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 초강력 웃음 폭탄을 투하하다. 유쾌한 책읽기!!

시리즈 빅네이트 1 | 글, 그림 링컨 퍼스 | 옮김 노은정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4월 13일 | 정가 9,500원

책을 읽다가 낄낄거리고 박장대소 해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만화책에 코 박고 낄낄거리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한심하다 흉을 보곤 해서 그런지 ‘낄낄대는 책=만화책’이라는 공식이 내심 자리 잡고 있었다. 『빅 네이트』를 읽고 있는 내 모습을 객관화해서 본다면 속으로 흉보던 그 모양새가 바로 이런 모습이었을 거라 생각하니 또 우습다. 책을 보며 낄낄대는 사람이 있으면 슬쩍 고개를 빼고 무슨 책인지 들여다보게 된다. 내가 낄낄대면서 보니까 무슨 책인가 아이도 슬쩍 합세한다. 220쪽 분량의 글이라 초등 1학년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기를 원했는데 평소 글이 많은 책 앞에서 몰래 한숨 쉬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함께 읽는 내내 유쾌했다. 문체 또한 눈으로 읽는 것보다 소리 내어 읽어줘야 제 맛이 나는 문장이라 더욱 즐거웠다.

사실, 나의 초등 시절은 네이트의 분류에 따르면 ‘선생님의 귀여움을 더 많이 받으려고 몸부림치는’ 왕재수 밉상 반 친구에 가까웠을 것 같다. 슈퍼울트라 개구쟁이 네이트와 한반에서 생활했다면 우리는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구제불능(이라고 어른들이 평가하는) 말썽쟁이의 일상을 통해 내가 그 시절로 되돌아가 그때 가져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대리만족하는 기분이 너무나 신나고 즐겁다. 그리고 내 아이에게서 네이트와 싱크로율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신나는 재미, 창의적인 사고(思考와 事故 둘 다..^^)를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엄마로서 좀 위험한 발상인가?^^

네이트는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왕재수 울트라 짱 우등생 누나와 항상 비교당하고, 아빠에게는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아이다. 하지만 자존감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스스로를 위대한 업적을 이룰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라며 절대 기죽는 법이 없다. 『빅 네이트 1; 교실은 내가 접수한다!』는 옆집에 살고 있는 단짝친구 프랜시스가 등교 전부터 사회 교과서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본 네이트의 하루 일과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제38공립학교 최고의 말썽쟁이 네이트와 공부하는 게 취미인 프랜시스는 유치원부터 단짝친구다. 해부시간에 오징어 다리로 콧물을 만들어 붙이고 썰렁한 농담을 즐기는 전학생 테디도 네이트의 또 한명의 단짝친구다. 사회시험의 공포에서 벗어난 네이트에게 테디가 건넨 포춘 쿠키 안의 점괘가 네이트의 하루를 특별한 날로 만든다. “오늘 당신은 모두를 압도할 것이다.” 위대한 업적을 이룰 운명을 타고난 존재 네이트에게 모두를 압도할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점괘는 하루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불어넣어준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졸졸 따라다니기는 하다.^^

 

하지만 제38공립학교 공식 ‘별명의 달인’ 네이트가 고드프리 선생님의 별명을 20가지나 적은 쪽지가 발각되고, 짝사랑하는 제니를 향한 시를 폭로한 것도 모자라 비웃기까지 한 지나에게 수업 중에 폭언을 퍼붓는 일도 일어난다. 고작 정물화 같은 찌질한 그림들에 밀려 자신의 긴장감 넘치고 창의적인 그림이 주목받는 작품의 반열에 오르지 못함을 항의하고, 세면대의 물이 튀어 오줌 싼 바지처럼 보이는 체육복 대신 입은 체육선생님의 반바지 때문에 선생님의 오해를 샀다. 태어나 한 번도 웃어본 적 없어 보이는 과학 선생님의 웃음을 유발하겠다는 의도가 선생님께 압수당한 사인펜의 잉크로 선생님의 셔츠를 얼룩지게 만들었다. 네이트의 학교에서의 하루가 이렇게 끝나가면서 네이트에게 남은 건 일곱 장의 벌점 카드와 함께 반성실로 향하는 것 뿐이었다. 모두를 압도할 반전은 없는 듯했다. 반성실에 지정좌석까지 갖고 있는 네이트가 반성실의 체르위키 선생님 앞에 선 순간 네이트는 ‘모두를 압도할 날’의 실체를 확인한다. 오늘은 네이트가 제38공립학교 역사를 다시 쓴 날이다.

 

아이들의 입장을 시원하게 대변한다고 하여 눈살 찌푸려지게 불쾌한 캐릭터와 과장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동화책도 있다. 『빅 네이트』는 유쾌 상쾌 청정 웃음으로 아이들의 입장을 생생하게 전한다. 파인애플 머리 네이트는 개구쟁이긴 하지만 악당은 아니다. 시험공부를 전혀 못한 사회시험을 피하려는 여러 작전들을 생각하다가 결국 아빠의 사인을 위조한 편지를 쓰려고 하지만 남의 사인을 도용하는 것은 범죄라며 망설이는 아이다. 비록 당사자인 고드프리 선생님께 들키긴 했지만 ‘밀로의 비너스’에서 영감을 얻은 ‘살로만 비너스’ 같은 별명,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웃지 않는 과학 선생님을 위해 그린 만화는 굉장히 창의적이다. 미술 선생님이 선정한 ‘주목할 작품’의 과일이나 운동화 한 짝을 그린 정물화보다 사실 네이트의 그림을 걸어둔다면 미술선생님의 장식장은 더욱 빛날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네이트의 행동을 권위에 도전하는 ‘무례함’이 아니라 유머러스하고 독창적인 창의성의 분출이라 받아들이고 싶다. 유쾌한 빅 네이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고 하니 다음 웃음 폭탄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