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옷을 입고 어딘가를 뚱하게 쳐다 보는 곰이 나오는 이야기. 패딩턴은 뚱해 보이지만 아주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곰이다. 정말 이런 곰인형 친구가 있다면 얼나마 재미있을까 생각하지만 엉뚱한 사고를 치고 다니는 패딩턴 뒷바라지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걱정도 된다.
위니 더 푸우가 동물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주로 지내는 이야기인 반면 패딩턴은 도시에서 사람 가족과 함께 어울려 사는 이야기다. 푸우나 패딩턴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털이 몽실몽실하고 귀여운 곰인형이지만 패딩턴이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면서 웃음을 만드는 것이 더 재미있다. 여기 저기서 사고를 치지만 가족이 된 브라운 씨 가족은 패딩턴을 사랑하고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가족이라고 처음부터 죽이 잘 맞는 것도 아니니까.
브라운 씨 가족은 패딩턴에게 생일 파티도 열어 주고 바다에 가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백화점에도 간다. 패딩턴의 사회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가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와 마찮가지로 패딩턴도 실수하고 엉뚱한 일을 저지르기도 하면서 배워나가고 교훈을 얻고 요령을 터득하면서 사회화를 경험한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칼레이터도 타보는 진짜 문명화된 곰이다. 도시에서 겪는 패딩턴의 재미난 모험담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을 모두 즐거운 책읽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패딩턴의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된다. 그럴 때의 아쉬움이란…그 때를 위해서 작가는 다음 책을 썼나보다. 패딩턴 이야기가 아직 더 있다.
책 읽기의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읽어나간다는 재미도 크다. 아무리 좋은 교훈과 내용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해도 독자가 읽어나갈 수 없다면 그 책은 좋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쭉쭉 읽어나가면서 즐거이 읽고 줄과 줄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을 상상하도록 만드는 책이 정말 좋은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 책을 덮고 아쉬움에 다시 책을 뒤적뒤적 넘기게 하는 것이 좋은 책이다. 부지런한 독자를 만드는 작가가 많아서 책 읽기의 즐거움이 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