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란 나에게 별다른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다.
친할머니는 엄마가 결혼하시기 전에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엄마 중3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냥 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할머니들에게 원망하는 마음조차 있다.
친구들이 할머니에 대해 애뜻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친구의 의아스럽고 그 상황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 할머니>는 Kiss a book에 나온 리뷰를 보고 읽고 싶어졌다. 그림은 나에게 별 감흥을 주지 않아서 보지 않았지만 리뷰만은 믿고 이 책을 읽었다. 독일 현대사회의 뒷골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평소 우리는 독일은 선진국이고 사람들이 살기에 좋다고 얼마나 많이 들어왔나.. 하지만 이 글에서는 독일에도 엄연히 약자가 있다. 한국처럼.. 똑같은 얼굴을 하고 힘겨운 생활을 하며 하루 하루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 주인공이 나이가 많이들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할머니와 부모를 잃고 갈곳이 없는 소년 칼레이다. 하루하루 삶은 이들에게 풀기 힘든 숙제이다. 이 할머니가 소년을 양육하게 된다.
할머니는 다른 자상한 할머니와는 사뭇 다르다. 가난이 할머니의 마음을 여유가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할머니는 워낙 자존심이 세기도 하시다. 그런 할머니는 칼레에게도 똑같이 대한다. 하지만 칼레는 아직 어리기에 할머니를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할머니와 칼레는 서로 계속 충돌을 하고 또 어렵게 화해를 하면서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 단단한 정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칼레가 성장하면서 할머니도 이제는 예전의 그 강한 할머니는 아니다. 할머니가 아프시면서 칼레는 자신이 할머니를 이해하지는 못해도 할머니는 얼마나 사랑하게 되는지 깨닫게 된다. 할머니가 칼레에게 냉정할 현실을 알려주시는 것은 칼레에게 할머니의 사랑과 용기를 담아주시는 것이다.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처럼 자상함과 경제적인 풍요로움은 주지 못하시지만 더 큰 선물을 주시는 것이다.
다 읽고 다서 창 밖을 바라보는데.. 사람이 사랑스럽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