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도’의 주인공인 그 남자들, 여자들과 약자들에겐 친절하고 한없이 약하고 나쁜 놈들에겐 천하무적이며 주군에겐 충성하는 그런 남자들.
어릴 적 기억속의 아서왕과 기사들은 그렇게 멋지고 로맨틱한 남자들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만난 비룡소 클래식 속의 그 남자들은 내 기억 속의 그 로맨틱하기만 한 남자들은 아니었다.
역사서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켈트족의 영웅인 아서왕과 평등을 상징하는 원탁과 기사들의 이야기는 뜻밖에도 마법과 신기한 모험, 비상식적이고 일들로 점철되어 있고, 뒤쪽 성배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부터는 ‘기적’ 이라는 이름의 역시나 비상식적이고 신기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거기다, 아서왕과 왕국의 마지막으로 향하는 일련의 사건의 시작은 왕비의 질투에서부터 비롯되었으니, 어른이 되어 읽은 아서왕 이야기는 내 기억속의 로맨틱하고 멋진 그런 이야기가 아니어서 당황스럽다.
그러나,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 마법사 멀린, 호수의 기사 란슬롯, 아름다운 기네비어 왕비 등 다양한 소재와 방대한 등장인물들의 모험은 한 권의 책으로 담기엔 차고도 넘치는 흥미로운 글감이다.
원작은 원고지 6천매 분량의 토머스 맬러리가 쓴 [아서왕의 죽음] 인데, 청소년용으로 내용과 분량을 간추려 다시 쓴 비룡소 클래식을 읽고보니 누락된 이야기들이 무엇일지 원작이 당연히 궁금해진다.
사이사이 삽입된 삽화들은 옛날 중세시대 고인쇄본의 삽화처럼 고풍스러워서, 자연스레 기사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도와주고있다.
청소년용으로 정리했음에도 두툼한 두께의 비룡소 클래식이라, 도전하기에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절로 들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기사들의 모험을 따라 활자 사이를 누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