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마는 누구인가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이우혁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10월 10일 | 정가 13,000원

평화롭던 크롬 대륙의 나이엔으로 콜드스틸이 동맹을 깨고 쳐들어 왔다. 나이엔을 돕던 엘란마저 콜드스틸에 완전히 당하고, 이스트랜드의 왕 뒤보아와 부인 마고 왕비, 첫째 왕자 올란이 지원 사격을 하러 떠난다. 이스트랜드에 남은 겁쟁이 둘째 왕자 듀란은 그들이 사로 잡혔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콜드스틸의 지배자 크롬웰의 군단이 이스트랜드까지 진격해 온다. 듀란은 피신하던 중 우연히 고타마를 만나게 되고 그의 놀라운 힘으로 적들을 물리친다. 그리고는 마침내 직접 콜드스틸로 원정을 떠나게 된다.

판타지 소설을 참 오랜만에 읽는다. 나는 판타지 소설을 참 좋아했는데 왜 그랬을까? 해리포터 이후로 처음이나 두 번째인 것 같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 굉장히 망설였다. 뭔가 두렵고 가슴이 떨렸다. 해리포터를 능가할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그래서 읽기를 미뤄왔다. 하지만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해리포터와는 비교가 안된다고.

둘은 너무나 달랐다. 해리포터가 놀라운 상상의 세계라면 고타마는 아버지가 아이에게 주는 듯한 교훈이다. 이런 판타지는 처음이다. 나를 위로해 주고, 뭔가를 깨닫게 하고,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고타마는 듀란이 혼잡한 틈을 피해 지하에 있는 방으로 내려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상자 속에 있던 자그마하고 밝은 빛이다. 듀란에게만 보이는 빛. 고타마는 스스로를 ‘스스로 이겨내는 자’라고 말하며 듀란이 상상하고 생각한 대로 그에게 힘을 빌려주어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 책에 나온 고타마의 정체에 대한 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과 ‘신이나 천사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듀란에게 가족들이 주는 따뜻한 카드의 첫 글자를 딴 것’이라는 것 밖에 확실하지 않다. 고타마는 어떤 의미일까?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듀란의 내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듀란에게 있지만 아직 표출되지 않은 힘이랄까? 고타마는 듀란에게 힘을 빌려주면서 말한다. 힘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듀란의 바램이 이루어지게 하는 중간 역할을 할 뿐이라고. 그러니까 고타마는 겁이 많고 허약하기만한 듀란의 내면에 감춰져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또다른 듀란이 아닐까?

고타마는 듀란에게만 보인다. 고타마는 듀란이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상으로 만들어낸것 같다. 자신이 성장해나간 것을 고타마라는 힘과 하나가 되어가는 것으로 보는 거다. 책의 끝에서 고타마와 듀란은 하나가 된다. 그 뜻은 고타마(내면의 또 다른 듀란)가 듀란에게서 끌어내려고 했던 힘들이 모두 나왔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게 고타마와 듀란이 비로소 하나가 되었기에, 이제 그가 성장했기에 ‘고타마’라는 가상의 존재를 듀란 자신이 없앤거다. 무의식 중에서 없앴다기보다도 이미 하나가 되었기에 저절로 없어진거다.

듀란은 크롬웰을 무찌르며 자신이 콜드스틸까지 간 이유가 크롬웰을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바로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고타마는 가족들이 듀란에게 보낸 따뜻한 카드 내용의 앞 글자들을 딴 이름이다. 또한 최후의 전투에서 고타마는 듀란 일행에게 ‘듀란이 생각하는 만큼 발휘되는’ 힘을 준다. 이렇게 고타마와 고타마의 힘은 사랑과 우정으로 뭉쳐있다. 듀란이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잠시 잊었던 것도 가족간의 사랑, 그리고 우정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더 고타마가 듀란인 것 같다.

고타마는 듀란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고 용기를 준다. 고타마가 한 말중에 가장 기억나는 것은 ‘노력이란 것은 네 마음처럼 양으로 환산될 수 있는게 아냐. 누구보다 더, 혹은 누구보다 덜 한 것이 기준이 되는게 아니란다. 오로지 네 자신을 기준으로 삼으면 되는 거야’이다.

항상 내 스스로를 남들과 비교하며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거의 강박증에 시달렸다. 내가 노력해온 것은 보지도 않고 절대 만족하지도 않고 앞으로 해야할 것들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만을 생각해 왔다. 그러다 보니까 너무 지치고 너무 힘들었다. 그런 나에게 고타마의 말은 참으로 위로가 되었다. 원래 그런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뭔가 따뜻한 그 말투가 더 와 닿았다.

‘스스로 이겨내기 위한 조건’으로 고타마는 ‘시간, 노력, 현명함’을 말했다. 그것들이 균형을 이루면 마침내 그 경지에 이를수 있다. 참 정직한 방법이다. 가장 쉬워 보이지만, 정말 어렵고 정직하고, 나에게 떳떳하고, 나를 자랑스러워 할수 있는 방법. 정말 힘들겠지만 그대로 나는 해내고 말거다. 반드시 스스로 이겨나갈 거다.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 그래야 나만의 고타마가 나와 일체가 되어 나도 그와 같은 힘을 발휘할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