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퇴근한 아빠가 작은 밭에서 상추와 토란을 돌보러 가시면 물조리개 하나 들고 터덜터덜 따라갔다. 아빠는 왔다갔다 바쁘게 움직이시고 나는 그 옆을 맴돌며 토란대 위에 물을 올려놓고 동글동글 방울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 놀이를 하고 한두방울 떨어지는 비 피하겠다고 토란잎 밑에 들어가 우산 썼다고 좋아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가을되면 벼이삭 위로 춤추듯 뛰어오르는 메뚜기를 잠자리채를 휘둘러 한번에 열댓마리씩 잡아올리던 때가 있었다. 엄마 도와주겠다고 주전자 하나 들고 산딸기 따러 산 깊이 들어갔다가 움푹 패인 흙구덩이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겨우 기어나와 눈물콧물 흘리며 산딸기 가득 든 주전자 들고 처량맞게 집으로 돌아와 온 집안 식구 웃기게 만들었던 때도 있었다.
2017년. 4월. 꽃향기가 바람에 날려와 코끝을 맴돌아야 하는 참 좋은 봄. 우리는 미세먼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뿌연 안개같은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고, 조금 따뜻하다 싶은 날은 벌써 덥다는 아우성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선선하고 활동하기 좋았던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을 가기 위해 잠깐 쉬어가는 정거장 같은 계절이 되어 아쉽고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 1의 고향. 지구.
지구가 요즘 자꾸 아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처방을 내리려고 보니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약을 먹여야만 차도가 있다하니 우리 누구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집집마다 쏟아져나오는 쓰레기는 왜 그리 많은지, 집집마다 가전제품은 또 얼마나 많은지, 많아도 편리함에 자꾸만 구입하며 늘어나는 전자제품들이 하루에 먹는 양의 전기는 그 수치가 어마어마하다.
두 아이가 책상 불을 켜두고 나오거나 화장실 불을 켜둔 채 거실로 나오면 내가 하는 말이 꼭 있다.
“나중에 너희 아이들이 전기가 모자라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면 어떡하니? 얼마나 미안한 부모가 되겠어.”
이제는 엄마의 이 말을 알아 듣는 건지, 귀가 아프게 들었던 이유인지
본인들이 실수할 때 스스로 말한다.
“불을 안 끄면 어떡하니? 우리 후손들이 불편할텐데.”
웃기면서도 참 슬픈 현실이라 맘껏 웃지도 못하겠다.
비룡소 어스본 시리즈는 아이들의 눈을 열게 하고, 가슴을 열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사실적인 그림과 재미를 가미시킨 약간은 어설픈 동작들을 표현한 그림들이 어우러져서
아이들의 접근에 편안함을 안겨주면서
그림이 전해주는 진실적인 면에서 아이의 마음을 빼앗아 간다.
태양 주위를 도는 여덟 개의 행성 가운데 하나인 지구.
태양이 지구에게 주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태양주위를 돌고 있는 여러 행성들의 이야기와 태양의 열기,
그리고 우주에 대해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준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 내리는 햇살과 비 그리고 눈과 바람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내려지는지 그 과정을 그림과 간결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기중 수분이 증발하는 모습과 구름이 생성되는 모습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오존층 파괴. 그것이 왜 지구를 뜨겁게 만들게 하는지를
쉽게 풀어내주고 있어서 그림을 따라 설명을 읽으며 따라가니
마치 땅과 하늘을 한눈에 바라보며 그들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더워지는 지구. 원인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의 사는 마음을 한눈에 그려놓았다.
온실가스 배출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에너지 공급을 위해 풍력과 화력 발전소가 세워져있으며,
여전히 편리함을 위해 탄생한 자동차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없어질 수 없는 쓰레기.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유해 가스.
우리의 생활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그림 한 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로 뒤덮인 지구, 더운 사막과 추운 사막
아이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지구의 모습과 사막.
세계지도 속 어느 한 장면으로 들어온 듯 표현한 그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지구에서 그들이 역할이 무엇인지
지구의 기후 변화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담아내고 있어서 플랩을 하나씩 열때마다 아이들 입에서
놀라움의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나 하나가 버린 쓰레기와 편하자고 사용하는 많은 다양한 제품들이
지구를 조금씩 조금씩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미안함이 이제는 ‘지구 바로 사용하기’로 실천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아름다운 곳이에요.
산과 강. 숲과 바다가 너무나 조화롭게 이루어져
사람들과 동식물이 자라나기엔 금상첨화인 곳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지구에 대한 고마움을 잊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 정신줄 바짝 당겨서
지구의 괴로운 함성을 직면해야 할 때이다.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조금씩만 바꾸어 나가면
더이상 아프다고 몸서리치지 않을 뿐 아니라
완전 회복은 불가능할지라도
더이상 나빠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보듬어주고 감싸주기만 했던 지구
이제는 우리가 안아주고 보살펴줄 차례이다.
아이들과 플랩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가슴이 철렁하고 마음이 아프고
지구가 그 동안 온 힘을 다해 견디고 왔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말로만 하는 실천이 아닌
스스로 조금씩 조심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실천로드맵이 되어 주었다.
주말에 아이들과 분리수거를 하면서 더 세심하게 분리작업을 하고
작아진 옷들을 상자에 담아 가까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일들을 하였다.
가정에서부터 지구 살리기를 실천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회에서 스스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좀 더 열심히 움직이고
실천하며 꾸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구를 살리자’라는 구호보다
책을 통해 지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자연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속의 편리함을
지구를 어떻게 아프게 하는지 그림과 설명으로 살펴보면서
지구의 아픔이 우리에게는 기후의 변화로 온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어 더 실감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또한 지구에게는 희망이 있으며
그 희망을 책임지는 이들은 다름아닌 ‘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나’가 실천했을 때 지구는 우리 곁에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