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만 있어도 황홀해지는 책

연령 11~2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4월 9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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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휴양지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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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엄마가 되어 행복한 아기의 얼굴을 보는 것 이외에 하나 더 내게 작은 즐거움이 추가되었다면, 아이에게 읽어준다는 핑계로 마음놓고 동화책을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화라하면 흔히 어릴적에나 보던 것으로 인식하고, 자라서는 소설만 읽었는데 아이엄마라고 같이 동화책을 보다보니, 어릴 적 동심의 세계로 다시금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이번에 만난 동화책은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도 특이했지만, 그림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표지를 다시 들춰보니..

신기하게도 글을 쓴 작가보다 그림을 그린 이의 이름이 더욱 크게 부각되어 있었다. 내용도 좋지만, 그림이 더욱 좋고 유명하다는 뜻이리라.

 

특이한 경우라 로베르토 인노첸티를 찾아봤다. 일러스트레이터로써 2008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2003년 볼로냐 라가치상 우수상, 2000년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황금사과상 수상 등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분이었다. 사실 수상작이 아니더라도 그의 그림들을 보면 정말 어른들조차 너무너무 소장하고픈 욕구가 생길 정도였다. 어느 블로거 분이 작가에 대해 잘 정리해놓으신 글을 읽어보니 더욱 공감이 되었다.  마지막 휴양지 외에도 비룡소에서 나온 작품이 몇 작품 더 있다니 위시 리스트에 담아둘 목록이 추가된 것이다.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다는 피노키오도 너무너무 멋진 그림이었다.

 

얼마전 종용된 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에 바로 이 책 <마지막 휴양지>의 원화가 등장했다고 한다. 로베르토 인노첸티 원화 전시회가 우리나라에서 있었나보다. 극중에서 세경과 지훈이 그 그림을 들여다보며 “휴식을 주는 휴양지가 마지막이라니 웬지 슬프네” 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었다 한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다가 후반부부터는 보지 못해서 그 부분을 몰랐는데, 드라마의 결말을 암시하는 중요한 소재로 바로 이 그림책의 원화가 쓰였다.

 

원화의 느낌을 되도록 생생하게 전달해주기 위해서였는지 책은 일반 책들보다 훨씬 컸다. 그리고, 그림은 바라보고 있으면 등장인물 뿐 아니라 배경 ,소품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세밀하게 그려져 있는 그 정성에 탄복하게 된다.

 

다소 몽환적인 느낌의 마지막 휴양지.

어느 날 갑자기 상상력을 잃어버린 화가가 잃어버린 상상력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저 내 빨간 자동차가 스스로 이끌어주는 곳이면 되려니 하고 따라가는데 신기하게도 자동차가 “어딘지아무도 몰라”마을의 정말 특이하게 생긴 바닷가 호텔에서 멈추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특이한 그 호텔에서 앵무새가 스스로 방을 잡아두고, 그 최고급 특실방에서 온갖 진기한 것들에 놀라며 왕의 만찬 같은 식사를 하고 잠들었다. 나 뿐 아니라 투숙객 모두가 “이상한 것”을 찾고 있다고 알려주는 앵무새.

 

바다에서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의 나라와 삶과 사랑을 낚아올리는 소년, 간호사의 시중을 받는 흰옷 차림의 병약한 소녀, 글을 쓰는 잿빛 사나이, 땅을 파는 외다리 선원, 소녀를 찾는 외다리 방랑자, 만약그리고그러나와 결합하는 일을 하는 형사, 상상의 비행을 하는 비행사, 나무 위에서 식사하는 18세기 의상차림의 괴신사..

 

나는 이 이상한 사람들과 그에 관련한 일들을 해석하는게 참 어려웠다. 그러나, 각자는 원하는 것을 모두 찾고, 나 또한 찾았다. 그리고, 새로 도착하는 손님들을 위해 해답을 얻은 사람들은 다시 호텔을 떠나간다.

 

그림뿐 아니라 내용도 정말 독특하였다. 어.. 이건? 하고 생각했던..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그 내용들이 정말 맞았다. 마지막 휴양지 호텔에 있던 투숙객들은 실제 인물일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야기책에서 만난 인물들일수도 있다. 그게 누군지를 알아맞히는 재미도 크리라. 나도 많이 맞히지는 못했지만..맞히다보니 모자란 나의 지식은 책의 끝 부분에 나온 설명을 보며 다시 한번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일 수도 있고, 이제는 더이상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단언하는 메마른 어른들을 위한 책일 수도 있다. 글과 그림만으로 우리의 잃었던 상상력이 얼마나 촉촉하게 적셔지는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이 책을 펼쳐보기 바란다.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 란

잃어버린 마음이여 쉬어라(Lost Heart, Rest.) 와 같다.

(41p, 알파벳 철자 바꾸기 장난이다.옮긴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