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야가-사랑받지 못한 아이의 슬픈 이야기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9월 4일 | 정가 12,000원

처음 책을 보았을 때 책이 크고 글밥이 많아서 참 놀랐답니다.
과연 무슨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표지에서 보이는 거인 아줌마와 아이, 그리고 두꺼비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빨이 하나밖에 없는 바바야가는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됩니다.
그래서 바바야가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해지려고 휘파람부는 법, 거짓말하는 법, 트림하는 법을 익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빨 하나 만으로 음식물 씹는 연습을 하려고, 자기 개 멍멍야가를 잡아먹어 봅니다.
친구가 없는 바바야가는 아마도 개를 무척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개도 바바야가를 무척이나 따랐을 거에요.
그런데도 다른 아이와 같아지려고 눈물겹게 노력하던 바바야가는 개를 잡아먹고, 개는 바바야가의 희생물이 되고 맙니다.
친구 없는 외톨 아이들이 극단적으로 이렇게 바바야가를 닮아가면 어쩌나~
갑자기 걱정이 확 밀려들었습니다.

애들을 잡아 먹어본 바바야가는 식인귀가 되기로 합니다.
부모는 이런 바바야가를 위로하고, 달래고, 충고를 하기는 커녕~
어둠의 숲으로 쫓아 버립니다.
부모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철없는 부모였나 봅니다.
아이를 위로하고 충고해야 할 상황에서 아이를 외면해버리는 부모가 되지는 말아라…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바바야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어린애를 잡아먹고 살다가
<자글자글 어린애 구이집>이라는 식당을 열게 됩니다.
개미 한마리 얼씬 않는 식당이었지요. 그러니 먹을 게(어린애) 자주 부족했겠지요.

한편 바바야가의 동생 응가야가는 이름을 바꾸고 시골의 홀아비와 결혼하게 되는데, 미에트라는 예쁜 딸이 늘 눈엣가시였습니다.
그런데 먹을 것이 떨어진 바바야가가 응가야가에게 연락을 하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바바야가와 응가야가는 사이좋게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응가야가는 미에트를 바바야가에게 보냅니다.
실과 바늘을 얻어 오라고 심부름을 보내지요.
아~ 큰일났습니다. 바바야가에게 가면 보나마나 잡아먹힐 텐데요.

바바야가에게 가려던 미에트는 집앞에서 두꺼비를 만나 귀엽다고 뽀뽀를 해 줍니다. 그랬더니 두꺼비가 말을 하네요.
“어둠의 숲 쪽으로 갈 때는 끈이랑 기름단지, 굳은 치즈 두 조각, 그리고 베이컨 한 조각을 가지고 가면 문제없대.”
그래서 미에트는 이 물건들을 챙겨서 바바야가에게 가게 됩니다.
과연 이 물건들은 어떤 용도로 쓰일까요?

바늘과 실을 얻으려던 미에트는 바바야가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도망치려 합니다.
그러나 계속 만나는 장애물들.
가져온 것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말 아슬아슬하게~ 베이컨, 치즈, 끈, 수건, 빗을 사용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미에트.
정말 이마와 손에 땀이 나게 할 정도로 숨막히는 이야기입니다.
미에트는 이렇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위험을 헤쳐 나갑니다. 꼭 우리 아이들 납치하려는 어른들에게서 이렇게 도망치라고 말해 주고 싶더랬습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검은 고양이, 더러운 개 두 마리, 험악한 버드나무 가지들을 뚫고 바바야가의 손길도 무사히 빠져나오게 된 미에트는…
집으로 돌아가 아빠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물론 새엄마 응가야가는 쫓겨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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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으스스한 옛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스크래치 된 그림 속에서
미에트와 바바야가를 번갈아 보다 보면, 미에트가 불쌍해 보여야 하는데~
바바야가가 불쌍해 보일 때가 더 많은 건 왜일까요?
미에트는 비록 아빠 뿐이지만,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 용기있고 지혜로운 아이로 성장한데 반해,
바바야가는 부모형제가 모두 있었건만, 무섭고 해괴한 식인귀가 되어야 했다니…
친구에게 놀림받는 아이의 상처받는 마음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나 도깨비같은 존재가
바바야가라고는 하지만…
낯선 러시아의 식인귀 이야기가 현대를 살며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겐
결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6살짜리 큰 녀석이 특히 아주 많은 질문을 했답니다. 새엄마나 고아에 대해서요.
그리곤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었답니다.
<헨젤과 그레텔><콩쥐팥쥐> 등 새엄마가 나오는 동화책을 보면서도 별 반응이 없던 녀석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무서운 그림과 이야기가 아이 마음을 확~ 사로잡아 슬프게 하는 것 같았어요.
친구를 많이 놀리는 아이나 초등생에게 읽히면 좋을 책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