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기사단 7기 2차 미션북 ‘가시고백’ – 내 가시를 뽑아줄 말들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김려령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2월 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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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영화로도 만들어져 무척 흥행했던 소설 ’완득이’를 지으신 작가님의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갔고, 또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청소년소설이라 더욱 기다려졌다. 

 주인공 해일이는 어떻게 보면 ‘도벽’ 이 있는 아이인데, 작가님은 그것을 마음에 박힌 ‘가시’로 표현하셨다. 도벽이라는 단어는 해일이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있는 청소년에겐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한 단어라고 생각하셔서 그러신 듯 하다.

이건 여담인데, 해일이가 스티로폼 박스로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장면에서 공감이 참 많이 갔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지만, 내가 예전에 주택에 살 때에는 집앞 마당에 철장으로 닭장을 지어놓고 계속해서 병아리를 부화해 길렀었다. 인터넷 조류 카페에서 구입하거나 얻은 달걀들로 한번에 30~40마리까지 부화시켜 보곤 했다. 그리고 해일이네 가족의 바램처럼 한마리 잡아서 먹기도 했다. 물론 내가 아니랃 동네 할머니들 잔치판에 끼워넣어 드린거지만^^;;

 가시. 참 듣기도 생각하기도 불편한 말이다. 손가락에 자그마한 가시가 박혀서 하루종일 불편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심장에, 마음에 박혔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것을 빼내기 위해선 친구들과의 우정이 위험하다는 댓가를 치뤄야 한다면 어떨까. 누구나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해일은 ‘현대판 뤼팽’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보다 뛰어난 도둑질 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나중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모르겠다고 서글프게 고백하는 바로 그 뤼팽 말이다. 해일의 경우 자신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정돈 아니지만, ‘내가 도둑이다’, ‘내가 친구의 물건을 훔친 바로 그 범인이다’ 라고 고백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해일이 저지른 도둑질에 대한 당연한 댓가일지도 모르지만, 가슴에 박힌 가시를 고백하기 위해서 해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일수도 있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가슴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고 또, 생활 한켠에 그러한 구석이 자리잡고 있다. 다영의 경우 일명 ‘반장병’ 에 걸려 양보할 일이 있으면 자신이 손해를 봐서라도 양보하려고 하고, 그런 자신을 힘들어한다. 담임과의 상담 중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지란은 바람둥이 아버지를 둔 딸이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바람을 피울 때마다 지란에게 케러멜을 먹였고, 그래서 지란은 캐러멜 색을 싫어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부모님의 이혼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어쩌면 지란에게 캐러멜 색=부모님의 이혼(의 원인) 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좋은 새아버지를 만난 지란이 나는 참 다행이고 부럽기도 했다. 우리 부모님이 이혼한 건 아니지만, 사실 나도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닌지라 두번째라도 좋은 아버지를 만난 지란이 부러웠던 것이다.

 해일 또한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한 집에 ‘거주’ 만 한 아이였다. 부모님은 맞벌이에 늘 집에 늦게 들어오시고, 그나마 형이 가끔 곁에 있어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슴에 서러움을 많이 품은 해일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울었고, 그런 해일을 귀찮아한 몹쓸 어른들은 해일에게 ‘우는것=다른 것=틀린 것’ 이라는 공식을 주입시켰다. 자주 우는 아이의 사연을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는 커녕 혼을 내고 밖에서 혼자 울게 하다니. 정말 못할 짓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해일의 마음속 가시의 시초는 여기서 시작된 걸수도 있겠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장면. 해일의 형 해철이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서로 닮았다’ 즉, 사람은 궁극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해일에게 말해줬을 때, 해일은 너무나 기다려왔던 말이기에 우는 장면이 나온다. 슬픔을 잘 느껴 잘 우는 해일에게 ‘넌 다르다’ 라는 인식을 심어준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해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지 않다 라는 말을 무엇보다 듣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함으로써 해일의 가시는 1차적으로 뽑혔고, 최종적으로는 아마 해철의 이 말 덕분에 뽑힌 게 아닌가 싶다. 너무나 기다려왔던 말… 나에게도 그런 말이 하나쯤은 있을까.

 가시고백의 결말은 겉으로 보기엔 그저 서로 쎄쎄쎄 하고 화해하고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 이미 소설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작지만 훈훈한 화해들이 이루어진 상태다. 그것들을 잘 찾아 보기 위해서, 그리고 청소년 특성상 품고 있는 ‘많은 의미들’ 을 직접 느끼고 깨우치기 위해선 역시 직접 읽어 보시길…^^

 

청소년 소설은 길든 짧든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것을 다 이야기하기엔 너무 광범위하고, 나의 글실력이 부족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주기에 내가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