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 B씨는 서른 두 살인 지금도 정신적 ․ 경제적으로 부모에 기대어 사는 덩치만 큰 어른입니다. B씨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직장 생활 같은 건 안 해도 되니까 공부나 열심히 하다가 아빠 엄마가 짝지어 주는 남자랑 결혼하면 돼. 그래야 엉뚱한 남자 안 만나지!”라고 말해 왔습니다. 옷 입는 것에서부터 친구 사귀는 것, 배우고 싶은 것이나 대학 전공 선택까지 모두 엄마의 몫이었지요. 유치원 다닐 때부터 고3이 될 때까지 엄마가 승용차로 등하교를 시켜 주었습니다. B씨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엄마의 교육열과 치맛바람 덕분에 꽤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지금까지 이력서 한 번 제출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 아는 사람을 통해 운 좋게 파트타임 일거리를 얻었지만 직장에서도 시키는 일 외에는 어떤 것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하는 표현이 적절하겠네요. 무언가 결정할 일이 생기면 사소한 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화해 물어봅니다. 눈치도 없어 자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답답해하는 것도 모릅니다.
세상에 이런 어른이 있을까 싶다고요? 이건 제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가끔은 ‘저렇게 편한 인생을 사는 것도 복이라고 봐야 하나?’ 같은 생각도 해 봅니다. 하지만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B씨는 언제쯤 자기 인생을 살게 될까요?
B씨의 엄마 같은 유형의 부모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평생을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맴돌며 온갖 일에 참견하며 과잉보호하는 엄마들을 지칭하는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입니다. 설마 내 아이가 저렇게 자랄까 싶겠지만 한번쯤 짚어 볼 문제입니다. 혹시 나도 헬리콥터 맘처럼 아이를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서 말이지요. 이번 달에는 엄마의 잘못된 양육 태도 때문에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의존적인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 호준이
처음 만났을 때 호준이(가명·9세·남)의 모습은 무기력해 보였습니다. 남자아이들의 발달 특성상 아홉 살이면 한창 생동감이 넘칠 때인데 어딘지 모르게 굼뜨고 말이 느렸지요. 눈치도 없어 보였고요. 엄마는 호준이가 나이에 비해 책임감이 없고 의존적이어서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기는커녕 깨우지 않으면 혼자 일어나는 법이 없고, 학교 갔다 와서도 알아서 숙제를 하거나 씻고 책을 보는 것은 어쩌다 한 번씩 있는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네 살 아래 동생보다 더 어리광을 부리며 아기 짓을 하는 데다 게으르고 느려서 아빠 엄마가 일일이 따라 다니며 잔소리를 하다 보니 서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다 새해 초 담임 선생님도 호준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어울리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아기 같은 말과 행동으로 친구들의 관심을 끌려고 해서 오히려 미움을 받고 있으니 사회성 증진에 도움이 될 만한 상담을 권했다고 합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모두 꺼내 봐도 된다는 말에는 “아! 어려운데…… 책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든데…… 집에서는 엄마가 골라 줬는데…….”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호준이는 말끝을 명확하게 맺지 않고 얼버무리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이런 특징은 자신감이 없는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모습 중 하나이지요.
아이에게 가족과 자신이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모습을 그려 보게 하는 동적 가족화 검사(KFD)에서 호준이는 자신을 누워 있는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옆에서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고, 네 살인 남동생은 저 혼자 뚝 떨어져 자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왜 호준이를 동생보다 훨씬 작은 몸집으로 그렸느냐고 묻자 호준이는 “내가 아빠 엄마 사랑을 더 많이 받아야 해요.”라는 말을 했습니다.
HTP 검사(집-나무-사람 그림 검사)에서도 호준이의 자아상은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종이의 중간보다 아래쪽에 조그맣게 그려 놓은 남자아이가 자신이라 했고, 나무 그림에는 열매가 한 개도 없었습니다. 열매가 없는 나무 그림은 성취욕이 낮거나 이루고 싶은 꿈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꿈을 물었더니 호준이는 “모르겠어-요.”라며 말끝을 또 흐렸습니다. 그런데 자존감 검사 결과는 무척 높게 나왔습니다. 귀찮아서 문항마다 제일 높은 점수에 체크했기 때문이지요.
부부의 불화, 엄마의 불안이 아들을 의존적인 아이로 만들었어요.
엄마는 솔직하게 자신의 양육 방식에 잘못이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호준이가 세 살 무렵부터 다섯 살 때까지 남편과 자주 심하게 다투었고, 결국 1년 동안 별거해야 했던 힘든 시기의 일들을 고백했습니다. 어린 아들 앞에서 늘 싸우는 모습을 보여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1년 내내 아빠를 찾는 호준이가 가여워 엄마는 아들의 요구와 응석을 다 받아 줄 수밖에 없었지요. 호준이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아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뭐든 나서서 해 주고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다시피 했습니다. 호준이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고요. 한번은 아들이 그린 그림에 검은색이 많이 칠해져 있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미술 치료사를 찾아가 분석을 받은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에서 비롯된 엄마의 과잉보호는 호준이를 무엇 하나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없는 의존적인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아빠의 잘못도 크지만요. 그래도 다행인 건 호준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부터 가족이 함께 살게 되었고, 호준이 아빠는 아들을 떠나 있었던 시간을 보상해 주려는 듯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남편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나니 아들의 문제가 피부로 와 닿을 수밖에요.
