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스티커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크리시 페리 | 그림 섀넌 램든 | 옮김 노은정
연령 7~11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8월 26일 | 정가 8,000원

슈퍼 걸스! 1. 선생님께 아부하지 마!

지은이 : 크리시 페리, 출판사 : 비룡소


남자애들은 모르는 여자애들만의 이야기가 과연 무얼까?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겼다. 새침하고 예쁘게 생긴 매디는 모범생이다. 학교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해서 친한 친구를 만나도 절대 학교 안에선 뛰지 않는다. 차분한 성격에 공부도 잘하고 과제도 잘해오고 발표도 잘하며 책읽기와 독후감 쓰기도 잘한다. 정말 선생님이 딱 예뻐할 장점만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몸을 부딪치며 움직이는 운동은 싫어한다.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공을 가지고 어울려 놀 때 매디는 혼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런 세상에! 이 부분에서 매디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조금 짐작이 되었다.’


내 경우를 보면, 책은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요즘 같이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우리들에게 친구랑 노는 건 사실 학교 안에서나 가능하다. 그건 현실이다. 학교 끝나면 우리들은 출발선에 선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땡! 소리와 함께 학원으로 가기 바빠서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다 보니 학교 끝나고 따로 밖에서 만나 놀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집에 가서 논다는 건 더욱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운동체질이 되든 안 되든 다리에 깁스를 했든 구두를 신고 왔든지 스커트를 입었든 워낙 몸치여서 공 하나를 제대로 못 받더라도 친구들과 놀고 싶다면 놀 수 있을 때 무조건 운동장으로 뛰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매디였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찜축구를 하며 놀았을 것이다. 현재 난 학교에서 쉬는 시간 10분 막간을 이용해서도 친구들과 할 이야기가 엄청 많아서 수다 떨기에도 바쁘고, 교구를 이용한 게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니 점심시간에 밥숟가락 놓기 바쁘게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장으로 체육관으로 교실 한쪽으로 뛰기 바쁘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운동을 잘못하고 싫어한다고 피해 혼자서 책을 읽은 매디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건 어쩜 당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현실이다. 사실 난 매디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놀 때 혼자서 책을 읽겠다니 놀 시간이 부족한 나에게는 이해불가인 이야기다.


매디네 반에서도 칭찬스티커가 있어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 스티커가 상으로 주어지고 목표를 도달하면 선물도 주신다. 난 이게 참 불만이고 스티커에 대해서 할 말도 많다. 내가 만약 미래에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을 은근히 긴장시키고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며 정신적 압박을 가하는 이런 비참한 스티커 제도는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내가 처음 어린이집을 다녔을 때부터 유치원,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인 지금까지도 칭찬스티커는 우리들을 껌딱지처럼 따라다닌다. 이젠 정말 헤어지고 싶다. 선생님들은 스티커라는 참 단순하고 쉬운 방법으로 학생들을 모범생으로 만들고자 하신다. 어린이집, 유치원 시절엔 칭찬스티커가 그래프로 그려지면서 하늘을 찌를 듯 그래프가 올라갔다. 거기엔 초고층 빌딩그래프도 있었고, 저층빌딩, 바닥에서 아예 시작도 안하거나 지하로 한없이 파고들어가는 그래프도 있었다. 선생님과 부모님들은 그 그래프를 가지고 우리들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셨다. 우리들은 그래프로 평가되면서 문제될 것도 없는데 보이는 것만으로 문제를 만들어서 상담도 하고 선물도 주셨다. 우리들의 기를 살리기도 하고 아예 꺾기도 하는 그래프가 참 싫었다.


칭찬스티커 제도는 학교에 입학을 하고 나니 더 심한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이젠 학생들만이 아닌 부모님까지도 바짝 긴장을 시켰다. 아예 학급 홈페이지에서 공개까지 하면서 집에서조차도 우리들을 감시하고 압박했다. 그 결과는 매 학기가 끝날 때마다 각 학급에서 최고 순위 세 명을 선정해 학교 마크가 찍힌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배지를 교복에 달아주는 엄청난 의식이 진행되었다. 그것도 전교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장선생님께서 특별히 하사하셨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 배지가 한 개인 친구, 여러 개인 친구, 아예 없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전교생들은 그 배지를 교복에 착용하기 위해 공부면 공부, 수영, 과제결과물, 독서, 글짓기, 그림그리기, 각종경시대회,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우리들은 5학년이 되면서 인격존중 차원에서 개인별 칭찬통장을 한 개씩 준비했다. 그리고 플러스, 마이너스 통장이 만들어졌다. 발표하면 플러스 1점 저축, 수업시간에 떠들면 마이너스 1점 차감, 각종대회에서 입상을 하면 입상성적에 따라 최고 10점까지의 큰 저축을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저축 량에 따라 100점씩 그에 따른 알짜배기 선물이 제공되었다.


현재 6학년, 몇 개월 후면 중학생이 된다. 그런데도 스티커 제도는 여전하다. 이번엔 학급 홈페이지 알림장에 낱낱이 그날의 잘한 일과 잘못한 일 등과 함께 그 옆으로 나란히 이름 석 자 실명이 공개되면서 끊임없이 우리들을 압박하고 있다.


그 알림장엔 예를 들어서 그날의 발표왕, 목공왕 등 수업내용에서 활발히 활동하거나 잘한 친구들을 칭찬하고 있다. 또 준비물을 빠뜨렸거나 과제제출을 안하면 그 역시도 실명이 떡하니 올라가면서 매일매일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의 잔소리도 따라온다. 이어서 자랑스러운 스티커도 따라온다. 이와 같이 실명이 공개되면 아무래도 정신 차리고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선생님들은 그걸 노리는 것이다.


잘하면 칭찬, 못하면 꾸지람이 스티커로 좌우된다. 우리들이 스티커로 결정되는 인생도 아니고 어느 개그맨 유행어처럼 ‘참 씁쓸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우리들을 평가하신다. 이것도 참 씁쓸하다.


그렇다 보니 친구들보다 스티커가 많은 매디가 친구들로부터 질투를 불러일으키면서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 아부하는 걸로 오해하고 따돌림을 당한다. 이건 사실이다. 실제 우리들 학교생활에 있어서 매디와 같은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고 혼자서 책이나 보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아이 또한 우리들 주위엔 많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놀 시간이 학교에서뿐인 경우가 많아서 학교에 오면 쉬는 시간, 점심시간은 물론이고 수업시간에도 놀고 싶어 한다.


그러니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고 유독 선생님께 예쁨 받으면서 스티커를 다 차지하면 괜히 미워하고 따돌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정말 현실적이다. 우리들 학교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시리즈로 계속 나오고 있는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엄마학교 대표 서형숙 선생님은 책 내용 중에서 조언해주고픈 말씀을 이야기 뒤에 정리해 주셨다. ‘이럴 땐 이렇게!’를 통해 주인공 매디가 친구들과 어떻게 하면 오해를 풀고 잘 지내면서 학교생활도 잘할 수 있는지 충고를 해주고 있다. 끝까지 다 읽어보면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슈퍼 걸스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초등학생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