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안된다는 법은 없지

시리즈 새싹 인물전 17 | 남찬숙 | 그림 한지선
연령 8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5월 15일 | 정가 8,500원

딸 둘과 함께 살다보면 안그러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쪽으로 기우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여자이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기사를 보면 입에 게거품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찌 그럴수가’하며 다시한번 읽어보게 되고

여자니까 안되지라는 말을 드라마에서 보면 당장 채널 돌려!라고 소리지를 때도 있다.

삼국사기를 지은 김부식이 ‘옛말에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는데 여자가 왕이되어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 할만하다’라는 말로 폄하했다는 선덕여왕의 이야기 또한 강력한 유교의 전통이 자리잡는 시기의 사대주의와 남존여비 사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하게되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역사 공부를 하게 되면 삼국의 다른 이야기보다 신라의 세 여왕 선덕, 진덕, 진선여왕의 삶과 역사적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곤했다.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비룡소의 새싹 인물전 [선덕여왕]편은 위인전에 마치 구색마추기처럼 끼워 넣은 서양의 퀴리부인처럼 우리 역사위인의 단골 메뉴같아서 처음에 제목만 보고 이 다음에는 신사임당 차례구만, 하며 별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재밌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위인이라기 보다 몇백년 전 우리나라에 먼저 살다가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오히려 친근감마저 들면서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새싹이라는 말답게 책의 활자도 굵직하고 크다. 그리고 그림도 “엄마, 선덕여왕이 정말 이렇게 생겼어? 이 그림에 나오는 선덕여왕은 콧구멍이 너무 크다. ㅎㅎㅎ 콧구멍밖에 안보여”하며 아이가 재미있어하며 관심을 금방가졌다. 아무래도 이쁘고 잘난 선덕여왕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자기 반 누구누구랑 닮은 것같은 선덕여왕의 모습이 더 친근했나 보다. 또 이야기 전개도 추천사에서 밝혔듯이 “위인전에 단골로 등장하는 태몽이나 어린시절의 비범한 에피소드, 위인 예정설 같은 과장”이 없고, ‘큰 성공도 자잘한 일상의 인내와 성실함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이라 훨씬 어린 친구들이 읽어도 전혀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것같았다. (이상 [선덕여왕 ]P66 추천사 중에서 부분 발췌)

책뒤에 소개된 더 재미있는 역사의 순간 이란 연표도 좋았다. 선덕여왕 재위기간 주변국가들의 동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연표에 선덕여왕이 왕위에 오른 연도는 나와있으나 왕위에서 물러난 연도는 적혀있지않다)

또 사진으로 보는 선덕여왕이야기는 선덕여왕과 관련된 역사유적들도 소개해주어서 체험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함께 책을 읽은 딸아이가 묻기를..

“엄마, 선덕여왕은 결혼안했어요? 여왕은 결혼 안해요?”

“엄마, 왜 선덕여왕은 자기 무덤을 낭산으로 정했을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천명공주는 어떻게 되었어요?”

이 인물전의 주연령대가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것같아, 이 책을 읽고 나면 좀더 신라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심화 역사학습이 필요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신라에 대한 흥미와 역사공부의 길잡이 정도의 책으로 인물이야기를 활용한다면, 너무 무겁지 않게 아이들과 역사 속으로 빠져들 수 있지않을까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