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콕 박힌 가시 같은 고백을 뽑아 버리렴!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김려령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2월 5일 | 정가 13,000원
구매하기
가시고백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우리는 아이들의 행동을 아이들의 말을 어디에서 어디까지 들어주고 믿어주고 그래야하는걸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방황스러운 나이가 되면 이제는 엄마 아빠와는 거리를 두려 하고

속마음을 털어 놓기보다는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며 더 많은것을 속에다 담아 놓으려 하고

왠지 자꾸만 어긋나기만 하는거 같은 모습을 보여 부모를 안절부절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화를 할라치면 더 삐걱거리고 그냥 지켜 보기에는 어딘가 위태로운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도둑이다. 말그대로 순수한 도둑’ 이라는 주인공 해일은 그야말로 손이 빠른 도둑이다.

그냥 도벽이겠지 싶은 그런 것이 아닌 친구의 전자수첩을 스리슬쩍 훔쳐 팔아넘기기까지 하는…

하지만 그날이 지나고 나면 잃어버린 아이에게 오히려 더 책임을 묻고는 그냥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누군지 가져간 물건은 입맛에 맞게 잘 쓰고,

대신 훔쳐간 영혼만큼 자기 영혼도 깎여 나간다는 것만 명심해라’ —p39

 

영혼 어쩌구 그럴듯한 이야기를 은근슬쩍 하는 담임샘과의 상담에서 꺼낸 유정란부화 이야기는

이제 반아이들에게까지 알려져 친구들이 집에까지 찾아오는 등 우정이 돈독해지는 계기가 된다.

 

해일이 유정란을 부화 시키는 과정은 이미 해일의 가족의 화제의 중심이다.

엄마는 병아리가 부화되는 모습을 보며 어릴적 혼자 지내야했던 해일에 대한 기억에 가슴아파하고

아빠는 곤달걀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로 형 해철과 프라이를 한다느니 양념을 한다느니 하지만

어느새 병아리가 닭이되면 머무를 닭장을 만든다며 재료를 미리 미리 챙겨다 놓기도 한다.

어느새 유정란 자연 부화의 과정들은 해일과 친구들과 담임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 놓고

가족을 하나로 묶어 주는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우리도 유정란 부화라는 것을 한번 해볼까 싶게 만든다.

 

그리고 해일이 훔친 전자수첩의 주인 지란의 친아빠와 새아빠의 이야기 또한 흥미롭다.

어쩌면 전자수첩으로 새아빠와의 관계가 호전될수도 있었는데 도둑때문에 오히려 나빠졌으며

언제나 자신을 끈질기게 찾아 대는 친아빠가 미워서 해일과 진오에게 엉뚱한 부탁까지 하게 된다.

친아빠의 집에 몰래 들어가 모든 가구들을 못쓰게 만들던 그 순간 조차 해일은 도둑질을 한다.

그런데 버려진 그 물건들 중 하나를 해일의 아버지가 해일의 집으로 들여온 순간부터 해일의 번민은 시작된다.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 해일이 노트북을 훔치는 순간을 진오에게 들킨것이다.

그리고 마음을 분석한다는 형 해철에게 자신이 다른 사람과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 받고

어릴때부터 남들과 달라서 자신은 틀린줄만 알았던 그동안의 자신을 위로하게 된다.

또한 해일은 이제 자신의 마음에 가시처럼 박힌 것들을 고백해야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끼고

지란과 진오를 다시 한번 집으로 초대해 자신의 커다란 가시를 하나 뽑아내게 된다.

 

역시 아이들은 참 순수하다.

자신의 물건을 훔쳤는데도 쿨하게 욕을 해주면서도 스리슬쩍 용서해 주는 순수한 우리 아이들,

그래서일까? 그런 친구들이 있어 해일은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고백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김려령 작가의 지난 소설 [완득이]만큼 유쾌하고 통쾌함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족들간의 대화와 친구들간의 갈등과 그리고 왠지 쿨한 ‘같기도’ 선생님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도둑을 직업이라 여기는 해일이 중심이 되어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박힌 가시를 들여다 보고

친구들처럼 그 가시를 스스로 뽑을 수 있도록 믿고 그저 지켜보며 기다려 주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