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심리 여행: 생태 그림책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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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가까워지면 병과 멀어지고 자연과 멀어지면 병과 가까워진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 마음껏 탐색하게 하는 숲 유치원과 자연 친화 교육을 지향하는 유치원이 늘고 있습니다. 도심에 있는 유치원에서도 생태 그림책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인근 숲이나 공원을 찾아다니며 야외 활동을 합니다.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과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나아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데 정성을 쏟습니다.
부모 교육과 힐링을 위한 독서 교육 프로젝트 때문에 여러 유치원을 다니면서 교육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생태 교육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느 유치원 옆에는 꽤 큰 면적의 텃밭이 있습니다. 계절별로 수확할 수 있는 채소와 아이들의 간식거리인 각종 뿌리 식물, 흰 쌀밥에 섞어 먹는 곡물, 과일 나무까지 그 종류가 어찌나 다양한지 마치 작은 농장을 보는 듯합니다. 텃밭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이자 생태 체험을 위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옥상에는 원장 부부가 직접 담근 고추장이며 된장, 간장 단지가 가지런히 줄을 서서 햇볕을 쬐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이 유치원 아이들은 매일매일 안전한 다락방이 있는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친구 삼아 놉니다. 또 주기적으로 숲에 가서 그림책에서 본 자연, 동식물의 생태를 1년 열두 달에 걸쳐 관찰하는 즐거움도 누립니다. 생태 그림책을 활용한 선생님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에 대한 지식을 확장시켜 나갑니다. 또 그림책 속 식물들을 아이들이 직접 키워 보면서 생명을 지키는 데는 많은 정성이 필요함을 알게 됩니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절로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요.
어느 유치원 원장은 일곱 살과 다섯 살 난 딸을 키우는 아빠의 마음으로 유치원 아이들에게 자연과 함께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어 합니다. 떡,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와 같은 건강한 간식을 준비하는 건 기본이고, 천연 염색한 천으로 조금 헐렁하게 만든 유치원복을 아이들에게 입힙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편하게 활동하고 뛰어놀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보조 가방 역시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었더군요. 얼마나 많은 정성을 쏟아야 이 모든 일들이 가능할까요. 자연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신체가 건강할 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유아 교육자의 확고한 교육 철학이 아이들로 하여금 도서관과 텃밭, 숲을 즐거운 놀이터로 여기게 만든 것 같습니다.

민감기 유아들에게 자연은 오감을 열어 주는 놀이터
생태 교육에 큰 비중을 두는 유치원에서는 같은 장소를 1년에 걸쳐 여러 차례 찾아가 계절별로 달라진 것과 그대로 있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발견하게 합니다. 이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민감기에 있는 유아라 해도 지나치게 많은 정보와 자극에 노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2~7세 아이들의 성장 단계인 민감기는 발달 과정에서 특정 능력이나 기술을 발달시킬 수 있는 준비가 가장 잘 이루어져 있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자극은 오히려 아이의 감각을 무뎌지게 할 뿐만 아니라 산만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극의 양이 아니라 질이지요.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연을 관찰하게 하고 오감을 열어 주는 일련의 활동들로 안정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연의 변화는 무척 느려서 우리는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지만 매일매일 아주 조금씩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아이들은 시인이자 철학자가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 변화를 알아채게 하려고 같은 숲, 같은 장소를 계절별로 또는 매달 가서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게 하는 것이지요. 어느 순간 아이들은 자연의 변화에 감탄사를 내뱉고 신비로움을 그들의 언어와 몸짓으로 표현하는 시인이 되어 있습니다. 이때 느끼는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유아 교육자들은 얘기합니다.
이는 언제나 새로운 것, 더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체험하게 해야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자란다고 생각하는 부모들께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늘 새롭고 더 많은 자극, 더 신기한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는 부모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 체험할 거리를 찾아 나서는데 너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이처럼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책, 숲과 자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두루두루 활용하는 생태 교육은 유치원에서도 인성 교육과 맞물려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건, 사고가 만연하고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생명 경시 풍조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상,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생각해 보면 가정에서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정답이 나옵니다.
지금부터는 생태 그림책의 유용성을 알아보고 이를 활용하여 아이와 행복하게 노는 방법, 나아가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이끄는 방법을 안내하겠습니다.

