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제목과 표지만 보면 깜찍한 소풍요정이 나타나
디다와의 즐거운 소풍을 상상하게 하는데…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다시 표지로 돌아와 자세히 살펴보게 만드네요.
심드렁한 표정으로 비스듬히 누운 소풍요정,
핸드폰으로 통화중인 엄마, 양복을 입고 운전하는 아빠!!
엄마, 아빠가 모두 디다와 등을지고 있어요.
표정만은 밝으니,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제 5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디다의 소풍 요정 」은
난 책읽기가 좋아 독서레벨 3단계로 책읽기와 글쓰기에 길잡이가 되어 주는 동화예요.
책을 읽고 그 속에 숨은 생각을 아이가 끄집어 내어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를 두고
걱정반 기대반하게 만드네요.
내용이 겉핥기로만 끝내버리기엔 아쉬운감이 많았거든요.
혹시나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 다나의 부모와 같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다나처럼 그런것에 익숙해져버린 것은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온갖 생각을 품게 만들었어요.
괜히 뜨끔하더라구요.
주인공 디다는 부모님과 가족 소풍을 가는 것이 소원입니다.
소풍을 가기로 한 약속은 예기치 못한 일들로 계속 취소가 되었고,
상심한 디다는 결국 소풍 요정을 부르기로 합니다.
그렇지만, 소원을 담아 불러낸 소풍 요정은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디다의 소풍재료들을 먹어치우고는 “한숨 자고”라고 말을 합니다.
엄마, 아빠 역시 디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저 동문서답으로 답할 뿐…….!!!
이런 디다 가족의 소풍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요?
두 번째로 만나본 디다의 이야기는 슬프도록 무섭네요.
어느날 아침 일어나 보니 디다의 기억이 모두 지워져버렸어요.
처음있는 일은 아닌 듯.. 아빠는 디다에게 종이옷을 만들어 입힙니다.
집에 온 밥솥 수리기사, 친구들, 선생님,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 간호사들은
디다의 옷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디다의 모습을 적어줍니다.
그리고 잠들기 전 아빠는 말합니다.
“디다야, 이제 네가 누구인지 알겠니?”
“그래, 됐다. 내일은 네가 누구인지 잊지 말고 꼭 기억하렴.”
디나의 기억은 침대 밑 보물상자를 여는 순간 돌아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무섭도록 소름이 돋았어요.
아이의 책을 읽으며,
이렇게 서늘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나봐요.
아이의 글을 보면서, 위축되었던 마음은 조금 가라앉았어요.
내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로서의 나는,
적어도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부모임을 확인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 부모가 꼭 읽어봤으면하는 동화책입니다.
지금 내 아이와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계신가요?
한번쯤 우리 가족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