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자 (경혜원 지음) : 그리고 엄마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71 | 글, 그림 경혜원
연령 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21년 6월 28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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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들었던 그림책 강연에서

좋은 지식 그림책은 어떤 책일까 언급된 적이 있다.

 

그림이 정확하거나 실사 사진이 생생한 책?

지식 정보의 전달이 확실하고 풍성한 책?

 

다 중요하겠지만 세상에의 호기심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라는 부분이

마음에 인상깊게 남았었다.

 

 

그런 면에서 경혜원 작가님의 <나는 사자>는 엄마의 인생 그림책이자 사자의 생태를 반영한 훌륭한 지식 그림책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나는 사자

경혜원 글 그림 

비룡소 창작그림책 71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암사자의 강렬한 눈빛과, 억세고 강인한 팔근육이었다. 이곳에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듯한 생동감.

 

 

 

표지를 넘기면

마주 보고 있는 듯한 수사자 한마리, 그리고 저 너머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암사자가 보인다.

멀리 한가롭게 풀을 뜯는 듯한 초식동물 무리도 보이고…

 

 

어느새 우리는 아프리카의 초원에 와 있는 듯하다.

 

 

 

짧지만 오래도록 마음을 울리는 헌사에서

그 세월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까.

 

 

야생의 초원처럼 녹록지 않은 삶 속에서

세 자녀를 키워낸 나의 엄마, 유경옥 님께

 

 

많은 사람에게 ‘사자’하면 떠오르는 것은 

길고 풍성한 갈기를 지닌 수사자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자의 삶을 지속시키는 것은 

암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 헌사, 그리고 작가의 말 발췌

 

 

 

 

 

임신한 암사자들도 사냥에서 예외가 아니다.

위축되거나 뒤로 물러서기는커녕

단단한 몸 속에 새끼를 지킨 채

 

 

곧은 눈으로 사냥감을 주시하고

빠르게 달려가서 망설임없이 물어뜯기.

 

 

살아 움직이는 듯 역동적인 암사자의 사냥 현장은

사자의 생태를 반영한 한편의 대 서사시를 보는 듯하다.

 

 

경혜원 작가님은 이번 책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한지에 그리셨다고 하던데

 

먹의 느낌과 붓터치가 살아 있는 질감,

절제된 색채의 사용으로 암사자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더욱 힘을 모아야하는

암사자 공동육아의 현장.

사냥도, 육아도 암사자의 몫이기에

돌아가며 젖을 먹이고 서로 쉴 수 있게 돕는다.

 

 

 

 

 

저 멀리 뒹굴거리며 쉬고 있는 수사자의 모습 포착…

수사자의 존재감은 뒷배경처럼 흐릿하다 ^^;;

 

 

 

 

 

나란히 쪼로록, 어미 사자만큼이나 진지한 표정의 새끼들.

엄마의 완소 페이지 중 하나!

 

 

수사자가 비중있게 진한 색으로 채색된 페이지가 두 군데 있었는데

하나는 무리를 위협하는 하이에나들을 내쫓는 장면이었고

 

 

 

몸이 크고 무거워서 일상의 사냥에 참여하기 어려운

수사자는 종족 번식의 의무를 다하며

무리가 위협당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궁금해서 검색해봄)

 

 

 

그마저도 ‘엄마와 엄마 친구들이 너희를 지켜줄거야.’라고 어미사자인 화자는 말하고 있다.

엄마 친구는 아이 아빠일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부차적이다. 아무튼 엄마에게는 함께할 친구가 있다.

 

 

 

 

 

그리고 다 자란 수사자들이 무리를 떠나는 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는 우두머리 수사자이다.

 

 

암사자 역시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지만

그 옆의 새끼 사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서로 장난치고 노느라 바쁘다.

만남도 헤어짐도 삶의 여정에서 스쳐가는 하나의 과정일뿐

야단법석 떨 필요 없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아니 어쩌면 언젠가 겪을 삶의 희노애락을 굳이 일찍부터 알 필요는 없다. 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른 수사자가 되면,  암사자가 되면, 그 무게는 오롯이 그에게도 전해질 것이기에.

 

 

 

 

 

 

 

작가는 사자의 삶을 보여줬지만 독자는 인간의 삶을 반추하게 되기에

다 자란 수사자를 떠나보내는 페이지에서 나는 한참을 머물렀다.

 

 

기질적으로, 생리적으로 나와 너무 다른 너에게

내가 엄마로서 전할 수 있는 가치들은 무엇인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하게 될 그 날에는

이렇게 담담하게 바라보며 응원할 수 있을지.

 

 

지금은 서로가 서로의 경계선을 끊임없이 침범하며

너와 내가 상처주고 상처받는 나날들이다..

 

 

 

새끼 사자들도 이제 다 자랐다며, 내가 자세히 보지 않았던 포인트를 짚어주는 아이.

혼자 읽어도 좋지만 같이 읽으면 더 좋은 그림책 읽기의 묘미.

 

 

나는 사자. 여기는 내가 사는 곳이야. 로 시작한 책은

여기는 우리가 사는 곳. 우리는 사자야! 로 끝맺는다.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엄마에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내 아이에게로 이어지는

끈끈한 삶의 연대, 감동의 파노라마이다.

 

 

짧은 그림책이지만 그리 가볍지 않아서

책장을 덮을 때는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것처럼 듬직한 울림이 있었던 책.

 

아이를 오롯이 키워냈거나 키울 예정인 모든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은?

 

지혜롭고 강인한 쿨 육아의 표본,

내 안의 엄마를 깨우고 싶을때

 

조은수 글 그림의 <악어엄마>는 자연의 생태 속에서 또 다른 멋진 어머니 상을 담아냈다.

 

이 세상에는 엄마가 아주 많아. 

하지만 악어 엄마 같은 엄마는 흔치 않지. 

 

무섭게만 보이던 악어 엄마가 현명하고 지혜롭게 새끼를 기르는 모습을 보며 작은 격려를 받는다.

 

물론 자연관찰책 좋아하는 아이와 사자가 나오는 실사 책을 곁들여 읽어도 괜찮다.

웅진 땅친구 물친구 <함께 사는 사자>는 풀어가는 내용의 결이 비슷해서 더 좋았던듯.

 

 

이 책은 비룡소 연못지기 29기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비룡소 출판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