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날려 버린 공주 이미지

연령 7~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8년 11월 26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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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재밌다 길래 어떤 책인가 궁금했다. 우리아이는 남자지만 남자라고 여자가 주인공인 책을 안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

  표지를 보니 공주의 옷차림이 영 안 예쁘더니만 책을 읽고서야 용이 공주의 성을 부수고 뜨거운 불길을 내뿜어 공주의 옷을 몽땅 태워버려서 입을게 없자 아쉬운대로 종이 봉지를 입어서 그렇게 된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 재미있는 설정이었다.

  요즘 누가 종이봉지를 옷으로 입겠는가… 공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보통은 왕자가 공주를 구하러 가는 게 전형적인 내용이라면 여기선 거꾸로 하나도 안 멋진 무기도 없는 공주가 왕자를 구하러 가는 내용이다.  

  또 용을 쓰러뜨리기 위한 방법으로 공주가 택한 방법은 정말 지혜로웠다. 세치 혀로 공주는 거대한 용을 조용히 무릎 꿇게 만들었던 거다. 정말 지혜로웠다. 용을 한없이 치켜세워서 뽐내게 만들어서 결국 스스로 제풀에 지쳐 탈진하게 만들었으니 외교능력이 탁월한 공주였다고 본다.

  그리하여 왕자를 구하게 되는데 왕자 왈 고맙다고 인사는커녕 “엘리자베스, 너 꼴이 엉망이구나! 아이고 탄 내야. 머리는 온통 헝클어지고, 더럽고 찢어진 종이 봉지나 걸치고 있고, 진짜 공주처럼 챙겨 입고 다시와!” 한다. 세상에 진짜 왕자병 걸린 왕자다. 그 말이 그 상황에서 나올 만 한 말인가!

  우리의 엘리자베스 기가 막혔는지 멋지게 한방 날린다. “그래 로널드, 넌 옷도 멋지고 머리도 단정해. 진짜 왕자 같아. 하지만 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하며 왕자와 결혼하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읽어본 반전동화 <요술쟁이 신데렐라>에서도 12시가 되어 마법이 풀리자 초라한 신데렐라의 모습을 보고 실망한 왕자에게 “저도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왕자님이랑 결혼하지 않겠어요. 전 제 스스로 노력해서 꿈을 이루겠어요.”라며 권위와 재력 앞에서 당당한 여성상을 보았는데 이 책도 역시 재미나게 보았다.

  아무래도 세상은 보여지는 게 많이 좌우하게 된다. 화려한 겉모습에 속아서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우리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