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책이 책꽂이에서

연령 10~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5년 10월 1일 | 정가 8,5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1건

보고 싶은 책이 책꽂이에서 유혹을 하는데도 눈길만 주다 겨우 읽게 된 책이 바로 <집 없는 개>이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고 가슴이 시릴 때 읽으면 딱 좋겠다. 바로 가슴 따뜻한 사랑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수채화를 감상하듯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가다 보며 어느 새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낀다.

책을 다 읽고나면“그래그래. 잘 했어. 이제 너도 집이 생기고 너를 인정해 주는 주인을 만나 행복할 수 있겠구나.”하며 격려의 말이 튀어나온다. 나 역시 책에 나오는 조 아저씨를 닮아 가는 것일까? 특별히 동물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닌데, 어느 새 검은 개에게 말을 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집 없는 개>는 떠돌이 개가 조아저씨의 낡은 농장을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물에게 말을 거는 착한 조아저씨는 농장 일을 하면서 헛간에 닭을 키운다. 특별히 아끼는 붉은 암탉과 함께 흰 닭 무리를 키우고 있다. 아저씨는 앵무새나 다른 애완용 새도 아닌데 붉은 암탉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오는 것을 허락한다. 혼자 사는 조 아저씨에게 붉은 닭은 사육하는 닭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붉은 닭 무리가 떠돌이 개에게 모두 물려 죽었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아서 더 애틋한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아끼는 작은 닭이 동상으로 발톱이 빠지는 사건이 일어나고 난다. 이 때 나타난 불청객 검은 개는 운이 없다. 조아저씨 발밑에서 뼈 없는 개 마냥 아주 비굴하게 간청도 해보지만 멀리 내다버려진다.

그러나 농장에 다시 찾아든 검은 개는 우연히 붉은 닭의 생명을 지켜주게 되고 그 일을 목숨처럼 여긴다. 영리한 개는 암탉의 보호자이자 충실한 하인 노릇을 기꺼이 한다.“어쩌면 개는 자기의 의무를 작고 붉은 암탉보다 더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란 말처럼 개는 목적과 의무를 가질 수 있어 좋다. 아저씨 몰래 검은 개의 농장생활은 그렇게 시작된다.

다른 것을 인정 못하는 것은 인간이나 닭이나 같은가 보다. 장애를 가진 암탉은 무리에서 추방되어 늪지로 간다. 거기서 모성애가 발동된 암탉은 물만 먹고 굶주리면서도 목숨을 걸고 알을 품는다. 암탉이 병아리 다섯 마리를 까서 다시 농장으로 찾아 들기까지 그림자처럼 돌보는 검은 개의 사랑은 계속 된다. 처음에, 조아저씨는 검은 개가 붉은 암탉을 죽인 것으로 오해를 하고 결코 집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더니 다섯 마리의 병아리와 붉은 암탉을 앞세우고 농장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오해를 푼다. 그리고 매가 암탉과 병아리를 채가려고 했을 때 용감하게 그들을 지켜 주는 모습에 감동까지 받는다.

이 책은 두께가 좀 되는 책이지만 유명한 모리스 센닥의 인상적인 삽화가 있어 읽기에 심심하지 않아 좋다. 그리고 글만 있는 부분이라도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잘 묘사된 글의 힘이지 싶다. 건초더미가 쌓인 낡은 헛간과 늪지대의 정경들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이 책은 긴장감과 갈등이 심각해서 재미있다기보다 잔잔한 이야기 속에 흐르는 감상이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자연을 묘사는 글에는 시적인 맛도 느끼게 한다. 이 맛을 고스란히 감상하려면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어린이 명작은 어른이 읽어도 그 은은한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1959년 뉴베리 명예상을 받고 아직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나 보다. 마인데르트 드용이란 작가의 글을 처음 접했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마저 읽고 싶어졌다. <지붕 위의 수레바퀴>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