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좋겠다.”
날씨가 추워지면 문득문득 아이가 혼잣말을 하곤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눈도 잘 내리지 않을 뿐더러, 막상 눈이 와도 감기에 걸릴까봐 잘 나가지도 않았는데, 아이에겐 어떤 추억이 있어 그러는 것일까 궁금하네요.
혹 아빠가 조그맣게 만들어준 눈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누구의 흔적도 남지 않은 곳에 발도장을 찍던 것을 기억하는 것일까요?
이유가 무엇이건 아이의 그리움의 상대인 눈을 기다리며 에즈라 잭 키츠님의 눈 오는 날을 반겨 맞았습니다.
눈 오는 날의 주인공 피터는, 참 아이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으로 인해 온통 새하얗게 변한 풍경 속에 서 있는 흑인아이가 다소 어색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러한 생각을 오래 갖고 있기엔 피터가 너무 귀엽습니다.
빨간 외투를 입고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여러 모양의 발자국 만들기.
발로, 나무 막대로 선 그리기.
눈옷 입은 나무 건드려 보기.
눈사람, 눈천사 만들기.
눈더미 산 미끄럼 타기.
마치 내 아이가 노는 듯한 모습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찾아오네요.
더 오래 함께 하고자 주머니 속에 넣어온 눈 뭉치가 사라진 것이 너무나 슬펐던 피터.
그러한 피터를 반기는 것은 여전히 하얀 세상이었지요.
이제는 친구와 함께 눈산 미끄럼타기를 하러간 피터.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겨울이면 눈 하나로, 여름이면 물 하나로 수많은 놀이를 찾아 즐기는 아이들.
그러고보면 어른들은 아이 키우느라 힘들다 푸념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자라게 하는 것은 자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 겨울엔 아이가 맘껏 겨울을 느끼게 해 주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