“이제 너도 아홉 살이니까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라고 말하면 호준이는 “뭘 알아서 해야 하는데?” 하고 되물었습니다. 아이가 자기 일을 스스로 하도록 변화시키고 싶지만 엄마 역시 이제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그래서 상담의 목표를 두 가지로 설정했습니다. 호준이를 위한 목표는 아빠 엄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서서히 독립적인 아이로 변화시키는 것과 나이에 맞는 또래 관계 형성 능력을 길러 주는 것입니다. 엄마를 위한 목표는 아들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이끌어 주는 방법을 안내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하는 것이지요.
호준이를 위해 고른 치유용 그림책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활용한 주요 그림책은 『쳇, 귀찮아!』(주니어파랑새), 『난 무서운 늑대라구!』(고슴도치),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비룡소), 『제랄다와 거인』(비룡소), 『중요한 사실』(보림) 등입니다. 앞선 세 권의 그림책에는 뭐든 귀찮아 하는 아이, 사납고 무식한 늑대, 상처받은 기러기가 등장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고 부족한 주인공들이지만 점차 이들이 희망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호준이한테 자신감을 심어 주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들입니다.
『제랄다와 거인』은 자기 주도적인 삶을 꾸려 나가는 주인공 제랄다의 씩씩한 모습을 본보기로 보여 줄 수 있고, 『중요한 사실』은 상담의 종결 단계에서 자신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하는 글쓰기 치료 활동으로 연결할 때 유용합니다.
동물들로부터 핀잔받은 늑대 이야기로 마음을 열었어요
호준이는 『난 무서운 늑대라구!』를 무척 재미있어 했습니다. 배고픈 늑대가 농장 동물들을 잡아먹으려다 우아하게 책 읽는 동물들로부터 무식하다는 핀잔을 듣고는 충격에 빠집니다. 늑대는 두고 보자며 그 길로 학교에 가서 글자를 배우지만 아직 서툰 읽기 실력 때문에 동물들로부터 또 외면을 당합니다. 그래서 도서관으로 달려가 열심히 읽고 또 읽은 다음에 동물들에게 다시 자랑하러 가지요.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멀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서점으로 달려갑니다. 늑대는 얼마 남지 않은 돈을 털어 책을 삽니다. 처음으로 가진 자기만의 책을 정성껏 읽는 동안 늑대에게 변화가 일어납니다. 도서관에 갈 때까지만 해도 동물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책을 잘 읽는지 본때를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책을 사서 한 줄 한 줄 정성껏 읽는 동안 늑대는 이야기의 매력에 빠졌고, 더 이상 농장 동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책읽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요. 늑대는 처음에 농장 울타리를 훌쩍 뛰어 넘어 달려가선 큰 소리로 책을 읽고, 그다음에는 울타리 문을 점잖게 두들기며 들어가 다짜고짜 책을 읽지만, 마지막에는 울타리 앞에서 “딩동” 종을 울리고 들어가 풀밭에 누워 쉬면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합니다. 농장 동물들이 모여들어 늑대가 읽어 주는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동물들은 모두 함께 소풍을 가지요. 풀밭에 누워 서로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훌륭한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바람, 세계 여행을 하고 싶은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늑대는 좋은 친구들을 사귀어서 몹시 행복했습니다. 책 읽기를 통한 늑대의 점진적인 변화는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호준이가 이 책을 두 번이나 혼자 읽는 적극성을 보여 그 행동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늑대의 다양한 표정과 동물들이 책을 읽는 모습에서 재미를 느꼈을 뿐 그림책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친구들을 사귀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에서 호준이는 늑대의 처음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아빠 엄마 앞에서 하듯이 아기 짓을 하면 친구들이 관심을 가져 줄 거라 생각한 것이지요.
읽기를 마친 후 배고픈 늑대가 농장 동물들을 잡아먹기 위해 으르렁거리며 뛰쳐나가는 장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늑대의 이런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호준이는 “멍청한 늑대!”라면서 큭큭 웃었습니다. 웃는 이유는 “살금살금 기어가서 덮쳐야지 저렇게 시끄럽게 소리 내면서 달려가면 어떻게 동물들을 잡아먹어요?”라고 했습니다. 동물 세계의 섭리로 본다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호준이가 제 질문의 의도를 읽어 내지 못한 것이므로 질문의 방향을 바꾸어 이야기를 이끌었습니다.
상담사 : 선생님이 볼 때 이 늑대는 매너가 없어 보여. 동물들이 책을 읽고 있는데 시끄럽게 떠들며 덤벼들었잖아. 눈치 없이 말이야. 그러니까 동물들이 늑대를 싫어하지. 혹시 호준이는 친구들이랑 놀 때 늑대처럼 눈치 없이 행동한 적이 있니?
