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진심어린 소통

시리즈 아딸 1 | 이가라시 다카히사 | 옮김 이영미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08년 5월 23일 | 정가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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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손에 잡은 일본소설입니다. 열일곱살 딸과 마흔 일곱의 아빠의 이야기예요. 그 나이의 나는 어땠나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입시생이 된다는 약간의 긴장감과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일상이 떠오르네요.  그냥 오로지 대학을 가기 위해 밤중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했던것만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흠…..남녀공학에서 공부했기에 딱히 남학생들에 대한 환상같은건 없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의 주인공인 고우메처럼 남학생과의 교제를 꿈꾸고 작고 예쁜 사랑을 키워보지는 못했지요.

이런 아빠와 딸이 어느날 지진으로 인해 타고가던 기차가 전복되면서 몸이 뒤바뀌는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고우메는 아빠의 몸으로 바뀌고 아빠는 고우메의 몸으로 바뀌어 버린거죠. 아무도 믿어주지 못 할 이 사건을 두 사람은 비밀로 하고 해결해 보기로 합니다. 일단 막 사랑을 시작하는 고우메의 첫 데이트에 고우메의 몸을 가진 아빠가 대신 나갑니다. 아빠는 어떤 녀석에게도 딸을 주고 싶지 않아서 남자가 싫어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어 딸이 좋아하는 겐타 선배를 떨어뜨릴 작전을 펼치지만 겐타 선배는 오히려 고우메의 그런 모습을 더 좋아합니다. 게다가 아빠는 이런 겐타 선배가 썩 마음에 들기까지 하지요.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함부로 딸을 내주고 싶지 않은 아빠의 마음이 잘 보여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아빠도 이러셨겠구나 싶어서 어쩐지 죄송하기도 했고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고우메는 아빠의 몸으로 아빠의 회사로 출근을 합니다. 아무도 맡기 싫어해 결국은 떠맡아버린 레인보우.드림 향수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썩 중요한 몫을 하지 못하는 아빠의 위치를 알고 상당히 열받아하고 아빠와 어른들을 조금씩 이해하는 계기가 됩니다. 괴롭고 힘든 일주일이 지나고 아빠 회사의 정신이 약간 이상한 어여쁜 비서 언니의 황당한 착각으로 두 사람은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다시 자기의 몸을 되찾게 되요. 

열일곱, 이유없는 반항기, 질풍노도의 시기로 대변되는 사춘기의 정점에 있는 고우메는 어느순간부터 아빠가 너무 싫어집니다. 거기엔 정말로 특별한 이유가 없지요. 아빠가 들어간 후의 욕실도 불결해서 사용하기 싫고 아빠와 말하는건 더욱 싫습니다. 아빠의 스타일도 눈에 거슬려서 쳐다보기도 싫은 고우메. 정말 철이 없는 십대 소녀예요. 반면 고지식하고 소심한 샐러리맨인 고우메의 아빠. 아빠또한 어느순간부터 사랑하는 딸 고우메와의 사이가 이상하게 틀어진것을 상당히 가슴아파 하지만 냉정하게 거부하는 딸로 인해 어떤 틈조차 만들지를 못하고 전전긍긍합니다. 사실 고우메의 아빠를 보고 있노라니 이 시대 우리 아빠들의 모습을 보는거 같아서 약간은 측은한 생각도 들더군요. 회사에서는 아랫사람과 윗사람에게 치여 자리를 위협당하고 가정에서는 가장의 권한을 잃고 오로지 돈 벌어오는 기계로만 여겨지는 아빠들의 자화상처럼 여겨져서 마음 한구석이 짠했습니다. 

일주일간 아빠와 딸의 몸이 뒤바뀌어 벌어지는 좌충우돌 황당 헤프닝이 이 책의 내용인데 상당히 유쾌해서 마음을 오랫동안 흐뭇하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열일곱 딸이 되어 딸의 마음을 이해하고 마흔 일곱 무기력한 샐러리맨 아빠가 되어 조금은 힘든 아빠를 이해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간격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요. 때로는 웃음짓게 하고 때론 가슴 찡하게 만드는 그 무엇들이 녹아 읽는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몸이 바뀐다는 환타지적인 설정이 일본 소설의 냄새를 흠뻑 맡게 해주고 있으면서도 우리네 아빠와 딸을 생각하게 해서 동시대를 어우르는 문학의 힘을 느끼게 하는 글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