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집

시리즈 블루픽션 71 | 최상희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10월 4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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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주어진  삶의 무게가 있다.

누군가에겐 견딜만한 무게라면, 또 누군가에겐 견디기 힘든 삶의 고뇌라고  말한다.

비단 부정적이지 않은 것 또한 무게감이 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감당하라는 말처럼 긍정적인 것에도 그 무게는 있는 것이다.

자폐를 가진 형과 그 형으로 인해 아버지가 떠난 열무의 집,

그리고 아들을 잃고 자책으로 살아가는 칸트 아저씨,

작은 바닷가 마을은 이들의 이야기로 풍성해진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무의 평범하지 않은 행동들이 짐스러웠고, 그로인해

엄마와 동생 열무가 겪는 어려움들이 공감이 갔다. 결국 그들은 사회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곳으로 오게 된다.

차가운 인상의 옆집 아저씨는 매일 같은 시간  산책하기에 칸트라는 별명이 붙여지고, 규칙화된 삶을 사는 나무에게 칸트아저씨는 의지하고

좋아하는 상대가 된다. 열무 역시 이런 칸트 아저씨에게 호감을 가진다.

 

‘ 그는 정말 칸트였다. 형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칸트. 난공불락의 성처럼 우뚝 서서 칸트는 나를 내려다 보기만 했다.’ (P 74)

 

칸트 아저씨는 열무네 가족처럼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관처럼 생긴 기이한 모양의 집에서 검은 외투를 휘날리며 백발의 움푹 패인 주름살을 가진 아저씨..

 

열무에겐 아저씨도, 형 나무도 칸트이다.

 

‘ 칸트는 매일 산책을 하고, 또 다른 칸트는 늘 정해진 만큼 그림을 그린다. 도대체 왜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물을 필요도 없다.

그건 칸트이기 때문이다.’

 

 

열무와 나무는 칸트 아저씨네 집에 놀러가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가끔 열무는 공자가 말하는 것처럼 명언을 말한다. 칸트 아저씨도 열무가 다시 생각을 해볼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준다.

건축가인 칸트 아저씨는 건축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

 

 

‘ T자는 말이다. 누구나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하거든.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수직과 수평을 지녀야 하는 거지.’

 

 

이 문장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내가 이렇게 흔들리는 이유가 수직과 수평을 이루는 T자가 없는 이유에서 일까…

 

 

조류에 애착을 가지는 나무를 위해 조류박물관을 만들기로 한 칸트아저씨.

그러나 그는 결국 나무와 열무가 만날 수 없는 세상으로 떠난다. 그 장면들이 너무나 아려 책장 속 눈물이 박히고 말았다.

아들을 잃은 칸트 아저씨와 아빠를 잃은 열무, 세상과의 소통을 잃은 나무는 서로에게 의미가 되고 존재가 된다.

칸트 아저씨의 병실에서 마치 캠핑을 하듯 열무와 나무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

 

‘태어나 자랐지만 한동안 잊었고, 다시 찾았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그래서 잊고 싶었지만 결국은 죽어 가는 순간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곳,

그곳이 바로 칸트의 집이었던 거다.’

 

여기서 책 제목을 정한 작가의 의도된 문장을 발견한다.

그런 의미로 칸트의 집이었다.

작가는 인터뷰를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작고한 건축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칸트 아저씨와 열무, 그리고 나무와 칸트의 집에서 담소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