호준이 : …….
상담사 : 그럼 친구들이 책을 읽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호준이 : 조용히 해야 돼요. 친구들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요.
상담사 : 맞아! 친구들이 책을 볼 때는 조용히 하는 게 좋겠지. 더 좋은 건 옆에서 친구들과 함께 책을 보는 거야. 그런 게 매너거든. 매너 있는 사람은 인기가 많아. 호준이는 어때? 매너 있는 사람일까?
호준이 : 앞으로 그럴 거예요.
상담사 : 그래! 기특하구나. 앞으로가 중요한 거야.
그다음으로는 도서관에서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한 후 농장으로 가서 울타리 문을 점잖게 두들기는 장면을 봅니다. 늑대는 이런 모습이 농장 동물들에게 좋은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늑대는 친구들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조금씩 배워 가는 중입니다. 이제는 동물들도 처음처럼 늑대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늑대가 공부를 하면서 달라졌기 때문이지요. 이 장면을 활용하여 친구들에게 호감 주는 행동을 생각해 보고 한 가지씩 말해 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상담사 : 친구들한테 좋은 느낌을 주는 행동을 말해 볼까?
호준이 : 친구들이 공부할 때 방해 안 하는 거요.
상담사 : 방해한 적이 있었니?
호준이 : 네!
상담사 : 그때 친구들 반응은 어땠어?
호준이 : 나를 밀치고 막 화를 냈어요.
상담사 :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겠다.
호준이 : 친구들이 미웠어요. 그래도 제가 잘못했어요.
상담사 :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이 참 예뻐. 앞으로 안 그러면 돼.
호준이 : 네!
상담사 : 친구들한테 좋은 느낌을 주는 행동을 또 말해 볼까?
호준이 : 아기처럼 말 안 하는 거요.
상담사 : 그동안 아기처럼 말했니?
호준이 : 네!
상담사 : 왜 아기처럼 말했어?
호준이 : 귀엽게 보이고 싶어서요. 엄마는 내가 아기처럼 말하면 귀엽다고 했어요.
상담사 : 아기처럼 말하면 친구들도 호준이를 귀여워할 거라고 생각했구나! 아기처럼 말할 때 친구들 반응은 어땠니?
호준이 :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라고 했어요. 재수 없다고…….
상담사 : 오! 저런. 친구들이 호준이한테 못된 말을 했네.
호준이 : 눈물이 났어요. 하지만 안 울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상담사 : 아니야. 아니야. 호준이가 잘못한 게 아니야. 호준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었던 거야. 그치?
호준이 : 네!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싶어요.
상담사 : 좋아! 이제부터 선생님이랑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하나씩 알아보면 어떨까?
호준이 : 네!
늑대의 처음 모습과 차츰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비교해 보게 한 다음, 아이가 자기 문제를 인식하고 친구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행동을 구체적으로 찾도록 한 것입니다. 그다음에 행동을 실천에 옮기라는 숙제를 냈습니다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호준이는 노력했는데도 친구들은 여전히 자기를 싫어한다며 그만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까지 숙제를 쉬어도 좋다고 했습니다.
엄마와 호준이의 행동을 변화시킨 그림책 『제랄다와 거인』
이후 두 달 동안 이어진 상담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습니다. 엄마의 불안도 여전했고요. 아들이 무엇 하나 스스로 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면서도 여전히 아들을 독립시키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일일이 챙겨 주지 않으면 뒷일이 많아져서 자꾸 해 주게 된다는 엄마는 여전히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진전이 없던 상담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제랄다와 거인』을 엄마와 호준이에게 보여 주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제랄다와 거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에 사람을 잡아먹으며 외로이 사는 거인이 살았습니다. 거인은 어린 아이를 아침밥으로 잡아먹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지요. 겁이 난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을 비밀 장소에 숨깁니다. 하지만 깊은 골짜기에 사는 농부와 어린 딸 제랄다는 사람 잡아먹는 거인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제랄다는 음식 만들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여섯 살 때부터 음식 만들기를 시작해서 지금은 못 만드는 음식이 없는 요리사지요. 어느 날, 제랄다는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장에 물건을 팔러 갑니다. 제랄다를 발견한 거인은 제대로 된 아침밥을 먹게 생겼다며 바위 뒤에 몸을 숨깁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굶주린 나머지 허둥대다 그만 바위에서 미끄러져 길바닥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거인이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제랄다는 거인을 불쌍히 여겨 장에 내다 팔 재료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줍니다. 그 맛에 반한 거인은 제랄다에게 성에 가서 자신의 요리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제랄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날마다 거인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지요. 거인은 더 이상 사람을 잡아먹지 않게 되었고 아이들은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랄다는 아름다운 처녀가 되었습니다. 거인은 수염을 깎아 깔끔한 모습으로 변했고요.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을 했답니다. 여러 명의 아이를 낳아 죽을 때까지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