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찾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숨는 것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건, 숨어있는 자신을 엄마나 아빠가 찾을 때이다. 우리 아이도 그러하다. 매일매일 하루에 몇 번이고 하는 숨바꼭질인데도, 매번 눈꼬리 살짝 접히며 쨍하게 웃는다. 그럴 때마다 이야기한다. “꼭꼭 숨어라~우리 아기, 어디 숨었니?”
이번에 비룡소에서 아기그림책 신간이 나왔다. 비룡소하면 양장 그림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책 등에 짙은 회색으로 박스가 그려져 있고 숫자가 매겨있다. 언제나 실망하지 않는 내용과 색채를 담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어린이책 출판사이기도 하다.
그런 반면에, 유아를 위한 그림책은 다소 부족하여 아쉬움이 있었다. 27개월의 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록새록 보였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즐겨볼 수 있는 그림책을 발행하는 비룡소인데, 정작 우리 아이를 위한 책은 찾기 어려웠다. 지금이야 양장본도 좋아하지만, 더 어린 개월수에는 보드북만 볼 수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보통 유아전문 출판사라고 하면, 몇몇 메이저와 마이너 출판사들이 생각난다. 전집들을 발행하는 회사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그림책은 좀 더 개인적인 것이었다. 아이를 잘 이해하는 진짜 그림책말이다. 단순히 알록달록 말장난이나 하는 책들은 아니었다.
<어디 숨었니?>는 그런 나의 바람을 충족시켜준 책이었다. 그림 자체의 퀄리티나 아름다움이 작품 같으면서도 아이가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였다. 이렇게 하나 하나 공을 들인 책이 바로 내가 찾던 것이었다. 숫자로 나열되는 전집과는 다르게, 하나 하나 저자의 철학이 담겨있는 작품.
저자 나자윤씨의 이력을 살펴보는 일도 재미있었다. 이탈리아에서 패션을 전공하고 니트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금은 유치원에서 근무하며 그림책 작업을 한다. 직업이 몇 번이나 바뀐 것이다. 화려한 디자이너와 유치원 선생님(선생님일 듯 하다. 아니면 어쩌지?) 그리고 자상한 엄마. 이 책을 읽어 본다면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삶이 보이는 듯 하다.
이 페이지를 보면 한 장면에도 참 여러 방법이 쓰였음이 느껴진다. 왼쪽 페이지는 위의 나비가, 오른쪽 페이지는 리본이 가득한 장면인데, 나비는 양모를 뭉쳐 만든 듯 하고, 리본들은 색색의 천들로 만들었다. 꽤 많은 수의 리본이 있는데 어느 하나 중복됨이 없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디자이너였던 저자의 삶이 보인다.
숨어있는 대상을 찾는 방식의 전개도 재미나다. 어른이야 휙하고 보면 보이겠지만 어린 개월수의 아이들은 한참을 들여다 본다. 집중해서 보다보면 이것과 저것의 다름과 같음을 알게 된다. 전혀 가르침이 없이 같다와 다르다, 비교와 대조의 개념을 익히게 된다. 그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유치원에서 근무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엄마들은 전문가다. 나는 우리 아이의 전문가다. 우리 아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딸아이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책을 보면서, 이 아이는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비, 자동차…. 엄마니까 알 것이다.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엄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함을 느꼈다. 좋은 그림책이란 아이도 엄마도 좋아하는 책이 아닐까.
앞으로 비룡소에서도 이런 유아를 위한 그림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주르륵 넘겨보고 치우는 그런 책이 아니라, 한 번 보고, 또 보고 뒤 돌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가 있는 책들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