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와 제목이 언뜻 보면 의도적인듯 마치 중고등학교 교과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잠시 사진의 아이들 표정을 살펴보면 정신분석학자이며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무엇을 얘기하고 싶어하는지 느낌이 온다.
‘행복한 아이들’과 ‘행복한 엄마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자녀교육서이다.
‘아기랑 엄마랑 함께 행복해지는 육아’라는 부제가, ‘스트레스 0%의 행복한 육아법’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아이 키우는 일에 과연 교과서가 있을 수 있을까?
이미 아이들이 십대를 벗어나 각자의 길에 책임을 질만큼 자랐지만 아직도 자녀를 키우는 데는 특별한 모범답안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펴고 읽어가면서 목차에서부터 가슴이 뜨끔해졌다.
“부모와의 관계가 아이를 만든다. 엄마의 사랑과 기쁨이 전달되면 아이의 마음속에 행복한 그림이 그려지고, 엄마가 우울하거나 무기력하면 우울한 그림이 채색된다.”
즉 착한 아이도, 심술이도, 엄마 바라기도, 떼쟁이도, 조숙아도 모두 엄마와의 깊이 있고 원할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할 때 만들어진다고 한다.
아이들의 마음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며, 좋은 엄마와 나쁜 엄마가 공존하다.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걸어다닐 수 있게 되면서, 두 개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아이가 내보낸 감정의 공을 엄마가 자꾸 떠넘기면, 그 과정에서 아이의 불편함은 불안함으로, 불안함은 다시 공포로 커지게 될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불안을 엄마한테 보냈는데 거기에 엄마의 불안까지 보태어 돌아오면 아이는 감정의 문을 닫아버린다. 반성할 줄 모르고, 죄책감도 느끼려 하지 않는다. 아..무조건 공감하고 인정해주어야하는 거였구나..
창조적인 아이로 기르는 법, 공감의 중요성과 자녀와 공감하는 법, 상처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법 등을 주변의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일찍 철이 든다는 것은 부모에게 좋을 뿐, 아이에게 좋은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고 말한다. ‘철들지 않은 모습’은 아이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말한다.
‘제발 철 좀 들어라’고 ‘언제쯤 철이 들거냐’고 한숨 반 하소연 반 하던 기억이 내게도 많다.
아이와의 갈등은 엄마와 아이의 싸움이 아닌, 아이와 엄마 속에 있는 ‘작은 아이’와의 싸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와 엄마 속에 있는 ‘주눅든 아이’, ‘억울한 아이’, ‘불안한 아이’와의 싸움일 수 있으므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아이였고, 우리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문제는 나를 바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 키우면서 겪었던 갈등과 상처들을 떠올려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나 자신의 상처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로 주어졌던 것이었다니… … 새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춘기에 유달리 부모와 많이 싸우게 되는 이유는 드디어 부모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지적, 정신적 힘이 생기게 된 때문이라고 한다.
어릴 적 덮었던 낡은 담요에 집착하는 것, 책상위 보다는 책상 밑을 좋아하는 것 들이 다 중요한 이유가 있었구나…낡아서 눈알이 빠져나가고, 코가 뜯겨진 곰인형을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집착하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몰래 버린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각기 다른 체질을 타고나는 것처럼 성향도 타고 난다. 그러나 학교나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일정한 틀이 있다. 부모로서 우리는 가장 먼저 아이의 성향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유형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고 자녀의 개성과 특기를 잘 계발해 주어야 갈등과 상처가 줄고 개성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이 책은 영유아의 발달 단계별 특징과 마음의 성장 과정, MBTI의 차원에 따른 4가지 기질에 대한 설명과 대표적인 성격유형의 예를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아서 자녀와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흥미롭게 읽는 동안 발달심리학과 정신분석에 대한 폭넓은 지식은 덤으로 얻게 된다.
“부모는 자녀와 함께 성숙해가며, 그 밑거름이 되는 것이 갈등이다. 갈등으로 인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그 갈등이 해결되면서 한 단계 더 성숙할 기회를 갖는다.”라고 저자는 여러 차례 강조한다.
“가끔은 금기를 깨고, 여기저기서 상처받고 온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줄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엄마가 그 역할을 해주라”고 말한다.
두 아이와 십대의 터널을 힘겹게 지내온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고, 아쉬운 마음에 한숨짓기도 했다.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읽게 되었다면 아마 훨씬 덜 힘겨운 시간들을 보냈을 것이다.
“아이를 기를 때는 삽을 깊게 파야 뿌리를 상하지 않는다. 부모로서 마음을 크고 깊게 가지라고 한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키우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생기더라도 마음이 깊이 닿아있으면 해결하지 못할 갈등은 없다.”는 저자의 말을 되새기며 앞으로의 자녀와의 관계는 훨씬 더 행복해지리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지금 자녀를 키우고,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부모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 모든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교과서 역할을 해주고도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제나 곁에 두고 몇 번이고 읽을 만한 엄마로서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