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의 ‘모모’를 읽다가 나와는 정말 맞지 않아서 그냥 덮어버린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는 책을 그리 덮고 나니 ‘미하엘 엔데’의 책을 읽기가 꺼려졌다. 게다가 이 책 장장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초등학생용 명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저연령 청소년, 즉 초등 고학년부터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이면서 읽고 난 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을 고르고 있던 차에 ‘끝없는 이야기’와 ‘비밀의 화원’을 읽게 되었다.
다 읽고 나니, ‘모모’에 대한 기억때문에 읽지 않았더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다. 주인공인 바스티안은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놀림만 당하는 외톨이다. 바스티안은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을 잘하지만 그런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없다. 그러니 더더욱 혼자일 수 밖에. 어쩌면 나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고서점에서 훔친 ‘끝없는 이야기’를 읽다가 결국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바스티안. 나는 책을 읽으면서 언제쯤이면 바스티안이 환상의 세계를 구하러 들어갈까를 기다렸다. 이야기를 짓고 이름을 짓는 일, 그것은 바스티안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린 여왕이 말하는 환상의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인간이란 곧 바스티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환상의 세계는 사람들의 환상이 만들어 낸 세계이다. ‘환상’의 대척점에는 ‘거짓’이 있다. 사람들은 꿈과 환상을 잊어버리고 그런 것은 거짓일 뿐이라며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환상의 세계는 파괴되어간다. 환상의 세계를 구할 구원자로 지목된 바스티안이 환상의 세계에 들아와 어린 여왕에게는 ‘달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환상의 세계를 구할 방법을 찾아 나선다.
환상의 세계는 이미 많은 것들이 무가 되어 사라졌지만, 환상 세계로 들어간 바스티안은 자신의 소원으로 하나씩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소원을 이룰 때마다 현실의 기억을 잃어버리는 바스티안이 위태위태하다. 결국은 환상의 세계 안에서 자기자신을 잃어버린 바스티안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환상의 세계는 아름답고 멋지지만, 현실의 사람들에게 환상은 희망이거나 현실의 위로에 불과하다. 그 환상이 자아를 갉아먹으면 망상에 빠져버리는 게 아니겠나? 뭐든 지나치면 아니 한만 못하다 하였다. 바스티안이 잃어버린 자기 자신의 자아를 찾는 과정이 후반부에서 펼쳐진다.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환상도, 현실도 결국은 [나]가 있고 나서의 문제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다. 요즘 초등고학년과 함께 책에 푹 빠져 읽어보기를 하고 있다. 줄 그을 필요도, 다 읽은 후에 책을 읽은 감상을 의무적으로 나누지 않아도 되는 책읽기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읽기에 참 좋을 것 같다. 게다가 읽고 난 후 자기 자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으니 딱 그 시기에 맞는 주제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