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어린이들에게 오싹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구스범스 시리즈> 어느덧 29번째 책이 금번 고릴라박스(비룡소)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번엔 또 어떤 오싹한 즐거움을 맛보게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봅니다. 역시 구스범스 만의 묘한 으스스함, 과하지 않으면서 무시할 수 없을만한 은근한 으스스함이 이야기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작은 마을에 사는 열두 살 소녀 해나의 이번 여름은 따분하기 그지없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캠프에 참여하였고, 해나 홀로 작은 마을에 남겨져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해나 옆집에는 오랫동안 비어있던 빈집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곳에 대니라는 아이가 이사 왔습니다. 이사 오는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물어보니 옆집에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이웃이 된 대니는 해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전학 온 것이 아니라 같은 학교 학생인 겁니다. 게다가 같은 학년이고요. 그런데, 해나는 대니를 처음 봤습니다. 게다가 대니의 친구들을 역시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라는데,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요. 이런 대니는 불쑥 나타났다 어느 샌가 사라지곤 합니다.
해나는 창가에서 물러나며 곰곰이 생각했다. 며칠 전 아침에 앞뜰에서 대니의 자전거에 치인 일이 생각났다. 그날 해나는 대니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잠시 후 대니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대니가 자기 집 그늘 속으로 사라지던 일도 생각났다. 정말로 사라졌는지 확인하려고 뚫어져라 본 기억도 났다. 지붕에서 떨어진 대니가 깃털처럼 소리 없이 땅에 내려선 일도. 늘 대니는 유령처럼 고요했다(51쪽).
옆집에 유령이 살고 있다니요. 해나는 두렵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해나는 용기를 내어 대니의 정체를 밝혀내려 합니다. 해나는 유령으로 의심되는 대니 이야기를 편지에 적어 캠프에 참여한 절친에게 보내보지만, 어쩐 일인지 답장이 오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대니에 대해 부모님께 말하지만, 부모님들은 해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요. 과연 해나 홀로 대니의 정체를 밝혀 낼 수 있을까요?
<구스범스 시리즈>가 대부분 그렇듯, 이번 이야기 역시 주인공이 오싹한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내는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그래서 책 표지에도 <용기가 UP 되는 책> 이란 문구가 적혀 있답니다. 구스범스의 힘은 오싹한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로 하여금 두려워하고 더욱 움츠러들게 하려는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싹한 이야기를 넘어서, 주인공처럼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전해주는데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용기가 어린이 독자들의 것이 될 겁니다.
구스범스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이번 이야기 역시 커다란 반전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책의 중간쯤 되면 독자 모두 이 반전을 눈치 채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반전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 반전 이면에는 먹먹한 슬픔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음이 울적할 그런 먹먹함이 말입니다.
참, 유령이란 존재로 인해 두려움 가운데 있는 해나가 끊임없이 부모님께 사실을 말해보지만, 부모님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초지일관 보여줍니다(물론 이 역시 구스범스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죠.). 이는 해나의 긴장감을 더욱 키우는 장치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 부모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역시 자녀들의 소리를 쓸데없는 소리로 치부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여러 이유로 인해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그러니, <구스범스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겐 용기를, 부모에겐 자기반성을 하게 하네요.^^
다음 편 이야기 『공포의 탑』 역시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