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동물]이란 제목을 첨 보았을때는 약간은 으스스한 괴물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다 읽고난 지금은 나에겐 이런 친구가 없었다는게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스한 이야기였습니다.

유대인인 주인공 소년은 침대밑에 그림자 동물이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자 동물은 빛을 무서워해서 낮엔 움츠리고 있다가 밤엔 침대밑에서 나와

몸을 크게 부풀려 으스스한 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겁을 주지요.

소년은 이 그림자 동물이 무서워 침대아래로 발을 내려뜨리거나 이불밖으로

몸이 나오지 않도록 합니다.

어느날 소년은 아버지에게서 손전등을 선물 받고 이 손전등을 켜면 그림자 동물이

움츠러 드는 것을 보면서 그림자 동물을 차츰 겁내지 않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 무서운 벌이 자신을 공격하는 꿈을꾸던 소년은 그림자 동물이

꿈속에서 벌을 쫓아주자 그림자 동물과 친구가 됩니다.

소년은 조그만 양철통에 그림자 동물을 넣어 어디든 함께 다니며 엄마,아빠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눕니다.

그림자 동물은 소년을 위해 무서운 개를 쫓아주기도 하고 엄마뱃속의 아기가 여자아이란

것도 가르쳐주고 소년의 꿈에 무서운 아랍인이 나타나면 쫓아주기로 약속을 합니다.

중동전쟁에서 소년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소년은 그림자 동물에게 아빠에게 가서

아빠를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림자 동물은 소년의 말을 전해주고 아빠가 가족에게 전하는 사랑의 메세지를 전달해

주는 메신저가 되어줍니다.

이제 소년은 그림자 동물이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친구가 토라져 소년과 말을 안해도

아빠가 안계셔도 그림자 동물이 있어 꿋꿋이 이겨 나갈 수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딸아이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딸이 5살 되었을 무렵, 자기 친구 “정희영”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자주 했었거든요.

전 첨에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나 했는데 딸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정희영”은 못하는게

없고, 모르는게 없는 친구이고, 나이는 5살이었다가 17살 이었다가 왔다갔다 하고,

자기랑 너무 말이 잘 통하는 친구라는 겁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끝에 “우리 정희영이 그러는데…”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우리 가족은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형제없이 혼자서 지내는 우리 아이도 자신만의 친구인 “정희영”을 만나고 있었나

봅니다.

이 주인공 소년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그림자 동물을 자신만의 친구로 만든순간,

온 세상의 두려움은 사라졌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동생의 탄생, 아버지의 친구의 등장으로 느끼는 갈등 등을 이렇게 담담하게

잘 견뎌나갈 수있는 것은 아마 그림자 동물이 곁에 있어서가 아니었을까요?

어른들은 그림자 동물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웃어넘기겠지만

소년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 이며 보물일 겁니다.

서로 이웃이면서도 아랍인의 꿈엔 유대인이 두려움의 대상이고, 유대인의 꿈엔 아랍인이

나쁜 사람일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과 무엇이 선이고 무슨 명분을 위해 아버지를 잃어야

했는지 지금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아랍사람들도 나쁜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희생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겠죠.

그리고 자라면서 더 힘겨운 상황과 부딪히고 슬픔을 겪게되더라도 소년은 그림자 동물과

함께 나누면서 잘 극복해 나갈겁니다.

우리아이에게도 한번 물어보아야겠습니다. 요즘은 부쩍 소식이 뜸해진 너의 “정희영”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얼하고있는지 …

그리고 소년처럼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할 수있는 영원한 친구를 가질 수있는 행복을 누리게

해주고 싶네요. 비록 상상속에서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