‘생태 그림책’이 뭐예요? ‘자연 관찰 책’이랑 뭐가 다르죠?
엄마들은 ‘생태 그림책’보다 ‘자연 관찰 책’이라는 용어에 익숙합니다. 한편 ‘자연 관찰 책’은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보여 줘야 하는 전집 필독서라는 인식이 엄마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지요. 그런데 “생태 그림책 보여 주세요.”라고 말하는 엄마들은 거의 없습니다. 전집에서 출발한 이름이 엄마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 관찰 책은 전집 출판사에서 만든 지식 정보 책으로 동물과 식물, 곤충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세밀화를 싣고 지식이 될 만한 사실을 이야기처럼 풀어냅니다. 또는 이야기식 구성이 아니라 백과사전 같은 정보를 자연 사진이나 그림에 덧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식은 달라도 정보를 전달하는 책으로서의 역할에 아주 충실하지요.
그렇다면 생태 그림책은 뭘까요? 이 역시 지식 정보 책이고 자연 관찰 책이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 사이의 생태적 관계와 가치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자연 예찬, 생명의 존엄성과 관계성, 생태계 파괴의 원인과 결과, 생태적 의식 회복 등의 가치를 담고 있지요.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라는 현대 사회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면 지식 정보 책이면서 동시에 사실주의 그림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연 관찰 책이냐, 생태 그림책이냐의 구분이 아니라 이들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여러 출판사와 작가들이 인류의 삶과 생존에 직결되는 생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태에 관심을 갖도록 해 주는 그림책이야말로 행복과 참된 삶의 방법을 모색하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태 그림책, 어떤 점에서 아이들에게 유용한가요?
저유아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생태 그림책으로 보고, 실제 자연 속 개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적 모습을 체험하면서 보살핌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공존적 삶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생태계의 각 개체들이 고유한 생명체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동시에, 서로 의존하면서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생태적 가치 개념들은 자연을 직접 만나는 경험을 통해서 길러집니다. 또 생태 그림책을 감상하고 작품에 담긴 생태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체험 활동하는 과정을 통해 그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 생태 그림책의 유용성을 짚어 준 기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육아 잡지 『베스트 베이비』(2014년 10월호)에 「그림책으로 만나는 곤충과 동물의 세상살이, 생태 그림책」이라는 제목의 특집 기사가 실렸습니다. 생태 그림책이 아이에게 주는 미덕 네 가지를 꼽았는데 엄마들께 도움이 되는 정보라 요약해 봅니다.
첫째, 생태 그림책은 앎의 기쁨을 줍니다. 이제 막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아이들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온통 탐구와 탐험의 대상이지만 정작 보고 듣고 느낀 경험치가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생태 그림책은 직접 경험의 한계가 있는 아이들의 지적 욕구를 채워 주는 좋은 놀이 도구이지요.
둘째, 생태 그림책은 자연과 관계를 맺도록 징검다리를 놓아 줍니다. 기계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특히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살고 있는 아이들은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자연은 나와는 별개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계절의 변화, 내 주위 자연물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아이들이 자연에 동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작가들의 마음을 따라 가다 보면 조금씩 주변 생명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셋째, 생태 그림책은 직접 볼 수 없는 세상을 보게 해 줍니다. 우리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작은 곤충의 날개 한쪽도 그림책에서는 크게 확대해 보여 주므로 생태 그림책을 통해 볼 수 없는 것은 없습니다. 땅속 미로와 바닷속 세상도 마음껏 엿볼 수 있고요. 그 안에서 생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지켜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생태 그림책은 실제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자연의 세상을 간접적으로, 자세히, 시공을 초월해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넷째, 생태 그림책은 자연과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생태 그림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주변의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관심을 갖게 되면 애정이 생기고 애정이 생기면 정성을 들여 가꾸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정성껏 가꾼 후에는 보람이란 가치를 느끼게 되지요. 물론 내가 정성껏 키운 동물과 식물이 죽는 경우에는 상실의 아픔도 맛봐야 하지만 탄생과 소멸에 대한 경험을 통해 철학적인 물음에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생태 그림책이 이처럼 다양한 가치를 담은 책이었나, 하고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단순한 지식 정보 책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기억한다면 생태 그림책을 읽고 나서 아이와의 상호 작용에 조금 더 정성을 쏟을 수 있을 것입니다.

생태 그림책, 어떻게 보여 주어야 효과적인가요?

