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용기 속의 케첩맨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의 책 한 권. 제목도 표지와 흡사한 ‘케첩맨’이다. 8~9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서인데 어른이 읽어도 좋을 그림책이라는 소개글을 보고 내용이 궁금했다. 어떤 내용의 책일지 새로운 책을 마주할 때면 늘 설렌다.
몸통을 누르면 케첩이 나오는 케첩맨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된다. 생전 처음 해보는 감자 튀기기는 어렵고 주인의 호통은 매일같이 이어진다. 꿈을 찾아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의 일상도 닮아있는 것만 같은 케첩맨의 모습.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상에 지친 케첩맨의 모습은 애잔하다.
반복되는 일과에 지친 케첩맨.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언제쯤 찾을 수 있을지. 창밖에서 힘 없이 고단해보이는 케첩맨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밥벌이의 지겨움과 지난함, 꿈을 좇는 내 안의 내 모습 같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날, 토마토 머리의 요상한 생김새를 한 토메이로 박사가 케첩맨을 찾아온다. 박사는 케첩맨의 케첩을 주문하고 주인은 케첩이 팔렸다는 사실만으로 그저 좋아한다. 얼떨떨해하는 케첩맨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건 왜인지…^^ 케첩맨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자신만의 일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살짝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케첩맨의 케첩에 빠져버린 박사가 케첩맨의 뚜껑끝에 입을 대고 케첩을 먹기 시작한다. 토마토머리가 자꾸만 커지더니 결국 터져버리게 되고 마을은 한바탕 소란스러워진다.
케첩이 가게 안을 넘쳐흘러 온 거리에 가득 하게 되고 사람들은 케첩을 맛보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즐거워보이는 모습 속에서 케첩의 맛이 어땠을지 상상해보게 된다. 이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케첩때문에 케첩맨의 일상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달라지지않은 하루를 또 다시 살아가는 케첩맨. 여전히 새로 하는 일은 익숙하지않아 어렵지만 이제는 케첩맨을 애잔하게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책장을 덮는 마지막 손길이 가벼운 것 같았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케첩맨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아이도 행복으로 충만한 자신만의 일상을 만들어 낼 수 있길 응원해본다.