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주는데

연령 11~16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6년 2월 2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뉴베리상 외 2건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주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얼마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가이다. 그런 면에서 <지붕 위의 수레바퀴>를 읽는 내내 지하철을 오가며 킥킥거렸던 내 모습이 사뭇 재미있다 생각되었다.

쇼라 마을의 여섯 아이들은 행동 하나하나로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지붕에 올릴 수레바퀴를 찾아오기로 했을 때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나를 웃게했다. 특히 피르가 오후내내 깔고 앉아 있던 다리를 못찾는건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봤던 엉뚱한 개그가 생각났다. 지하철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서있던 어른은 혼자 힘차게 웃을뻔 했다.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아이들을 위해 수업은 미뤄둔 채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했던 선생님. 선생님은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모델이다. 처음부터 쇼라 마을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단순히 함께 사는 마을 사람들일 뿐이었지만 아이들의 모험으로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리가 없는 야뉘스 아저씨도, 리나에게 황새 이야기를 해준 시블 할머니도 모두가 황새가 마을에 둥지를 틀 수있도록 지붕에 수레바퀴를 올려놓고자 한다. 아이들에게는 행동을 권해주는 좋은 선생님이 있고, 자연을 생각할 수있게 만드는 마을이 있으며, 함께 노력하여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 친구가 있다. 그리고 따뜻한 이웃간의 정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원하던 황새까지 마을지붕에 올라앉았으니 그 모든 것은 따뜻한 결과를 만든 최고의 과정이 된 것이다.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요즘 아이들에게 좋은 상상력을 끌어오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장점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끌어나가면서 틈을 보이지 않는 점이다. 상상력이 끌어온다고 끌어와지는 것이 아닌데도, 소설 읽기에 어려움을 가지는 나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작은 연필로 책장마다 그림을 슥삭슥삭 그려놓듯이,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소설을 읽었지만, 양장본으로 묶인 책은 손이 선뜻가지 않을 정도로 장편 소설에 대한 두려움이 대단했다. 글자까 빼곡하게 들어찬 소설책은 글쓰기를 공부하고 졸업 전에 책까지 한권 묶어낼 욕심을 다졌던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졸업을 하고도 소설책은 무섭기까지 했다. 게다가 시사회에 당첨되어 날아온 책이 양장본에 길고 긴 소설이라니…… 남의 글을 읽는 건 즐겁지만, 남의 글을 평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싶었다.
이 글을 리뷰로 옮기면서도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보다 내가 오랜만에 긴 소설을 끝까지 읽었다는 데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사람의 눈을 끝까지 끌어갈 수 있는 건 좋은 책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