, 격좌 좌표에 대해 직접 찾아보고 풀어보는 게임의 형태로 개념을 제시한다. 이후에는 지도의 종류에 맞춰 역사, 문화, 신화 등 전 영역을 아우르는 게임들이 등장한다. 한장의 게임을 풀고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계해 아이와 읽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 참 즐거웠다.
영웅의 여정 페이지를 보자.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지도로 살펴보며 각각의 위치에서 어떤 모험이 펼쳐졌는지가 짤막하지만 잘 다루어지고 있다. 신화와 지도가 만난 것이다. 이 게임을 하기 전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좀더 자세히 살펴본 후 게임을 하니 아이는 더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게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유명한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지도를 찾아보는, 아는 아이에게는 아주 재미있을, 상상이 현실이 되는 퀴즈도 흥미로웠고, 북유럽 신화 속 세계관 지도도 북유럽 신화를 아는 아이에게는 몹시 신나는 페이지였다. 북유럽 신화에 대해 읽고 즐거워하던 아이였기에 아는 내용이 나오니 무척 좋아했고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환상 지도, 말하자면 나만의 세계관을 만드는 활동도 즐겁게 했다. 이런 식으로 단순히 우리 주변을 구성하는 지형에 관한 지도가 아닌, 우리가 살면서 접했을 모든 형태의 세계를 아우르는 지도에 관한 게임은 총체적이고 융합적이다. 아는만큼 즐겁고, 채워가는 재미 또한 크다.
성좌도에 관해서도 숨은그림찾기의 게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너무나 다양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들은 지도에 관해 우리가 가진 인식을 뛰어넘어 보여준다. 긴 설명보다도 직관적인 일러스트와 구성이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지도에 관해 넓은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림책 같은 외양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넓어 두고 두고 다시 봐도 좋을 책이다. 한번에 다 끝낸다 생각하지 말고 한 주에 한 개 정도로 진행하며 연계하고 채워가도 좋을 것 같다. 아홉 살 아이와 정말 즐겁게 놀고 읽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하나씩 해나갈 예정이다. 4학년 사회 교과와도 연결이 된다고 하니 그때까지 함께 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