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읽은 책이다. 그때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꽃들에게 희망을’ 두 권의 책을 권하던 고모의 표정이 떠오른다. 아마도 지금의 내 나이보다 훨씬 어렸던 기억이 난다. 내가 13살이었으니 20대중반의 활짝 핀 고모의 모습.. 지금은 음.. 환갑이 다가온다고 들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내용에 감동받고 그림에 살짝 충격을 받았다. 디즈니 만화의 통통하고 깨끗한 그림만 봐오던 내가 약간은 거칠고 솔직한 모습의 그림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잊고 지냈다.
이번에 만난 ‘내가 하늘로 떨어진다면’의 작가가 바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셸 실버스타인이다. 그런데 ‘하늘에서’가 아니라 ‘하늘로’라고? 아무래도 그냥 평범한 시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김기택 시인의 번역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의 저자분!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 다시 꼬부랑 할머니와 만났다. (감사하며 살자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 띠지를 보니 ‘발상의 전환으로 상상력을 북돋는 엉뚱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이라고 소개했다. 순간 내가 한때 좋아했던 상상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지금도 좋아하는 팀버튼 감독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에 꼬부랑 할머니와 더불어 김진송 목수도 만났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내겐 강하게 남나 보다. 외국 책을 읽기 전에 왠지 우리 책을 먼저 읽어야하는 그런 습관이 어느 사이엔가 붙어버렸다. (이야기와 이미지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하늘에서가 아니라 하늘로 떨어졌다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더니 우리가 말하는 상식에 머물러 있는 시들도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작가의 상상력이 담뿍 담긴 시들이 가득하다. 내가 하늘로 떨어진다면 운동화 끈에 걸려 넘어졌는데/ 내 몸이 위로 떨어지고 있어./ 지붕 위로 떠올라/ 마을 위를 거쳐/ 나무 위를 지나/ 산 위로/ 온갖 색과 소리가/ 한데 뒤섞인 곳으로/ 떨어지고 있어. (이하 생략) 주문을 받는 암소 종업원, 식탁을 치우는 암탉 종업원, 물고기 요리사, 식당주인이 양배추 머리인 ‘이상한 레스토랑’이라니. 고기도 생선도 심지어 샐러드도 먹을 수 없는 식당이라면 대체 뭘 파는 식당일까? 내 마음에는 온종일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는데 누구도 무엇이 정말 옳은지 알려주지 못한다며 내 마음에서 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도 하고, ‘용님의 생일’날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어떻게 끄는지 보자고 하고, 잔뜩 찌푸린 우울한 얼굴의 ‘무디 씨’를 소개하며 거꾸로 돌려서 보라고 말한다. (거꾸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 아기를 데려오는 ‘황새이야기’를 하며 세상을 떠날 노인들도 데려간다고 말하며 그 과정을 소개하는데 정말 감탄이 절로 난다. 왠지 뽀족한 그림들이 작가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1999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근데 왜 이 책이 어린이 책으로 분류되었지? 동시라고 하는데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내용들이 더 많은데. 내가 너무 순수한가?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