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범스가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웠다. 그런데 구스범스 호러특급5 선생님은 괴물!을 읽어 보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구스범스는 단순한 호러판타지가 아니라 우리 세계의 부조리를 그대로 담고 있은 하나의 알레고리였다.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자본의 세계에 아이들이 내몰리는 상황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매한가지이고 그것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토미 가족들은 매사 모든 것이 경쟁이고 그것을 맘껏 즐기며 자신들은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 가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토미 패럴리는 자연을 느끼고 즐길줄 아는 어찌 보면 요즘 세상이 달가워 하지 않는 아이다. 물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경쟁하는 것도 싫어한다. 이러한 토미가 가족들에게 달가울리 만무다. 토미의 부모는 경쟁에 승리자가 되게 하려고 토미를 외딴 섬에 실시되고 있는 승리캠프로 보낸다.
승리 캠프의 가장 큰 특징은 승자만이 살아서 섬을 나올 수 있는 점이다. 캠프 참가부터 늦은 토미는 되는게 없다. 토미가 만나는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냉정하고 토미를 도와줄 생각은 눈꼽만큼 없고 승자가 되어야 이 섬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을 주지시킨다. 늦게 도착한 토미는 캠프의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의로운 가치관으로 행동하지만 번번히 꼴지를 하게 된다. 토미는 캠프에서 처음 만난 소피와 리카르도에게 협력하고 연대하여 그르릉 괴물 선생님을 몰아내고 함께 섬을 탈출할 것을 제안하지만 그들은 협력과 연대는 패자만이 가지는 생각이라며 토미를 측은히 여긴다.
사회와 부모로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자가 되는 법(결코 옳은 방법은 아니다)만을 교육받은 아이들은 자신만이 승자가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토미를 이용한다. 뒤늦게 상황을 판단한 토미도 대응하지만 정의로웠던 토미마저도 이제 친구를 믿지 못한다.
이야기는 내내 독자에게 소피와 리카르도의 행동을 의심하게 한다. 갖은 역경을 겪고 그르릉 선생님을 물리친 토미를 모두 승자로 영웅로 칭송하고 이틀씩이나 함께 파티를 열지만 그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결론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그들의 행동이 진심이었다는 믿고 싶은 것은 그들이 아직 어린아이때문이 아닐지 싶다. 어째든 그들의 행동을 오래 곱씹어 볼 일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경쟁을 유도하는 사회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하는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함께 하는 것이 과연 패자의 변명인지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