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에도가와 란포1’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10월 5일 | 정가 8,500원

난 소설을 좋아한다. 한때 추리소설에 빠졌다가 로맨스를 읽었다가 요즘엔 구분하지 않고 본다. 특히 아이들 책은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하는데 눈에 띄는 이 책은 꽤 재미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지만 내가 읽어도 유치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도 생각나고 셜록 홈즈도 떠오르고 ^^ 일본 전문 번역가답게 권남희님이 쉽고 재미나게 풀어주었고 다른 책들과 달리 마치 주인공들과 대화하는 기분도 든다. 에도가와 란포라고 해서 난 탐정 이름인줄 알았다. 책 날개를 보니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가라고 한다. ㅎㅎ 애드거 앨런 포를 존경하여 그 이름으로 필명을 만든 작가. 표지가 만화책 같아 큰 아이는 그림도 많은 책인가 싶어 쓱 훑어본다. 그림은 많지 않지만 글씨가 커서 아이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그 에도가와 란포의 첫 번째 작품 ‘스무 개의 얼굴을 가진 괴인’ 처음엔 정말 괴물이 나오는지 알았다. 시작하는 말에 날마다 신문을 떠들썩하게 하는 도둑의 별명인 ‘괴인 20면상’이라고 소개하며 얼굴을 스무 개나 가지고 있다며 ‘변장을 아주 잘한다’고 말한다. 변장의 귀재라 아무도 그의 본 얼굴을 몰라 더욱 잡기 힘든데 이 도둑의 특징은 보석이나 미술품 같은 아름답고 진기한 물건만 훔치지 돈에는 관심도 없고 피를 싫어해서 죽이거나 잔인한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딱 애들에게 맞는 인물이다. 특이한 도둑이 더욱 특이한 건 도둑주제에 날짜와 시간 그리고 어떤 물건을 가져갈지 예고장을 보내는 것이다. 이 자신감! 이 희한한 도둑과 일본 제일의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와 그의 조수 고바야시 요시오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

3가지 큰 사건이 나온다. 하시바 소타로 씨의 다이아몬드와 관세음상, 구사카베 성 구사카베 사몬 노인의 명화 그리고 국립미술관의 미술품.
일본의 큰 사업가 소타로씨는 십 년 전에 집을 나간 장남 소이치가 돌아온다는 기쁜 소식에 들뜨지만 로마노프 왕조의 왕관을 장식했던 다이아몬드 6개를 가지러 간다는 20면상이 보낸 예고장으로 두려워한다. 막내 소지는 도둑이 든 꿈을 꾸고 꽃밭 한가운데에 몰래 뭔가를 숨겨둔다. 그리고 소이치가 돌아오고 소타로씨는 아들과 함께 20면상을 기다리는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게 20면상은 무사히 다이아몬드를 훔치지만 어찌어찌하다 힘들게 탈출한 후 소타로씨 아들 소지를 납치하고 아이와 교환조건으로 관세음상을 요구한다. 이런.. 경찰에 알리지 말라는 말에 집사 곤도씨는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에게 연락하지만 외국에 출장 중이라 조수인 ‘고바야시’가 대신 오고 고바야시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지는 무사히 집으로 오지만 고바야시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한다.

아무도 믿지 못해 집 주변에 담을 넘어 높은 벽을 두르고 그것도 모자라 담과 벽 사이에 해자를 파놓고 그동안 모은 명화를 감상하는 광적인 미술품 수집가 구사카베 사몬 노인은 명화를 가져간다는 20면상의 편지로 긴장한다. 운 좋게 아케치 코고로가 자신이 사는 근처 온천으로 온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여관으로 찾아가 아케치와 함께 20면상을 기다린다. 하지만 역시 명화들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명탐정의 실수라니..

아케치 코고로가 귀국하고 고바야시는 그를 기다리다 외무성에서 나온 쓰지노씨를 만난다. 20면상과 아케치의 만남이 있고 둘은 팽팽한 기싸움을 한다. 아케치는 20면상을 그 자리에서 잡지 않고 오히려 그를 골탕 먹인다. 하지만 20면상은 아케치와의 대결을 잠시 미루고 그를 쫓는 경찰을 보기 좋게 따돌린다. 용의주도하게! 드디어 20면상이 예고한 날, 박물관은 임시 휴관을 하고 철통보완으로 미술품을 지키며 20면상을 기다린다. 역시 20면상은 미술품을 정말 모두 훔치고 지키던 사람들을 경악시킨다.

훔친 물건들로 미술관을 계획하는 용의주도하고 대범한 도둑 20면상과 그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와의 대결을 즐기는 아케치의 두뇌싸움은 정말 볼만하다.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 무섭거나 잔인하지 않아서 좋고 피를 싫어하는 도둑이라는 표현이 재밌다. 차근차근 두 사람의 행동을 따라가는 재미도 크다. 아이들은 자신이 마치 아케치의 조수 고바야시가 된듯 더 실감나게 읽는다.
잘 기억해둬야 할 것이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러분, 잠시 책을 내려놓고 생각해 볼까요? 등 독자들에게 말을 걸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게 한다. 지나친 모험은 안 되요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