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동화책, 그림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나 눈이 동그랗고 머리카락이 칼라인 서양의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동양, 그것도 중국의 여자 아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인물들도 모두 동양인인데 그림이 너무 재밌다. 모두들 얼굴은 호떡같이 동글납작하고 눈은 심하게 죽 찢어져 있고 눈동자는 얼마나 작은지…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서워 보이기까지하다. 하지만 내용은 아주 좋다. 남여불평등에 대해 조근조근, 나직나직하게 말하고 있다.
중국이 아직까지 공산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때인 것 같다. 남녀가 하는 일을 구별하고 남자 아이들은 계속 공부를 시키고 여자 아이들은 집안 일을 가르치는 것을 보면..지금의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그 때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눈치챘다면 여자라서 차별 받는 것을 견디게 좀 더 쉬웠을 지도 모르겠다.
여자 아이지만 루비는 당연 돋보이는 실력을 가진 아이다. 글도 잘 쓰고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다. 하지만 여자로 태어나서 대학에는 갈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시를 짓고 그 시가 할아버지의 손에 들어간다. 언제 남자 아이, 여자 아이를 다르게 키웠느냐는 할아버지의 물음에 루비의 입에서는 조심스럽게 사소하지만 생활 속에서 여자들이 겪는 차별들이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건 남자들만 대학에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용감하고 진취적인 루비는 총명하고 아름다운 아이다. 할아버지도 루비의 능력을 알아주었기에 설날 루비에게 준 봉투에 대학에서 온 편지가 들어있었던 것 같다. 루비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공자를 버려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생각난다. 중국도, 일본도 버렸는데 우리만 아직까지 공자 속에거, 유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중국은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여자들도 모두 직업 전선에 나가게 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사 부담이 공동이 됐다고 한다. 현재 중국은 아침은 거의 대부분 나가서 사먹고 저녁은 먼저 집에 오는 사람이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공산주의가 그건 하나 잘 한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는 여자가 맞벌이를 해도 가사 노동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예전처럼 여자니까 공부 안 시킨다는 벼락 맞을 소리는 안 나오지만 공부해서 돈을 벌면서도 여자들은 육아와 가사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맞벌이를 해도 시댁 김장에 불려 가야 하고 아이들때문에 종종 걸음을 쳐야 하는 우리나라 여자들이 생각나게 한다. 루비는 소원을 이루었지만 우리 나라 여자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