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아빠사랑 변함없이,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10월 29일 | 정가 14,000원
수상/추천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외 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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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아빠사랑 변함없이, 아빠는 OOOO’ 이라는 광고를 보곤 절로 흐뭇하게 미소 짓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오는 아빠를 반기러 온 몸으로 현관을 향해 달리는 아니 기어가는 아기,

아빠 배 위에 앉아 연신 까르르 웃는 아기 등 아빠와 함께 있는 것 만으로 마냥 행복해하는 아기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함께 행복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여기 ‘한나’라는 아이가 있다. 고릴라를 무척 좋아하는 한나는 아빠와 함께 동물원에 가서 진짜 고릴라 보는 것이 소원이다.

하지만 아빠는 너무나 바빠서 동물원은커녕 한나와 함께 놀아줄 시간도 없다.

밥 먹을 때도 잔뜩 찌푸린 얼굴로 신문만 들여다 볼뿐 한나와 대화조차 나누질 못한다.

퇴근하고 돌아와서도 언제나 일만 하고 주말이면 너무도 지쳐서 쓰러져 잠만 잔다.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한나는 오로지 방 한구석에서 TV만 볼뿐이었다.

자신과 놀아주지도 않는 아빠가 한나의 입장에선 몹시도 야속하게 느껴지겠지만 한편으론 아빠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과 놀아줄 시간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만 해야하는 아빠는 얼마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플까.

늦은 밤 잠들어 있는 아이의 머리맡에 생일 선물을 놓아 두면서 함께 놀아주지 못함을 미안해 하고 한참을 아이 얼굴을 쳐다봤을

아빠를 생각하니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무거워졌다.

늦은 밤 잠에서 깨어나 머리맡에 놓여진 고릴라 인형을 보고 한나는 또다시 진짜 고릴라가 아닌 인형으로 만족해야 하는 걱정을 하며 다시 잠이 든다.

하지만 아빠가 사준 고릴라 인형은 한나의 꿈에서 단순한 인형이 아니었다.

한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픈 아빠의 마음이었을까, 한나가 기대하는 아빠의 모습이었을까.

고릴라와 한나는 동물원에 가서 진짜 고릴라도 보고 오랑우탄과 침팬지도 만난다.

둘은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이 모든 일들이 한나가 그동안 아빠와 함께 하고팠던 일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밤새 있었던 일들을 아빠에게 말하려고 달려온 한나에게 아빠는 정말 멋진 생일 선물을 건넨다.

“생일 축하한다, 우리 귀염둥이. 동물원에 가고 싶었지?”

고릴라가 아닌 진짜 아빠의 손을 잡고 나란히 동물원을 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하다.

책에선 ‘한나는 무척 행복했어’ 라고 했지만 난 이렇게 고치고 싶다.

‘아빠와 한나는 무척 행복했어’ 라고….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언제나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이 <고릴라> 역시 뛰어난 색감과 사실적인 그러면서도 너무나 재치만점의 그림들이 자꾸만 다시 들춰보게 한다.

특히 고릴라 슈퍼맨, 고릴라 모나리자, 고릴라 자유의 여신상, 고릴라 체게바라 등 배경으로 등장하는

그림들까지 꼼꼼하게 신경쓴 작가의 안배에 감탄하였다.

또하나 알게 된 사실은 인물의 심적 상태를 색의 변화를 통해 굳이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읽기가 서툰 아이들을 위해 글이 아닌 그림만으로도 모든 상황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