3~4세 – 모든 자연이 신기해 탐색하는 시기

3~4세경의 유아들은 야외에서 만나는 모든 자연물이 신기해서 일단 만져 보고 눈에 보이는 이것저것에 일일이 관심을 갖고 한참을 쳐다봅니다. 유아들에게 야외는 장난감이 지천에 널려 있는 놀이터이고 꽃과 나비, 나무, 풀은 신기한 탐색의 대상이지요. 그런데 이 시기에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탐색하는 활동은 높은 차원의 지식 욕구를 채우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신기함이 더 크게 작용한 행동입니다. 따라서 깊이 있는 정보가 많이 들어 있는 생태 그림책보다 단순하고 간결한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집 근처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이나 새, 곤충, 나무, 하늘, 구름, 바람, 태양, 비, 바람, 눈처럼 가까이 있는 자연, 낯설지 않은 자연을 담은 그림책이 3~4세 유아들의 인지 발달 수준에 적절합니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 그림책 1~3』(보리), 『배고픈 애벌레』(더큰컴퍼니), 『아기 달팽이의 집』(비룡소), 『개구리야 일어나』(사파리), 『비 오는 날은 정말 좋아!』(삼성출판사), 『눈 오는 날』(비룡소), 『비 오는 날 또 만나자』(한림출판사)와 같은 그림책이 적절합니다.

▲ 『눈 오는 날』

▲ 『아기 달팽이의 집』

5~6세 – 이타적 행동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시기

▲ 『비 오는 날 생긴 일』

5~6세경은 지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서 아이들이 그림책을 가장 많이 보는 시기입니다. 도덕적 행동에 대한 기초 개념이 형성되고 이타적 행동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친사회적 행동을 더욱 확장시켜 가는 때이므로 다양한 생태 그림책을 보여 주기에 가장 적절한 때이지요. 따라서 3~4세 때 보던 책보다는 조금 더 정보가 많으면서 자연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함께 담은 생태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이 좋습니다.
『킁킁이가 간다』(보리), 『비 오는 날 생긴 일』(비룡소), 『너는 무슨 풀이니?』(키다리), 『땅속 생물 이야기』(진선출판사),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다섯수레), 『동물들의 낮과 밤』(진선아이), 『씨앗은 어디로 갔을까』(주니어RHK), 『선인장 호텔』(마루벌), 『살아 있는 모든 것은』(마루벌), 『저어새와 악어』(마루벌), 『멋진 사냥꾼 잠자리』(길벗어린이), 『바빠요 바빠』(보리), 『반짝반짝 반디각시』(보림), 『자작나무 세 그루』(어린이가문비), 『모르는 게 더 많아』(휴먼어린이) 등의 그림책이 있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 급격히 이뤄져 읽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지식 정보 책이면서 문학성까지 두루 갖춘 그림책을 권합니다. 비룡소 출판사에서 펴낸 물들숲 그림책 시리즈 『참나무는 참 좋다』, 『호박이 넝쿨째』, 『알록달록 무당벌레야』, 『거미가 줄을 타고』, 『어흥어흥 어름치야』, 『사과가 주렁주렁』, 『어여쁜 각시붕어야』, 『고추좀잠자리가 높이 높이』와 『서로 도우며 살아요』(한울림어린이), 『누구에게나 집은 필요해요』(한울림어린이), 『나무는 좋다』(시공주니어)와 같은 그림책은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는 생태 그림책입니다. 제목이 문학적이어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게 해서 무척 좋습니다. 생태 그림책을 만든다고 가정하면서 동식물 중 하나를 정해 아름다운 제목을 만들어 보는 문학 활동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물들숲 그림책 시리즈는 생명의 한살이를 담은 생태 그림책 꾸러미인데 친근하면서도 사실적인 그림 덕택에 책을 읽는 내내 자연의 품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고추좀잠자리가 높이높이』에 실려 있는 기획 의도를 소개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고 계절에 따라 많은 생명이 살고 또 죽기도 합니다. 수많은 생명은 어떻게 태어나 자라고 또 목숨을 다할까요? 사라져 가는 황새, 따오기, 반달가슴곰, 여우 들을 되찾겠다고 애쓰는 오늘날입니다. 사라져 가는 생명만큼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명 또한 소중합니다. 흔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가 계절에 따라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 아는 것이 자연과 친구가 되는 첫걸음입니다. 물들숲 그림책은 흔한데도 관심이 없어 낯선 생명의 한살이와, 그 둘레에서 같이 살아가는 생명도 보여 줍니다. 한 생명이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태와 성장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어 어린이들이 자연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물들숲 그림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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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이후 – 자연의 순환을 이해할 수 있는 시기

