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내게는 고전문학이라는

연령 11~2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4월 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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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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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내게는 고전문학이라는 것이 내용보다는 제목으로만 아는 게 대부분이다. 아마도 길고, 무겁고, 어렵고, 지금은 공감하기 쉽지 않은 옛 이야기쯤으로 여기는 생각이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 앞에 서 있었던 것 같다.

<인형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많이 들어본 제목인데 내용이 뭐였더라? 여성의 인권을 다룬 책이라고 했었나? 아무튼 비룡소에서 내로 나온 책이고 고전인데, 어린이 용으로 나왔으니 좀 쉽게 번역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읽을 용기를 내보았다.

이 책에는 두 작품이 실려있다. <인형의 집>과 <부엌의 성모님>. 둘 다 루머 고든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인형의 집>은 에밀리와 샬럿이라는 아이들의 인형들이 한 가족을 이루고 사는데 무척 화목하다. 그러다 이들은 “집”을 갖고 싶어하고 그 소망이 이루어져 집을 갖게 된다. 하지만 행복을 꿈꾸던 인형 가족들에게 100년 전 토티와 함께 살면서 괴롭히던 마치 페인이라는 아름다운 인형의 등장은 에밀리와의 정서적 단절을 가져오고 결국 엄마인형 ‘버디’의 죽음이라는 슬픈 결과를 만들고 만다.

읽고 난 후 생각의 되새김질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 인형을 소재로 삼았지만 마치 사람들의 여러 군상의 심리와 모습을 엿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선의 복잡한 구조도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독자인 나는 에밀리와 샬럿, 그리고 인형들을 보고 아이들은 주인으로서 인형들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돌보기도 한다. 인형들은 주인들을 의식하며 그들에게 바라며 살아간다. 이 인물들 간의 의사 소통에 ‘소원’과 ‘느낌”이라는 정서적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도 특이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작가가 말하는 바를 찾아내기 보다는 오히려 완성도 높은 작품의 스토리를 즐기는 쪽으로 안내해 주는 게 나을 것 같다.

<부엌의 성모님>은 자기 세계 안에서만 살던 그레고리라는 아이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가정부 아줌마에게 성모와 아기예수 그림을 선물하기 위해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 부탁하고, 자기가 아끼는 것을 포기하는 등 세상으로 나오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희생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희생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그게 무의식적으로 생각과 행동으로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고전이지만 오늘날 우리 가정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현실적이다. 시대를 넘어선 아이들의 공통된 모습과 심리를 작가는 포착하여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담담한 느낌의 문체였지만 읽은 후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아마 이래서 고전이 되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석 같은 작품을 한번에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에 계속 이렇게 보석 같은 작품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1. 최가영
    2020.9.25 4:25 오후

    저 여성의 인권을 다룬 책은 같은 제목의 다른 작가 책이라고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