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우정의 기록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9년 8월 14일 | 정가 11,000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놀이기구에 오른다. 믿음직스런 기구에 의지해 창공을 한없이 누비는 아름다운 찰나의 여행.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인 유쾌한 선율. 짧은 여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발걸음에는 한 가득 아쉬움이 묻어 있다.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 이라는 놀이기구를 타고 공상의 세계를 마음껏 비행했던, 짜릿한 여행.

오랜 갈증 끝에 벌컥벌컥 들이킨 톡 쏘는 청량음료. 맷과 어슐러의 이야기는 그러한 달콤한 것이었다. 먼 나라 미국과 한국, 그리고 공상 세계와 현실이라는 큰 벽을 뛰어넘어 절절히 공감됐던, 청소년의 빛나는 열기와 뭐라 규제할 수 없는 감정들.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그들은 곧 나였다. 비록 다른 모습일지라도, 같은 걸음으로 작은 세상을 전진해 나가는 우리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반짝이는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에게 반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말일 터. 신선함으로 나를 뒤흔든 맷과 어슐러, 두 사람은 뜨겁게 피가 도는 현실의 인물처럼 아직까지도 확고하게 내 마음 속에서 날뛰고 있다. 허풍 떨기 좋아하는 문학소년 맷, 그리고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야생마 같지만, 미술을 사랑하는 감성적인 면도 있는 농구부 주장 어슐러. 개성있음에도 이질적이지 않고, 금방이라도 나타날 듯한 생생함.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이 꽃봉오리가 서서히 입을 벌리듯 자연스레 친밀해지고, 이내 서로 소중한 사람이 되는 신비하고 즐거운 수레바퀴. 몇 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미로 같은 청소년들을 통찰하는 베테랑 작가의 경이로운 능력에 그저 혀를 내둘렀다.

그 매력적인 이들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또한 얼마나 멋진가. 학교에서 온갖 엽기적이고 폭력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현실과 잘 맞물리는 교내 테러리스트 사건. 그토록 현실을 날카롭게 꿰뚫으면서도 신선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소재를 그 누가 생각해냈을 수 있었을까. 진실은 초반에 밝혀졌지만 책의 마지막 장까지 결코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게 하는 소송 사건과 납치 사건. 그 속에서 잔인하리만치 흥미 위주로만 움직이며 상처를 주고, 그 나이 때만이 할 수 있는 미치광이 짓을 하고, 위선적이고 가벼운 면만은 결코 버리지 못한 채 참된 우정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현실적인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격동 속에서 진정한 우정을 건져 올려, 함께 손을 잡고 성장해 나가는 맷과 어슐러.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더불어 청소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따뜻한 교훈. 두 부분 어디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타인의 눈동자는 개의치 않은 채, 진정한 서로의 영혼을 바라보며 소통하는 뜨거운 우정. 청소년기에 결코 쉽게 이룰 수 없는 그것을 성취하는 것은 무덤까지도 가져갈 큰 보물일 것이다. 마음을 불태우며 그런 우정을 나누고 싶다. 시선, 시선, 또 시선. 그 야비한 힘에 나는 얼마나 줄 달린 인형처럼 질질 끌려 왔던가.

‘최고의 청소년 책’ 이라는 뜨거운 찬사가 너무나도 몸에 잘 맞는 전무후무한 작품. 지금쯤 맷과 어슐러, 두 사람은 그까짓 칭찬이 대수냐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한껏 산책로를 누비고 있겠지. 참 가치를 볼 줄 아는 투명한 눈으로 그들과 슬쩍 동행하게 될 그 날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