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동리 꼴찌들이여 영원하라!

시리즈 블루픽션 30 | 양호문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8년 12월 5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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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덟,  뭔가 세상을 알 것 같으면서도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해 스스로도 답답한 시기, 아이와 어른의 경계점에서 서있을 자리를 찾지 못하고, 끼어주지 않는 어른들이 미워 방황하는 시기. 그래서 불완전하고 불안한 나이. 그 감정을 온 몸으로 드러내며 몸부림치는 친구들이 여기 있다. 

춘천기계공고 3학년 손재웅. 대학을 가야만 사람 취급받는 세상에서 공고를 갔다. 거기서부터 한 수 접혔다. 왠만하면 다 따는 자격증하나 따지 못했다. 취업이 막막하다. 거기서 또 한 수 접혔다. 돈 오천원에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 자존심에 체면까지. 마지막 한 수가 그렇게 접혀버렸다. 부지런한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을 나간 공고 3학년 교실은 누구 하나 관심 갖지 않는 썰렁한 곳이고  학교는 갈 곳 없어 노숙자처럼 시내를 어슬렁거리다 밥이나 먹으러 가는 곳이 돼버렸다. 그렇게 찾아간 학교에서 취업은 영 물건너 간 것이라 여겼던 재웅과 친구 기준에게 취업 의뢰가 들어왔다. 원주라는게 맘에 걸렸지만 언제올까 싶었던 기회라 일단 예스. 다른반 친구 호철, 성민과 더불어 네 친구는 드디어 첫 월급을 꿈꿀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언감생심 자재과, 설비과를 꿈꾸는 그들이 도착한 곳은 깊고 깊은 산 속 마을, 추동리. 실습생이라는 명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송전 철탑을 세우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하게 된다.  꿈도 꿔본적 없는 노가다 판에 막바로 실전 투입이 된것이다. 나흘만에 추동리 탈출을 감행하지만 성민이의 배신으로 곧 붙잡히고 인생사 사람 마음대로 되는것이 아니기에 다음 탈출 기회를 노리던 재웅앞에 은향이라는 서울 여학생이 나타난다. 그래서 추동리 탈출은 자의에 의해 계획에서 조금 멀어진다. 

그냥 흘러가는 시간은 없으니, 기초팀이 해놓은 공사가 맘에 안든다며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잔주름 가득한 기초팀 어른들을 막대하는 것을 보며 의리와 분노도 배우고, 그 나이답게 허풍과 호기로 무장한 본 모습은 어쩌지 못해 양대리의 차를 훔쳐타고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다녀오다가 우연히 더덕 도둑의 차량을 추격하게 되고, 결국은 경찰서 신세를 지면서 배신자라 여겼던 친구의 아픔도 이해하고 가족의 사랑도 확인한다.  땀흘리고 버는 노동의 대가도 알게 되고, 시작도 못해본 짝사랑에 남자의 체면도 깎이는 아픔도 배운다. 호우에 송전철탑 공사로 인한 산사태와 물난리가 나자 아이들은 화가 난 주민들 편에 서서 회사와 조폭들과 대치하면서 정의와 용기도 배운다. 송전 철탑 공사로 인한 추동리 주민과 회사와의 갈등, 그 속에서의 좌중우돌 아이들의 활약은 희진이 할머니의 장례를 준비하면서 인생의 끝자락에 모든것을 용서하듯 서로 화해하는 것으로 결말이 지어지고 아이들은 추동리에서의 시간속에서스스로가 단단해지고 여물어졌음을 느낀다. 

춘천기계공고 네 명의 꼴찌들은 넓은 세상에서 오랜 시간 이것 저것 경험해야 깨달을 수 있는 인생의 단면들을, 다 떠나고 기껏 서른호가 조금 넘는 첩첩산중 작은 시골 마을에서 보고 느낀다. 그리고 시나브로 성장한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나는 인생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진리와도 같은 말의 뜻을 열 여덟, 학창 시절엔 몰랐다.  그래서 짧은 인생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공부는 꼴찌였지만 당당하게 꼴찌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 추동리의 그 꼴찌 친구들은 공부는 꼴지였지만 인생의 참맛은 누구보다 일찍 알았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행운아다. 오로지 열 여덟 순수함과 열정으로 배운 인생사를 무엇과 바꿀수 있으랴. 참으로 부럽기 그지없다. 

평온한 크리스마스의 오후, 추동리에서 만난 꼴찌들과 함께 한 시간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선명하게 새겨지는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은 실제로 거기에서 그렇게 살고 있을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량한 고시생 육법대사와 사랑하는 나으 숙.차카게 살자.엄마 사랑혀를 팔뚝에 새긴 조폭들에게 똥물을 끼얹는 추동리 노인들, 안중근 의사가 무슨과 의사 선생이었는지를 심각하게 의논하는 꼴찌들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큰 웃음을 내지르게 만든다. 묘사가 세밀하면서도 사실적이라 읽는 맛이 좋은 책이다. 얼마나 사실적이었으면 춘천기계공고가 정말 있는지 검색까지 해보았을까. 정말 있었다. 춘천시 후평동에………

문득 고3시절, 우리반 꼴찌들의 대화가 떠오른다. 술 깨고 눈떠보니 콩밭이었다는. 콩밭에 버려두고 혼자만 집으로 가버렸다는 또 다른 꼴찌를 향해 구시렁거리던 즐겁고 유쾌했던 친구들이 추동리 꼴찌들과 겹쳐지는 것은 열 여덟이 주는 순수함, 풋풋함이 같아서일까. 추동리 꼴찌들의 순수함이 영원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