7세 이후부터는 순환이라는 자연의 이치, 조화로움, 생태계 보존의 중요성을 담은 그림책으로 확장해 나가도 좋습니다. 『산에 가자』(보림), 『살아 있어』(보물상자), 『새벽』(시공주니어), 『새 보는 할배』(사계절), 『숲으로 간 코끼리』(보림), 『심봤다』(사파리), 『프레드릭』(시공주니어), 『강아지똥』(길벗어린이), 『나무집』(여유당), 『똥 똥 귀한 똥』(보리), 『강아지와 새끼 염소』(창비), 『산사의 종소리』(웅진씽크하우스), 『창문을 열면』(킨더랜드), 『피터의 바다』(정인출판사), 『우리 모두의 지구 물과 숲과 공기』(마루벌), 『지구는 우리 엄마예요』(두레), 「STOP!」 시리즈(비룡소)가 대표적입니다.
위의 그림책들은 내용이 조금 묵직하고 담긴 메시지가 커서 아이 혼자 보기에 다소 버거울 수 있습니다. 아빠 엄마가 아이와 함께 보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림책이 제시하는 생태계 보존 방식을 가족이 함께 실천해 보세요. 또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들,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매일매일 기록해 봅니다. 그리고 가끔은 일기의 글감으로 삼게 하면 아이들이 생태계를 조금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따뜻하게 바라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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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귀 기울이고 자연에 관심을 갖게 해 주세요
비룡소에서 펴낸 과학 그림동화 시리즈도 생태 그림책의 성격을 띱니다. 그중에서 저는 서른일곱 번째 책인 『새들아, 뭐하니?』를 제일 좋아합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산책길에 만난 열두 새 이야기’가 부제인 이 그림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한 편의 완결된 동시를 읽는 듯합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는 생태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새의 모습을 섬세하고 사실적인 그림으로 보여 주는 동시에, 큰 글씨로는 새의 습성을 문학적인 표현으로 묘사하고, 작은 글씨로는 새와 자연에 관한 사실적인 설명을 쉽게 풀어 쓰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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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사락 흰 눈 날리는 1월

참새야, 뭐하니?
짹짹, 짹짹짹, 짹짹
겨울이면 우린 옹기종기 모여 지내.
조로롱 모여 앉아 소리 높여 지저귀면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어.
덩치 큰 새들도, 매서운 추위도, 훠이훠이 도망가지.

‘참새처럼 작은 새들은 보통 무리 지어 겨울을 나요. 함께 모여서 체온을 나누며 추위를 피하고,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천적에 맞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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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보듬고 동백꽃 피어나는 2월

동박새야, 뭐하니?
쭈우, 쭈우, 찌이
동백꽃은 참 맛있어.
노란 꽃가루 안에 달콤한 꿀이 가득하지.
꿀 한 모금 마시고 나풀나풀 나비처럼
꽃가루를 옮겨 주면 동백꽃이 함빡 웃어.

‘동백꽃은 벌이나 나비가 활동하지 않는 추운 겨울에 꽃이 피어요. 동박새가 꽃가루를 옮겨 주어 수정을 도와주지요.’

이처럼 1월에는 참새의 이야기를 통해서 참새가 겨울을 나는 법, 2월은 동박새의 이야기를 통해서 동박꽃과 동박새의 관계에 관한 정보를 쉽게 풀어 놓았습니다.
이어서 봄바람 부드러워지는 3월에는 오목눈이를, 연둣빛 이파리 돋아나는 4월에는 오색딱따구리를, 꽃향기에 나비 날아드는 5월에는 후투티를, 더운 바람 풀빛 스치는 6월에는 개개비를, 발그레 연꽃봉오리 솟아오르는 7월에는 물총새를, 따가운 볕바람에 물빛 짙푸른 8월에는 곤줄박이를, 찔레 열매 붉어지는 9월에는 딱새를, 졸망졸망 나무 열매 그득한 10월에는 직박구리를, 마른 잎 우수수 떨어지는 11월에는 어치를, 맵찬 바람 몰아치는 12월에는 원앙을 만납니다.
1년 동안 열두 마리의 새를 만나고 나면, 끝으로 작가의 말을 만나게 됩니다. 이승원 작가가 마지막으로 건네는 말은 또 어찌나 감동적인지요.

오목눈이, 딱새, 곤줄박이…… 우리나라에 흔한 텃새들인데, 도시에 살며 바쁘게 걷은 우리들 눈에 쉽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길을 나설 때마다, 고개를 들고 나무 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었어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면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습니다. ‘너는 누구니? 어디 숨었니?’ 마음속으로 그들에게 말을 걸며 귀여운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 이렇게 도시에서만 살았던 저에게도 모르고 지내던 새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새들이 지금은 개체수가 줄어들어 좀처럼 볼 수 없는 희귀 새로 변해 버린 경우가 많다고 하니, 참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편한 것만 찾으며 자연을 괴롭히며 살아갑니다. 멀쩡한 나무를 베고, 산을 깎아 건물을 짓고, 도로를 만드는 동안 수많은 생명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망가집니다. 당장은 편하고 좋을지 몰라도, 결국 언젠가는 자연의 재앙이 우리에게 되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그 자연의 일부일 뿐이니까요.

