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장난감은 책이었다.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77 | 글, 그림 클로드 부종 | 옮김 최윤정
연령 5~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2년 5월 7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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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장난감은 책이었다. 물론 뽕뽕거리는 소리가 나는 지극히 유아적인 장나감을 제외하고 말이다. 어른들의 손바닥만한 앙증맞은 책은 몇 개의 단어와 화려한 색깔의 사물이 나오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아이는 물고 빨고 깔고안고 펼쳐놓고 집을 짓기도 하며 실컷 놀았다.
얇은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가지고 놀며 낙서도 하고 때론 찢기도 했지만 두꺼운 테잎으로 정성껏 붙이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한바닥 테잎을 붙여 놓으며 나쁜 버릇을 고치기도 했다. 한 살 한 살 더 먹으며 엄마에게 사랑 받는 방법으로 아이가 택한 방법도 고맙게 책을 보는 것이었다. 몇 십번을 읽어준 그림책을 달달 외워 자랑스럽게 책을 읽노라 큰 소리치던 아이의 모습이 선하다. 그렇게 아이는 책과 놀며 자랐다.
아름다운 책이라는 제목과 함께 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을 보았는지 동그랗게 뜬 두 토끼의 눈이었다. 도대체 무엇을 보았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책장을 열어본다. 조그마한 책상 앞에 어깨동무를 하고 무언가를 보고 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에르네스트는 책을 한 권 발견해 집으로 가져온다. 책이 무엇인지 모르는 동생에게 책은 조심해서 다루는 것이라고 주의를 주는 모습이 의젓하다. 동생과 나란히 앉아 책을 보는 두 형제는 어느덧 책 속으로 빠져든다.
구슬치기를 하면 함께 구슬치기를 하고 여우의 흉계를 꿰뚫어보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토끼와 함께 떠다니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지나친 상상력을 경계해 주는 에르네스트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책의 매력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일을 이루는 것일테다. 무시무시한 초록용을 때려 눕힌 매력적인 장면에서 넋을 잃는 두 형제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렇지만 상상력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잊지않도록 한다. 넘치는 동생의 상상력을 막아서는 에르네스트가 불만이었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이 상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혼돈해 위험스런 장난을 하다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종종 뉴스거리가 됨을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어릴 적 보자기 하나 두르고 자신이 슈퍼맨임을 증명하기 위해 지붕에서 뛰어내리던 장난꾸러기들이 한둘은 꼭 있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책 속에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었던 꿈같은 일들을 해 볼 수 있다. 무서운 사자와 여우를 서커스처럼 훈련시키기도 하고 무지무지하게 큰 토끼가 되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책에 너무 깊이 빠져 정작 자신들에게 진짜 여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두형제. 뒤늦게 정신을 차리지만 그들에게 오로지 책 한권 밖에 없었다. 에르테스트는 여우의 머리통에책을 휘둘러 여우를 쫓아 버린다. 이로써 에르테스트는 책이 정말 쓸모가 많음을 동생 앞에서 증명해 보인 것이다.
클로드 부종은 책은 글자와 그림을 읽는 재미있는 놀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때론 의외의 용도로 책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카다랗고 딱딱한 껍질 속에 숨어있는 땅콩처럼 재미있고 맛난 이야기로 가득찬 것이 바로 책인 것이다.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맛있고 즐겁게 먹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