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빗 콜의 책은 가벼우면서도 재치있고 책장을 덮으면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그런 책이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림만 보고도 배빗 콜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연호에게 읽어주며 이 작가의 그림 어디서 본 적 없느냐고 물었더니 금방 알아맞춘다. 바로 [멍멍 의사 선생님].
부제가 ‘아이들이 작동하는 법’이라고 되어 있다. 아니 제목 자체도 꼬맹이를 고른다는 표현에 어리둥절 해 했는데 이건 또 뭔 말인가… 이야기는 부부의 ‘꼬맹이 갖는 법’으로 시작한다. (다행히 객관식이다.)
1. 직접 만든다.
2. 기존 제품에서 고른다.
3. 꼬맹이를 빌린다.
4. 통신 판매로 주문을 한다.
그 방법은 객관식인데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시종일관 좋은 꼬맹이와 나쁜 꼬맹이를 비교해 놓았다. ‘뭐…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아니 예측대로 시작을 한다.
좋은 꼬맹이는 깔끔하고 웃는 얼굴에 동물을 사랑하는 그런 모습이고 나쁜 꼬맹이는 일자 눈썹에 심술궂은 표정에 몽둥이를 들고 있으며 깔끔하지 않은 모습…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겨가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먹는 것을 연료라고 표현하고 소화를 연료의 처리과정, 구조와 부품이라는 말을 쓰는 등 사람과 기계를 비교해 놓은 듯한 그림과 글들이 재미있다. 특히 남자 아이라서 그런지 더 재미있어 한다. 하긴 4학년짜리 딸 아이도 어젯밤에 두 번을 읽고 잤다고 하니 남자라서 더 좋아한다는 말은 순전히 나의 판단착오이며 편견일게다.
어찌보면 이 책은 인체에 관한 지식책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각 몸의 기관에 대한 그림과 설명들이 자세히 표현되어 있으므로…
그런데 나쁜 꼬맹이는 속의 모습이 기계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위는 연료 믹서로, 기관지는 둥둥 라디오라는 등 표현이 독특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귀를 설명한 부분에서 나쁜 꼬맹이는 소리가 입력되면 싫어하는 정보는 곧장 반대편 귀로 빠져나간다. 그야말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좋은 꼬맹이와 나쁜 꼬맹이 구별하는 법을 차근차근 익힌 주인공들은 고민을 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그러면서 아내가 하는 말, “차라리 강아지가 낫겠는걸.”
잀어주기에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어 줘야만 했다. 너무 좋아하기에…
그러면서 사 달라고 한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요즘은 그림책을 사는 것이 뜸했는데 좋아하는 책을 오랫만에 발견했으니 사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