―『새들아, 뭐하니?』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말합니다. “여러분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라고 말이지요. 또 작고 예쁜 새들이 뭐라고 소곤대는지 궁금하지 않은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이내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부지런히 둥지를 짓고, 아기 새에게 먹이를 나르고, 물장난도 치고, 즐겁게 살아가는 새들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도록 여러분이 마음으로 친구가 되어 달라고 말입니다.
작가의 말은 생태 그림책의 본질을 얘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 줍니다. 그것은 결코 어렵거나 힘든 일이 아닙니다. 그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들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도록 마음으로 친구가 되어 주는, 사소한 일들입니다. 이처럼 생태 그림책은 아이들이 조금씩 천천히 자연에 관심을 갖게 합니다.

아이에게 자연과 가까이 하는 삶을 열어 주세요
생태 그림책은 결국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이야기합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집니다. 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자연을 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예술, 모든 교육은 단순히 자연의 부속물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모두 자연의 위대함을 말해 줍니다.
그런데 요즘 도시 현대인들의 삶은 자연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자연 결핍 장애’라는 병명이 생겼을까요. 소아청소년 우울증, ADHD, 집단 따돌림, 스마트 폰 중독 등 요즘 아이들이 마음의 병으로 인해 문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자연이 결핍된 데 따르는 후유증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아동 교육 전문가인 리처드 루브는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즐거운 상상)에서 이 같은 현상을 자연 결핍 장애(NDD, Nature Deficit Disorder)’라고 명명했습니다. 자연에서 멀어지는 삶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연령층은 바로 아이들이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각박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생태 그림책을 보여 주며 자연의 신비로움과 소중함을 알게 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족 모두가 자연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일이 더욱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 건강 모두를 위해서이지요.
도시에서 자연과 가깝게 지내는 방법으로 화초 가꾸기를 추천합니다. 화초를 가꿈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몸으로 체험하고, 생명을 지키는 데 정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더불어 내가 키운 식물들로 덕분에 집 안의 공기가 정화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고요.
한편 의사들은 가벼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상태가 좋아진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자연의 생명력에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햇빛 쬐기,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숲길 걷기, 흙 밟기 등의 야외 활동을 권합니다.
자연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의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순구의 웃는 얼굴』(뜨인돌 어린이)에 실린 시를 참고로 들려드립니다.

자연을 칭찬하기

친구만 칭찬하지 말고
강아지만 칭찬하지 말고
우리와 함께 묵묵히 걸어가는 길도 칭찬하자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매를 익힌 감나무도 칭찬하자
풀숲에서 목청껏 노래하는 풀벌레들도 칭찬하자

둥둥 달을 띄어놓고 있는 연못도 칭찬하자
동생만 안아주지 말고
고양이만 안아주지 말고
나무도 안아주자
풀들도 안아주자
꽃들도 안아주자
돌들도 안아주자

―이순구, 『이순구의 웃는 얼굴』 중에서

▼참고 문헌
김은주 외, 『생태 그림책 100선』(공동체, 2010)
리처드 루브, 김주희 역,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즐거운 상상, 2007)
조형숙 외, 『생태 그림책으로 만나는 자연』(다음 세대, 2010)
박성혜 ․ 조형숙, 「생태 그림책을 활용한 자연친화교육이 유아의 환경친화적 태도와 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 『유아교육학논집 제12권 제5호』(2008. 10)
지상선, 「생태 그림책 이야기 나누기 활동이 유아의 생명 존중 인식에 미치는 효과」, 아동문학교육, 2010
하이닥, 「자연을 가까이하라」,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구의 생태계를 이야기한 그림책들 – 생태문학」, ≪책둥이≫(2009년 11월호)
「그림책으로 만나는 곤충과 동물의 세상살이, 생태 그림책」, ≪베스트 베이비≫(2014년 10월호)


d_img4글 :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 소장, 행복한그림동화책연구소소장)
대학에서 국어 국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행복한 그림동화책 연구소와 마음문학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상담과 아동문학, 부모교육 등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책 기획자, 특별 기고가로서 어린이책의 매력을 전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으로 마음 나눔을 실천하고자 행복한 도서관 만들기 운동과 다문화 가정 그림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