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그림책을 볼 때는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3 | 글, 그림 이영경
연령 6~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4월 10일 | 정가 9,500원
수상/추천 SBS 어린이 미디어 대상 외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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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방 일곱 동무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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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그림책을 볼 때는 일단 쫙 펴서 겉표지를 앞뒤로 다같이 볼수 있게 펼쳐놓고 본다. 그러면 의외로 신기한 그림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대개는 책을 볼 때 앞표지는 보지만, 아니 볼 수밖에 없지만 뒷표지는 유심히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위의 방법대로 하면 뒷면에 있는 그림도 자세히 볼 수 있고 간혹 연결되는 그림의 전체모습을 보는 행운까지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독자가 일곱 동무를 보는 위치가 달라진다. 앞면을 보면 독자가 밖에서 집을 바라보는 것이 되지만 뒷면은 방안에서 일곱 동무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이 가전체 소설인 <규중칠우쟁론기>를 어린이책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창 외국 그림책이 쏟아져 나올 때쯤 우리 색채를 드러낸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가 이 책이었다. 그러기에 더 신선했고 친근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은은한 색의 화선지에 지금의 아이들이 보면 결코 미인이라고 할 수 없으나 그 옛날에는 분명 미인의 기준에 들었을 법한 빨강 두건 아씨를 보노라면 이게 바로 우리 모습이구나를 느낄 수 있다. 쌍꺼풀지고 커다란 눈과 갸름한 얼굴이 아닌, 약간은 동글납작한 얼굴에 외꺼풀 눈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바느질할 때 꼭 필요한 일곱 가지를 의인화시킨 그림이 재미있다. 게다가 각각의 특성에 맞게 빚어낸 그림은 보는 이를 웃음짓게 만든다. 요즘에는 볼 수 없는 인두와 숯을 넣고 사용하는 다리미.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인두도 있었고 이런 다리미도 간혹 있는 집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민속촌에나 있는 물건이 되었다. 하긴 화로도 어렸을 때 겨울이면 끼고 살았던 것이지만 지금은 역시나 민속촌에나 가야 볼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골무를 직접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일부러 박물관에 갔을 때 맘 먹고 하나 사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너도나도 만져 보겠다며 줄을 선다. 이러다간 우리 전통이고 뭐고 다 잊혀지는 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나마 이런 책들이 있으니 보기라도 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가녀린 희망을 가져 본다.

책을 읽다 보면 아씨가 누워서 자는 모습을 뒷배경으로 해서 각각의 동무들이 서로 자기가 제일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하는 그림이 이어진다. 이 때 아씨의 표정을 보면 무언가 변화가 느껴진다. 때론 눈을 반쯤 뜨기도 하고 때론 인상을 쓰기도 하면서 어떤 때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기도 한다. 아씨 그림이 동일한 위치에 놓여 있는 이유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어른들은 대개 글자만 열심히 읽느라 이런 세세한 장면은 눈치채지 못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용케도 알아본다. 그러면서 재미있어 한다. <규중칠우쟁론기>가 이런 내용이었구나…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이라고는 제목 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짧게나마 내용을 만나고 보니 거꾸로 원래의 <규중칠우쟁론기>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작가가 의도한 것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의 어린이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어렸을 때 읽었던 그림책을 생각하며 원전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그 중 몇 명이라도 진짜로 읽어만 준다면, 우리 옛 소설이 아주 잊혀지거나 교과서 속에서 제목만으로 남는 비운은 벗어나게 되기를 기대하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혼자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